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내부, 기본적 합의 있어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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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내부, 기본적 합의 있어야하지 않나
  • 승인 2013.07.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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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승

장욱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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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욱 승
경기 용정경희한의원 원장
7월 14일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 임시총회(이하 임총)에서 작년에 논의가 끝난 줄만 알았던 첩약건보 시범사업 계획이 부활했다. 작년 11월에 시범사업 논의 자체를 거부한 대의원들의 결정이 채 1년도 되지 않아서 뒤집어졌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사안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임시총회 할 때마다 결과가 달라진다면 앞으로 대의원제도의 신뢰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민족의학신문 886호 시평에서도 같은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대의원제도나 형식적인 면은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남긴 게 사실이다.

과정도 과정이지만 시범사업 협의에 참여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도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의계 내부에서 기본적인 합의사항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

첫째, 한방 첩약의 특수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양방처럼 완제품을 주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자동차보험에서도 일당 탕전료와 진료비가 산정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건당 총액제 개념인데 이것을 건강보험 형태에서도 인정받아야 한다. 침구치료도 결국 양방의 수가형태를 그대로 따르다보니 건강보험 수가가 형편없이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현재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둘째, ‘65세 이상’같은 연령제한보다는 질병중심의 설계가 필요하다. 건강증진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민건강 개선과 질병치료라는 의료의 대전제와 앞으로 한방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질병중심의 설계가 절실하다. 한의학에서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였던 중풍환자 관리와 회복치료, 최근 증가하는 암환자의 한방치료와 회복관리 등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만 국민들 만족도도 더 높아질 것이다. 시범사업이라 할지라도 질병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인이 중심이 되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2000억원 정도의 예산이라고 작년에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했었는데 실제로 한의계 발전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서 제대로 쓰여진다면 한의계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 여건은 그렇지 않다는 우려 또한 많은 게 사실이다. 수가 문제부터 의약분업 논의까지 실제로 협상에 들어갈 때 생기는 문제점을 생각한다면 필자 또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지 회의적이기도 하다.

다만 대의원 회의결과도 그렇고 대다수 한의사들이 갈팡질팡하는 현 시점에서 한의계 내부에서 합리적인 합의사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한의계 내부의 혼란도 막을 수 있고 국민과 정부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2008년도 고운맘카드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양방의 산전 진단 진료비 지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때도 안이 어느 정도 정해진 상태에서는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협회에서 반대한 사안도 거의 통과되었다. 대신 바우처 사업이었기에 상대적으로 예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의사들 반발도 심각하진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 비용 역시 건강보험에서 지불되는 비용이기에 우리 한의계 역시 참고할 만한 사안이기는 하다. 다만 저출산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절실했던 만큼 국민 저항도 거의 없었고 정치적 문제도 적었다. 첩약 건보와 관련된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는 사실 정부와 한의계 모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시대적 과제 없이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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