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601)「內醫院先生案」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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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601)「內醫院先生案」①
  • 승인 2013.09.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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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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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식과 임상의들의 향연

「내의선생안」은 조선시대 醫學三司 가운데 으뜸인 내의원에서 내의로서 근무한 의관들의 인적사항과 활약상을 기록한 일종의 간략한 인물지이다. 여기에는 의원 개개인 별로 자, 호, 본관, 출생년, 入院한 해 등이 기록되어 있어 내의원 소속원들의 인명부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지만 당대 인물만 기록한 것이 아니고 상하 수백 년 동안의 기록을 누적시켜 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명부와는 역사적 가치에 있어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 「내의원선생안」

또한 原任, 久任들의 간략한 인적사항이 활동시대 순으로 누적되어 기록되어 있고 그들의 활동배경이 되는 부, 조, 증조로 이어지는 가계와 외가, 처가에 이르는 성장배경 등이 망라되어 있어 동시대 한 인물을 다각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초정보가 포괄되어 있어 자료가치가 크다.

또한 이러한 선생안류는 대부분 중인신분인 의관들의 가계가 분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족보나 문집 등 인물연구에 필수적인 기록 자료들이 거의 희소한 상황에서 생몰년 확인, 주요 업적 등 왕조시대 기술직 중인들의 삶과 활약상을 조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간 이러한 부류의 先生案이나 醫科譜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대개 그간의 연구들은 의관을 비롯한 譯官, 算士 등 기술직 중인들이 서로 간에 通婚과 인적 결속을 통해 세대 간에 신분과 직업을 전승하고 專有化했던 신분질서상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사회사적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사회사적 관심보다는 단지 의학사적 입장에서 허준을 비롯한 이들 내의원 의관들의 계통성과 주체의식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접근해 보왔다. 다만 아쉽게도 현재 우리에게 전해진 「내의선생안」은 허준시대 당시의 것이 아니고 훨씬 후대에 추록하여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 선생안에는 당시부터 역대로 켜켜이 누적하여 기록한 역사적 사실들이 집적되어 있기에 참고가치가 크다.

이 선생안은 필자가 이미 오래 전인 2004년 허준기념관 개관을 앞두고 강서구로부터 도록 집필을 의뢰받아 소장유물과 서책류의 수록대상 여부를 검토하던 중에 처음 발견하여 이듬해인 2005년 3월에 펴낸 허준박물관 도록 발행시에 본문에 담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선생안에 기록된 내용들의 연구 가치와는 별개로 허준의 이름으로 작성된 서문과 고종 재위 무렵까지 이어지는 기재내용의 사실성에 대해 학술적 논란의 여지가 있어 상세하게 검토되지 못한 채 단순히 소장유물을 소개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그 후 2007년부터 본격화된 동의보감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동의보감」 이외의 허준의 저작물을 정리하고 그 학술가치를 재조명할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2013년 동의보감 간행 400주년을 맞이하여 허준과 당대의 의학발전상을 집중 조명할 허준의학전서를 기획함에 따라 허준의 저작 가운데 하나로 편입하여 이를 번역하여 펴내기로 하였다.

영인해제 9종과 번역서 8종, 총17책으로 발행된 허준의학전서의 끄트머리를 장식한 이 선생안은 기존에 소개한 「역대의학성씨」와 함께 당대 허준의 활약상뿐 만 아니라 그가 철저한 역사의식과 의원으로서의 소명의식을 지녔던 인물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산청전통의약엑스포의 주학술행사로 개최되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서 세계의 석학들에게 허준의학전서를 선보임으로써 한국의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로 하였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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