고의서산책 606 「醫林要論」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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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06 「醫林要論」 ②
  • 승인 2013.10.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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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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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의학논쟁과 氣味약성의 탐구

학술논고로서 韓東錫이 쓴 ‘의학상으로 본 五官器의 神秘性’을 선두로 한남수, 김경열, 그리고 4번째 논고로 김인중 한의사의 ‘간담과 신경의 관련’이란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그는 “諸風掉眩은 乃肝木이니 爲中正之官하야 決斷出焉이니 十一臟이 皆取決於膽이라”라는 구절을 토대로 신경계통과 간장의 분비선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논의하고 있다.

◇ 「의림요론」


또 膽汁色素에 직접 신경과 반응의 실험, 그리고 간접적으로 신경과 간장의 관계를 생리화학적으로 입증해 보이고 있다. 그는 빌리루빈과 칼슘이 결합된 화합물 牛黃을 시험관내에서 증류수로 용해시켜 리트머스 시험지를 이용, 산·알칼리 반응을 살펴보는 소박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논증해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萬醒 李重華가 연재한 ‘성서와 의학’이란 글이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것이 벌써 11회째로 脂肪系統과 愛情의 香火란 소제가 붙어 있다. 여기서 그는 지방계통이란 피하전체와 복강내 全藏府를 網羅包裏한 三焦系統이라 보고 이에 대한 성서에서의 언급과 여러 관련 글귀를 대입하여 설명해 보이려 애쓰고 있어 제법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어지는 글은 신학술 코너로 ‘본사편집부 제공’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제목은 ‘수도레수 학설과 鍼灸術’이다. 아마 이 당시만 해도 ‘스트레스(수도레수)학설’이 아직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최신 이론이었나 보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인한 내분비 호르몬과 침구술에 의한 경락경혈 자극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논술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本草藥理學과 嘗百草制藥說’이 실려 있다. 글쓴이는 朴敬園이란 이름인데 旁注에 季祚란 이명이 적혀 있다. 박계조, 그는 1942년 전북한약조합장 시절 ‘한의학의 비판과 해설’이란 책을 펴내 동서의학 대논쟁을 주도했던 이가 아니던가?

내용은 전통방식의 한의약에서 기미약성을 탐구하는 방식을 논하고 단순히 양약처럼 실험약물학을 지향하거나 무작정 약성가나 주치병증을 記誦하기만 하는 어리석음을 개탄하였다. 그의 주장은 ‘嘗百草’ 즉, 약초를 직접 씹어 맛을 보고 약성을 한열로 느껴보면 그 효능과 적응증을 연계하여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기미약성을 잊어버린 한의계에 경종을 울리는 글이라 할 수 있다.

이어 ‘新學說’ 코너에는 菊明雄의 ‘脈學解說論(3)’이 실려 있다. 본문에는 이리저리 복잡하게 연결된 도해가 실려 있어 그가 12경락과 맥도 순환의 이치에 대해 세밀하게 궁리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의림지의 발행자인 배원식의 실용임상강좌 그 2번째로 실면증(불면증), 전광간증에 대해 각각 원인, 증상, 예후, 치료, 조섭, 처방과 方解 등 세부적으로 나누어 해설하고 있다.

또 김동진의 글 ‘醫之良與良相並’이 실려 있고, 여기에는 1, 不動의 신념을 持하라. 2,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3, 醫門의 죄인이 되지 말라. 3가지 경구에 대한 짤막한 소견이 피력되어 있다. 이어서 권미에는 주로 임상경험들이 자유롭게 개진되어 있는데, 김지철의 ‘乳腫에 精水液이 신효!’, 조순자의 ‘産後肋膜炎’, 고득인의 ‘폐렴과 牛肉濕布 나의 체험기’ 등이 차례로 실려 있다.

요즘에 이르러서야 모두 잊혀져 버린 대증치법이요, 과거 세대에 일시적으로 통용되었던 요법에 불과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고질병에 속수무책이었던 상황에서 어떻게든 치료법을 고안하여 대처해야 했던 선배들의 끈질긴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불과 50여 년 전의 일이나 아득하게 잊혀져버린 한의계의 일면임에 분명하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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