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비평 | 총 균 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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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비평 | 총 균 쇠
  • 승인 2013.06.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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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옹

정유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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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著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사 刊
학부시절부터 지금까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지구라는 같은 땅에서 서양에서는 서양의학이 나오고, 동양에서는 한의학과 같은 전혀 다른 전통의학이 발전하게 되었을까? 일제 강점기 초까지만 해도 우리 땅에서는 한의학이 주름 잡고 있었는데 왜 서양의학이 대중적인 의학이 되었을까?”
이러한 의학의 불균형 현상에 대한 의문은 계속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우연히 서가에 꽂혀 있는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총, 균, 쇠’를 읽어 보았다. 이 책은 1998년도에 한국에서 출간되었는데 모 한의대에서 신입생을 위한 권장도서로 선정할 정도로 스테디셀러이다.
저자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대륙과 지역 간의 불균형을 자신의 자연과학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고고학, 진화생물학, 생태학, 문화인류학, 언어학 등의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루해지기 쉬운 주제에 대해 여러 관점을 아우르며 풍부한 예시를 통해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면 유럽의 정복자들은 총·균·쇠라는 세 가지의 문명의 혜택으로 남북 아메리카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동아시아도 정복하려 했지만 오히려 풍토병으로 인하여 실패하기도 하였다. 저자는 남북아메리카가 정복된 것을 단순히 미개인들이 문명인들에게 지배당한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것을 지리적, 환경적인 원인으로 보았다.
유럽에서 농작물 생산을 하게 되고, 여러 가축을 기르게 되고, 정착하여 사회를 형성하고, 쇠를 사용하게 되고, 공동생활을 하면서, 오염이 되고 균이 전파되어 유행병이 나타나게 된다. 신대륙에서 유럽의 정복자들은 유행병을 전파하여 수렵채집 위주의 생활을 하던 원주민을 몰살시켜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정복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총은 당시 신대륙에 처음 등장한 무기였고 원주민들은 대량학살을 당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앞서 필자가 고민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주장을 통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유럽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왜 전혀 다른 의학이 형성 되었을까? 저자는 유럽과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분열과 통일의 차이라고 했다. 유럽은 지리적으로 많은 반도와 산맥으로 인해 분열되기 쉬운 반면 중국은 지리적으로 강이 발달되어 있고 운하가 건설되는 등 동서와 남북이 연결되기 쉬운 장점이 있어 통일된 나라가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따라서 유럽에서는 통일되지 못하고 분열된 반면에 자기나라에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신대륙으로 뻗어나갔다.
의학에 있어서 저자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분열된 나라를 지키고 전쟁에 대비하고 공동체 생활로 인한 유행병에 대처하기 위한 의학이 발달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통일된 나라를 바탕으로 하여 전쟁을 대비하기보다는 대부분 그 지역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의학이 발전하게 된다. 유럽에서는 외과가 발달하고 균에 대비한 의학이 발전된 반면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내과가 발달하고 자연친화적이고 양생을 중요시하는 의학이 발전하게 된다.
유럽의 정복자들과 제국주의자들이 동아시아에서 침략전쟁을 도발하면서 동아시아의 전통의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전쟁의 외과적 상처에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진통제와 항생제에 전통의학은 기를 펴지 못하게 된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의 지배자들은 전쟁의 두려움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서양적으로 개조하게 되었고 의학도 전통의학보다는 전쟁에 어울리는 유럽의 의학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유럽의 의학을 국가적으로 육성하여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게 되고 전통의학은 점점 제도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과 환경의 영향으로 어쩔 수 없이 당연하게 지금과 같은 불균형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유럽의 식민지 지배는 인종 차별적으로 우수한 인종들이 저능한 인종들과 경쟁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기존의 학설에 반기를 든 것으로 의미는 있다. 하지만 환경이라는 또 다른 차별로 지배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범할 수도 있다. (값 2만8000원)

정유옹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사암은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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