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599) 「鳳城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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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599) 「鳳城集」
  • 승인 2013.08.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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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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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퇴치와 축적된 임상지식

조선 후기를 통털어 가장 백성을 괴롭혔던 질병으로 종기와 두진을 들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책 또한 역병의 대표주자라 할 두창 치료법을 논한 의방서 가운데 하나이다. 저술시기와 관련해서는 대략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에 지어진 것으로 여겨지나 간행사실이 알려진 바 없고 확실한 고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봉성집」

 

 


이 책의 주요 내용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三山尹氏의 痘瘡經驗方 - 「鳳城新方」(170회, 2003년 9월1일자) 제호로 소개한 바와 대략 비슷하리라 보인다. 이 책의 서명은 「鳳城新方」 혹은 「鳳城神方」 등으로 전래되어 오고 있는데, 전본마다 내용이 조금씩 달리 전해지고 있기에 그 계통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 본문 가운데 허준의 「두창집요」나 박진희의 「두창경험방」이 채록되거나 원용된 것으로 보아 두 가지 문헌이 나온 이후에 작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저자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는데, 대개 尹志五, 혹은 尹志浩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尹氏痘瘡經驗方’이라고도 불린다. 또 간혹 내용 가운데 乙未經驗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헌길과 동시대 혹은 조금 뒤늦은 시기에 활약한 인물로 보인다. 아울러 책 이름의 鳳城은 저자가 살았던 근거지를 따라 붙여진 것으로 여겨지는데, 영남의 三嘉 지방(지금의 경상남도 합천군 삼가면)을 말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외에도 전라도 남원을 비롯해 여러 지방에서 鳳城이란 지역명으로 불린 사실이 있어 확정하긴 어렵다.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痘疾禁忌·初痛三朝·出痘三朝 등 두창에 관련한 변증단계별 치료법에 대해 각종 사항을 적고 있다. 본문은 소주제 별로 나누어 증상의 경과와 변증 요령을 적고, 그에 대한 증상과 처치법을 밝혔으며, 처방과 풍부한 경험 사례를 덧붙여 놓아 참고하기 좋다. 기존의서의 권위와 전래되던 두창치법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겪은 경험에 따라 새로운 처방과 증상별 가감법, 조리법을 폭넓게 제시하고 있기에 신뢰감을 더해 준다.

특히 그는 당시 유행한 두창이 이전에 비해 허약한 경우가 10에 8,9요, 실증인 경우는 10에 1,2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淸凉疎瀉하는 약만을 위주로 해선 생명을 구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初症의 未發과 發出을 가려 取汗和解하는 약과 散熱化毒하는 탕제를 구분하여 쓰고 이어 補血補脾하는 탕제를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오늘 소개하는 「鳳城新集」은 「봉성신방」의 이사본으로 권두에 鳳城集序가 있고 이어 飮食諸方과 음식금기가 먼저 실려 있다. 저자는 급성열성전염병인 두창에 대해서조차도 補脾 위주로 처치해야하며, 시초부터 다 나을 때까지 음식을 순조롭게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담담한 음식을 먹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 책에 제시된 권장음식으로는 녹두죽, 적소두죽, 숫돼지고기, 조기, 광어, 복어, 잣, 호두, 군밤, 무른밥 등을 들었는데, 찹쌀죽은 가볍게 사하는데 좋고, 메밀죽은 起脹시에 먹일 수 있다고 한다.

이어 본론에서는 辨痘症, 表裏虛實論, 虛實相似論, 五陷論 등 병론이 수재되어 있고 곧이어 出痘三朝, 起脹三日, 貫膿三日, 收靨三日 등 단계별 처치법이 열거되어 있으며, 落痂後諸症通治法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경험한 痘方文에는 사물탕을 비롯해 導赤散, 蜜導法, 鷄冠血酒法, 甘吉湯으로부터 사황산, 포룡환, 소아청심환까지 60여방이 수록되어 있다. 또 권미에는 특이하게 四時用藥論이 추록되어 있는데, 4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치방을 사용하는 것이다. 봄에는 강활탕, 여름에는 오령산, 가을에는 삼소음, 겨울에는 오적산을 활용하는 방법인데, 변화가 잦은 환절기에 고려해 봄직하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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