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빛내는 석학들(5) 동아시아의학의 세계적 학자 폴 운슐트 (Paul Unschuld)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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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빛내는 석학들(5) 동아시아의학의 세계적 학자 폴 운슐트 (Paul Unschuld) 박사
  • 승인 2013.07.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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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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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問 번역 역사에 한 획… 難經 연구에도 일가견

 

◇「Huang Di Nei Jing Su Wen

2011년 소문 영역본 출판 방대한 주석 작업 절로 감탄 근현대 중국과 일본의 주석서까지 포함 1985년 「Medicine in China」 출간 상나라부터 당대까지 연구 유럽의학사도 함께 다뤄 2011년 7월, 황제내경 소문(素問)의 영역본(「Huang Di Nei Jing Su Wen Volume 1 & Volume 2」)이 출판되었다. 황제내경 번역본은 수십 년 전부터 출판이 되어 왔지만(예, 「Yellow Emperor’s Classic of Inner Medicine」(1972) 역자: Ilza Veith), 2011년 판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 그 외형에서부터 독자를 압도한다. 두 권의 두꺼운 책으로 분권된 이 영어로 된 소문의 전체 분량은 총 1550여 페이지에 달한다 (1권 798페이지, 2권 754페이지). 책의 부제(副題)에는 ‘Annotated Translation’[역주]이라고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역주가 포함하고 있는 주석의 양이다. 역대 의가들이 시도한 내경에 대한 방대한 주석 작업이 소문의 본문 번역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또한 이 책이 포함하고 있는 의가의 범위 또한 광범위하다. 王??, 張介賓, 李中梓 등 역대 중국의 내경 주석가는 물론이고 일본 丹波元簡의 내경 주석까지 포함하고 있다. 더욱이 근/현대 중국과 일본의 내경주석서까지 포함하고 있는 이 책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선 내경 주석의 집합체라 할 만하다. 내용을 살펴보면 난해한 소문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역자의 노고가 묻어난다. 독일의 의사학자 폴 운슐트 (Paul Unschuld·70)가, 테세노우(Tessenow)와 함께, 그 쉽지 않은 역자의 역할을 맡았다. 운슐트의 작업은 소문 번역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2003년에 소문을 번역하고 (「Huang Di Nei Jing Su Wen: Nature, Knowledge, Imagery in an Ancient Chinese Medical Text」 (2003)) 2008년에는 Tessenow와 함께 황제내경 사전을 출판(「A Dictionary of the Huang Di Nei Jing Su Wen: A Volume of the Huang Di Nei Jing Su Wen Project」)했었다. 그리고 2011년에는 그 동안의 경험과 학문적 성과를 총집결해서 서두에 언급한 2011년 소문 역주출판을 하게 된 것이다.

◇「Medicine in China」

운슐트는 동아시아 의학사에 관한 세계적인 학자이다. 그가 견지하고 있는 세 가지 정도의 학문하는 자세가 그를 세계적인 학자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학문적 범위이다. 그가 다루는 의사학의 범위는 그야말로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이다. 그의 대표적 저작 중의 하나인 「Medicine in China: A History of Ideas」(1985)는 고대 중국 상나라의 의학에서부터 당대의 중의학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폭넓은 시대적 안목을 통해서 그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운슐트의 이러한 학문적 자세는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판된 「의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Medicine 2010, 홍세영 역)」에서 잘 나타난다. 동아시아의학사 뿐만 아니라 유럽의학사를 함께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의학사상의 발전을 논하면서 그 다양성을 관통하는 의료와, 그 의료가 진행되는 사회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시대를 뛰어넘으려는, 동서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운슐트를 세계적 학자라고 부르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둘째, 운슐트는 근간이 되는 의서를 연구한다. 그는 1986년에 이미 난경(難經)의 영역본을 출판한 (「Nan-Ching: The Classic of Difficult Issues」) 난경 연구자이다. 난경 번역본도 2011년 소문 번역의 경우와 같이 역주의 형식을 통해 여러 의가들의 난경 주석을 함께 번역/소개하고 있다. 내경, 난경과 같은 경(經)의 반열에 오른 의서의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학을 연구하려는 후학들이 거쳐가지 않을 수 없는 학문적 맥을 운슐트는 짚고 있는 것이다.

 

◇「What Is Medicine?」

마지막으로 생산성이다. 운슐트가 발표하는 책들을 살펴보면, 방대한 학문적 작업을 길지 않은 시간에 완수하는 그의 학문적 성실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역대의가들의 주석을 아우르는 내경과 난경의 역주 출간과 함께 Medicine in China 시리즈를 운슐트는 출간하고 있다. 「Medicine in China: A History of Ideas」(1985), 「Medicine in China: A History of Pharmaceutics」(1986) 「Medicine in China: Historical Artifacts and Images」(1999)가 그 시리즈의 목록들이다. 운슐트 책들의 전체 목록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 시간에도 책상에 앉아 있을, 이제는 일흔이 된, 쉬지 않는 노학자의 뒷모습이 상상되곤 한다.

 

운슐트의 2011년 판 황제내경 소문 역주는 놀라움과 함께, 아쉬움을 한국의 독자들로부터 자아내게 한다. 인용된 방대한 내경에 관한 문서 중 한국에서 출판된 문서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석곡 이규준(1855-1923)의 「소문대요」와 그가 소문을 바라보는 관점을 밝히고 있는 소문부설(素問附說)의 다섯 편의 논문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법한데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출판된 소문에 관한 글은 배제 되어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앞으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한의학이 동아시아의 역사 속에서 그 의학적 발전을 위해 기여한 노력들에 대해 국외의 학자들과 임상가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음을 운슐트의 소문 역주는 은연 중에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9월 산청에서 열리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행사를 잘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더 많은 연구자들과 임상가들이 참여하여 한국의 한의학도 전체 동아시아의학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외국의 참여자들에게 분명히 알렸으면 하는 생각이다. ICTAM이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대회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김태우 /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료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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