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참가하는 석학들(3)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 폴커 샤이드(Volker Scheid)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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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참가하는 석학들(3)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 폴커 샤이드(Volker Scheid) 회장
  • 승인 2013.06.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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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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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의학의 표준화를 비판하다

폴커 샤이드(Volker Scheid) 회장 중의학의 표준화를 비판하다 2002년 「차이니즈 메디슨…」 인류학적 연구 중국 중의학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꼽혀 2007년 「커런츠 오브… 차이니즈…」 발표 중국 강남-맹하 학파 400년 역사를 재현 폴커 샤이드(Volker Scheid·55)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의 주최학회인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의 회장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트(Westminster)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아시아전통의학회의 회장을 맡을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전통의학회는 의료인류학자, 의사학자, 임상가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학회인데, 샤이드는 이 모든 직함을 가지고 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의료인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그 후 의료인류학과 의사학을 포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의학 임상가이기도 한 그는 영국 런던에서 클리닉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샤이드는 자타가 공인하는 당대 중의학의 전문가이다.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

수년간의 중의학에 대한 인류학적 현지조사의 결과물인 「차이니즈 메디슨 인 컨템퍼러리 차이나 (당대 중국의 중국의학), Chi 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 Plurality and Synthesis」를 2002년에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중의학 전문가로 자리를 잡았다. 당대 중의학을 지금의 모습으로 존재하게 하는 정치적, 사회적, 역사적, 의학적 맥락을 포괄하고 있는 이 책은, 중국의 중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이다.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를 읽고 있으면,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의 탄생 이후 중국 전통의학의 극심한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 근·현대의 시대에 전통의학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중의학이 경험한 변화는 비할 데 없이 급격했다. 무엇보다도, 그 변화가 사회주의 국가 안에서 전체주의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이 중국 중의학을, 변화의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한다. 중국식 변증론치를 중심으로 한 국가주도 표준화는, 사회주의 정부의 통제 하에 있는 전국 중의대와 중의학 병원에서 일사분란하게 교육되고 실천되었다. 중국의 중의학은 전 세계 의료의 역사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은 의학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중의학의 특수성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먼저 요즘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체 동아시아의학의 TCM으로의 표준화가 어불성설이라는 걸 말해준다. 중국 사회주의 근대화의 매우 특수한 변화를 체화한 중의학이 동아시아의학을 대표할 수는 없다. 중의학의 특수성은 한의학이 중의학과 관계를 맺을 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 때, 항상 염두해 둬야할 부분임을 샤이드의 연구는 또한 시사하고 있다.

 

◇「Currents of Tradition in Chinese Medicine」

샤이드는 2007년에 「커런츠 오브 트레디션 인 차이니즈 메디신 (중국의학의 학파들) 1626-2006 (Currents of Tradition in Chinese Medicine 1626-2006)」발표하여 의료인류학자이면서 의사학자인 자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중국 江南, 孟河학파의 약 400년의 역사를 재현해 내고 있는 이 책은, 동아시아의학에서 중요한 의료/사회적 현상인 학파를 의료인류학적, 의사학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이들 두 책의 출판과 함께 샤이드는 임상 연구 논문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논문에서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인류학자와 의사학자의 시선으로 동아시아의학에 대한 임상연구를 고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로는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 What are we investigating? The Case of Menopause” “The Treatment of Meno pausal Symptoms by Traditional East Asian Medicine: Reveiw and Perspectives” 등이 있다) 임상연구와 의사학/의료인류학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의 지점을 이들 연구들은 보여 준다.

샤이드의 저작들을 읽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사실은, 중의학을 깊이 있게 연구한 그가 중의학의 표준화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저작들에는 중의학의 표준화를 비판하는 두 개의 비유가 등장한다. ‘트로이 목마’의 비유와 ‘맥도날드’의 비유가 그것이다.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에서는 트로이 목마의 비유를 들며 중의학식 표준화를 비판한다. “당대 중국의학의 주창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주된 전략, 즉 중의학은 서양의학을 모델로 한 객관화의 표준과 체계화 위에서 존재해야 한다는 전략은, [중국 의학] 전통의 심장부에 잠입한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다. 당대의 중의학이 그 스스로를 정의하기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념들은 본질적으로 서양의학을 위한 개념들이다.

만약 중의학이 이런 개념들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것은 오직 새롭고 자주적인 담론을 만들어 냄으로써 가능할 것이다.”(p. 26).

서양의학의 개념과 서양의학을 모델로 한 표준화 체계를 ‘자주적인 것’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그 개념들과 표준화 체계가, 철옹성 트로이를 멸망에 이르게 한 트로이목마의 역할을 할 거라고 충고하고 있다.

「Currents of Tradition in Chinese Medicine 1626-2006」에서는 중의학의 표준화에 대한 좀 더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중의학의 점점 강화되는 표준화와 [정부의] 규제는 그것을 [전세계 시장에서] 빨리 움직이게 하고 있다… 맥도날드처럼… 중의학이 폭넓게 환영받고…있는 것은…그것이 쉽게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처럼, TCM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또한 중국의학에 대한 다른 비전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분개를 사기도 한다” (p. 393).

수천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의학을 다국적 기업의 대명사인 맥도날드에 비유하는 것은 중의학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잘 알려진 맥도날드를, 인류의 보다 나은 건강을 추구해야 할 중의학에 비유한다는 것은 학자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당대 중의학의 권위자이면서 본인이 직접 중의학을 시술하는 임상가인 샤이드가 그의 책에서 공식적으로 전개하는 이러한 비판들은, 동아시아 의학의 언어와 사유의 방식을 담아내지 못하는 중의학식 표준화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 보인다.

샤이드의 중의학 표준화에 대한 비판은 우리 한의학에도 중요한 논의의 지점들을 제시한다. 표준화가 필요하다면 그 표준화를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질문들이 있다는 것을 샤이드의 연구들은 시사한다. 표준화는 더 효능 있는 한의학을 가능하게 하는가? 표준화는 한의학의 장점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가? 한의학의 표준화는 문제 많은 중의학식 표준화를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금 추진되고 있는 표준화 방향은 서양의학의 언어와 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한의학의 표준화는 한의학 전통의 심장부에 트로이 목마를 들이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인가?

그러한 부작용을 넘어설 수 있는 한의학에 걸맞은 한의학적 표준화는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은 반드시 물어져야 한다는 것을 샤이드의 연구는 촉구하고 있다. 9월 산청에서 샤이드는 기조발표를 하기로 되어 있다. 샤이드가 지금의 중의학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직접 들어보고 싶다.

김태우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료인류학

쭑「Currents of Tradition in Chinese Medicine」 (위)과 「Chinese Medicine in Contemporary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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