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류학자 김태우 교수 기고: ‘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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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류학자 김태우 교수 기고: ‘9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 연재를 시작하며…
  • 승인 2013.05.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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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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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들이 보는 ‘아시아적 지혜의 총화’
세계적 의사학자-의료인류학자-임상가들 대거 방한
‘산청엑스포’ 맞아 아시아 전통의학 고민들 한자리에

의사학(醫史學) 연구는 한의학에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역사를 연구하는 의사학자는 직접 의료행위(medical practice)를 하는 한의사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무엇보다도, 한의사는 역사 안에 있지만, 의사학자는 역사 밖에 자신을 부단히 위치 지우려 한다는 사실이 그 관계를 대변한다.
역사 안에서 역사를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역사적 컨텍스트(context) 밖에서 역사적 흐름에
◇김태우 교수
시선을 던지며, 그 궤적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의사학자들은 수행한다. 하지만 의료 행위의 주체는 한의사들이므로 의사학자는 그 주체들의 행위와 그 행위의 흔적들[의서(醫書), 의안(醫案), 인물자료 등]에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한다. 그 배움이 깊을수록, 그리고 그 배움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통찰할수록, 주목받는 역사적 해석이 탄생된다. 그리고 그 해석은, 학문적 논쟁과 합의를 통해서 어떤 시대의 의료현상을 지시하는 ‘역사’가 된다.
인류학의 관점에서 한의학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자 또한, 이와 유사한 관계를 한의사와 맺는다. 한의사는 사회문화적 컨텍스트 안에 존재하지만 의료인류학자는 그 컨텍스트 밖에서 한의학을 바라보고자 한다. 의료인류학자들 또한 의료행위의 주체인 한의사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우고자 한다. 의사학자들이 사료에 드러난 의료행위를 통해서 배운다면, 의료인류학자들은, 현지조사를 통해서, 당대 행위자들의 의료행위를 직접 참여관찰하면서 배우고자 한다.
이러한 의료인류학자들의 연구는 정치적, 경제적, 제도적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한의학의 당대 존재 방식을 드러내 보인다. 의사학과 의료인류학은 어떤 시대에 의료가 존재하는 방식을 ‘조망’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의사학자 킴 테일러(Kim Taylor)의 「Chinese Medicine in Early Communist China, 1945-63」은 중국 사회주의정부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서 진행된, 중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TCM)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중국의학의 탄생을 드러내 보인다. 또한 의료인류학자 포커 샤이드 (Volker Scheid)의 「Chinese Medi cine in Contemporary China」는 당대 중국의 중의학이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조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인다.
이러한 ‘드러내 보임’은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들이 스스로를 역사적, 사회적 컨텍스트 밖에 위치시키는 포지셔닝(posi tioning) 때문에 가능하다. 그 포지셔닝의 결과로서 연구대상을 조망[眺望: 먼 곳을 바라봄]할 수 있는 학문적 거리가 확보된다.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의 학문적 조망은 하나의 의학이 외부에 소개되고 이해되는데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한다. 마치, 일본 문화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국화와 칼」이 드러내 보이는 일본문화를 통해서 일본을 이해했듯이,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의 ‘조망’은 하나의 의학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사학과 의료인류학은 상보(相補)적이다. 지금의 의료를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은 ‘당대의 의료행위가 어떠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형성 되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위하여 의사학 연구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의사학자 또한 의료인류학의 당대 연구를 통해서 자신들이 바라 본 역사적 맥락이 어떻게 당대에 귀착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하여 의사학과 의료인류학 연구의 결과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우리는 어떤 의학의 총체적 모습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앞에 언급한 테일러와 샤이드의 연구를 합치면 당대의 중의학이 어떠한 근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지금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조망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2013년 9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의사학자, 의료인류학자들이 대거 한국을 방문한다.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기간에 열리는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ICTAM)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 그리고 임상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IASTAM)에서 개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 한의학에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명망있는 의사학자, 의료인류학자학자들이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서 ‘조망’하고 있는 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해서 직접 들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이들 학자들의 연구들은, 아시아 전통의학(아유르베다, 우나니, 티벳의학, 타이의학, 일본의 캄포, 중국의 중의학, 대만의 중국의학 등등)이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발전해 온, 질병과 고통에 대처하는 아시아적 지혜의 총화임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오고 있다. 아시아 전통의학들은 각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근대의 도래 이후 같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서양의학과 과학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근/현대라는 시대에 어떻게 전통의학을 자리매김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모든 아시아 전통의학이 공유하고 있는 고민이다.
이번에 방한하는 학자들의 연구는, 지금의 시대를 사는 아시아전통의학들의 고민과 이 곤란(困難)한 시대에 대한 각각 전통의학의 반응들을, 의사학과 의료인류학이 만들어 내는 총체적 그림을 통해서, 보여 주고 있다. 앞으로 민족의학신문의 지면을 통해서 이 글 이후에 연재될 글들은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들이 그동안 조망한 아시아 전통의학의 내용들을 소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국제아시아전통의학회 소속 학자들의 저작들을 짚어보는 작업은, 하지만, ‘아시아 전통의학에 대한 소개’ 이상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즉, 의사학자와 의료인류학자들에 의해 조망된 아시아전통의학들의 근/현대 존재방식은 같은 시대, 같은 고민을 앓고 있는 한의학에 의미심장한 참고자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서 제시될 아시아전통의학과 한의학에 대한 비교 고찰이 한국 한의학에 건설적인 힘으로 발휘되길 고대해 본다.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료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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