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사상의학은 한의학의 발전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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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사상의학은 한의학의 발전된 모습이다
  • 승인 2013.10.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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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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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동무학회 ‘새로운 사상의학을 논하다’(2)
金元時代에는 고한한 약을 많이 사용한 劉完素(寒冷派), 사기를 몰아내는 데 주안점을 둔 張從正(攻下派), 補中益氣 위주로 치료를 한 李東垣(補土派), 자음강화의 중요성을 주장한 朱震亨(養陰派) 등이 명성을 떨쳤다. 그들을 일컬어 金元四大家라고 한다. 단순히 생각하여 劉完素는 대다수의 환자들에게 防風通聖散 류의 처방만 썼을 것이고, 李東垣은 補中益氣湯 류의 처방만 사용했을 것이며, 朱震亨은 滋陰降火湯류의 처방만 활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사대가로 명성을 날렸기에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환자들을 보던 중에 특정 환자군에 대해서 특정 약물이 잘 들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저러한 학파가 정립되었을 것이다. 사상의학을 하지 않고 후세방 위주로 오랫동안 임상을 했던 원로 한의사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사물, 최오적 등의 별명을 가지신 분들일 것이다.

金元四大家 이후 200년이 지나 張介賓이라는 의가가 출현하는데, 그는 「景岳全書」에서 金元四大家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례로 「景岳全書」‘傳忠錄’중 陽不足再辨에 朱丹溪의 陽常有餘 陰常不足論을 반대하여 陽常不足 陰常有餘論을 주장한다. 그런데 상기한 관점으로 환자군의 다양성을 인정했다면 金元四大家를 비판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한의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학부시절부터 개원 이후에도, 用藥과 관련하여 수많은 이론을 공부한다. 임상과 접목하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싫은 패증으로 고생하면서 자신만의 용약에 대한 관을 점차 만들어 간다. 고방이라 불리는 「傷寒論」 처방을 선호하는 부류, 「醫學入門」이나 「景岳全書」, 「東醫寶鑑」의 처방을 선호하는 부류, 70∼80년대의 이름을 날리던 원로 한의사들의 경험방을 위주로 쓰는 부류, 「東醫壽世保元」의 처방을 쓰는 부류 등으로 크게 나뉜다.

그런데 고방이나 후세방 혹은 경험방을 위주로 임상하는 한의사들은 용약법에 대해서 서로 반감이나 거부감이 없다. 유독 사상방을 쓰는 한의사들에 대한 선입견은 아직도 만연한 것이 사실이다(점차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사상체질이라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리다’, ‘체질처방은 패증이 심하다더라’라는 풍문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금원사대가부터 허준까지의 한의학만 정통성을 가진 적자이고,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은 한의학의 이단아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東醫壽世保元」‘醫源論’에서 언급되었듯이 사상의학은 상한론으로부터 내려온 한의학의 적통을 그대로 잇고 있다(余 生於醫藥經驗五千載後 因前人之述 偶得四象人臟腑性理 著得一書 名曰 壽世保元).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학문적 특성에 영향을 받아 과거를 지향하는 보수주의적 성향에 젖어 있다. 그래서 한의학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원류가 되는 「黃帝內經」이나 「傷寒論」부터 떠올리게 된다. 한의학의 근간이 되는 기본 원리를 익혀야 하는 것은 맞지만, 21세기 한의학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발전된 한의학 이론이 필요하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엔진의 구동원리를 창안한 칼 벤츠(Karl Friedrich Benz)의 기본 이론을 익혀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당시 칼 벤츠가 만든 차량을 오늘날 몰고 다닐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인체는 「傷寒論」 당시의 몸이나 지금의 몸이나 다를 것이 없기에 과거의 명처방을 지금도 쓸 수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필자 또한 과거에는 그렇게 인식을 했다. 몸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명처방이라는 것이 과연 신이 내린 절대 진리의 약물 조합일까? 송나라 錢乙 선생이 창방하신 六味地黃湯에서 태음인 약물인 ‘山藥’을 빼고 소양인 약물인 ‘枸杞子’를 넣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방이라고 전해오는 처방을 창방하신 분들이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이 버전업되듯이 자신이 만든 처방을 현시대에 맞게 수정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張仲景 선생의 八味地黃湯의 구성을 보면 熟地黃 16g, 山藥, 山茱萸 各 8g, 白茯苓, 牧丹皮, 澤瀉 各 6g 肉桂, 附子 各 2g인데, 熟地黃은 補陰藥으로, 肉桂와 附子는 補陽藥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서로 반대 성질의 약재가 배합되어 있다. 변증을 해서 陰虛라면 補陰藥을 쓰고 陽虛라면 補陽藥을 쓰면 되는데, 왜 동시에 들어갔을까? 熟地黃이 君藥으로 16g이나 들어가는 명백한 陰虛에 사용하는 처방에 肉桂, 附子와 같은 補陽藥이 들어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어색해 보인다. 드물게 陰虛와 陽虛가 공존하는 腎陰陽兩虛證이었다면 肉桂와 附子를 원방에 加하는 방식을 택했을 것이고, 원래의 처방에는 肉桂와 附子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처방의 목표가 명확해진다. 熟地黃의 粘膩한 성질로 인하여 발생하는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서 肉桂, 附子를 넣었다고 보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라면 처음부터 熟地黃이 맞지 않는 환자이다.

그리고 劉完素 선생의 防風通聖散은 當歸, 芍藥, 川芎, 梔子, 連翹, 薄荷, 生薑, 荊芥, 防風, 麻黃, 大黃, 芒硝, 桔梗, 白朮, 甘草, 黃芩, 石膏, 滑石 등 대략 18가지의 약물로 구성된다. 약재가 너무 많아서 처방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熱證藥, 寒證藥, 虛證藥, 實證藥, 表證藥, 裏證藥 등이 혼재되어 있어 方解를 쉽게 하기 힘든 처방이다. 大黃附子湯 같은 경우는 大黃과 附子가 같이 들어가 있는데, 大黃은 차가운 성질로 설사를 시키는 대표약인 반면 附子는 뜨거운 성질로 回陽시키는 대표적인 補陽藥이다. 腎陽虛에 의한 변비에 이 처방을 쓴다면 大黃 대신 鎖陽과 附子가 오히려 어울린다. 大腸實熱로 인한 변비에 이 처방을 쓴다면 附子 대신 大黃과 石膏가 더 어울린다.

상기한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기존 한의학 이론이나 처방에 대해서 신성불가침과 같은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다. 모든 학문은 더욱 우수하고 합리적인 곳을 지향하므로 발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을 겪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도태된다. 도태되지 않는 학문이 되기 위해서는 검증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검증이라는 거름망을 통과하여 발전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상의학이다. 사상의학은 증후가 같더라도 사람이 다르면 사용하는 약물이 달라야 한다(같은 陰虛證이라도 태음인은 女貞實, 소양인은 熟地黃, 태양인은 赤何首烏, 소음인은 白芍藥). 사람의 옳지 못한 심성과 욕심으로 인한 지나친 감정 등이 발병의 중요한 내인(七情傷은 외인)임을 밝히고, 기존 한의학에서 자세히 밝히지 못한 수양법과 섭생법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필자는 현시대를 기준으로 사상의학이 과거 처방들의 미비점을 보완한 개별맞춤 의학으로서 한의학 발전의 정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속적으로 수정하여 변화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사상의학은 기존 한의학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다. 한의학이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최신형으로 버전업되고 업그레이드된 학문이다. 사상의학을 대하는 현대 한의사들에게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무학회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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