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우리 사회, 한의학은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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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우리 사회, 한의학은 어디로 가야 할까
  • 승인 2013.05.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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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재

배선재

6inl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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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서 공중보건의 복무를 마친 필자는, 매주 서울과 목포를 오가는 생활을 최근까지 이어왔다. ‘주말 서울시민’이 필자 외에도 많았던지, 금요일 저녁과 월요일 새벽의 버스 혹은 KTX는 예매 경쟁이 언제나 치열했다.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남아있는 좌석을 확인하며, 가능한 선택지 중 가장 편안하게 오래 쉬면서 갈 수 있는 차편을 낚아채는 스릴(?)을 매주 즐길 수 있었다. 가끔 버스터미널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나보다 10년 전에 이 병원에서 공보의 생활을 하셨던 선생님들은, 인터넷 예매도 스마트폰 예매도 없던 시절에 대체 어떻게 예매를 하셨을까?

현대 사회의 변화는 눈부시다. 아니, 눈부시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눈부시다. 삐삐의 ‘부우웅~’ 하는 진동음에 깜짝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글쎄 걸어 다니면서 전화를 하다가, 이젠 300km/h로 날아가듯 달리는 기차 안에서 세계 각국의 학술 논문을 검색하는 시대가 되었다.

의료 환경 역시 결코 예외가 아니다. 대학생 벤처로 창업해 지금은 손 꼽히는 의료 IT 회사가 된 모 업체의 대표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대학생 때 컴퓨터를 좀 만질 줄 안다는 소문이 났더니, 동네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보험 청구 프로그램을 좀 만들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에 매달 말일이면 온 식구가 매달려서 수기로 정리하고 청구하고 하느라 하루 이틀을 꼴딱 샜다나? 그래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드렸더니 그 시절에 제법 큰 돈을 주시더라고. 그걸로 등록금도 내고 차도 뽑았지. 하하…”

그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보험 청구가 전산화되는가 싶더니, 어느새 지금은 컴퓨터 기술 발달로 의사의 역할이 위협받네 마네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야 말았다. 실로 상전벽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우리가 아무리 전통 의학을 고수하고자 해도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함께 변화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이다. 그 외의 선택은 없다. 공산권 지도자들의 유해처럼 ‘전통’ 의학으로 박제되어 관광상품쯤으로 전락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면.

하지만 많은 이들은 반문할 것이다. 한의학이 전통적 지식체계를 내다 버리고 다른 길을 찾아 나서면 과연 존재의 가치가 있겠냐고. 지당한 지적이다.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차별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서양의학, 혹은 생의학(biome dicine)과 대별되는 독특한 이론 체계, 보다 상세히 말하자면 망문문절의 사진으로 대표되는 독창적인 정보의 수집 과정, 그리고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처리하여 한의학만의 독특한 진단을 내리는 사고 과정, 그리고 이들에 기반한 의사 결정 과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시대의 한의사, 그리고 한의 연구자들에게 요청되는 것은 한의학의 창조적 계승 발전이라 할 수 있겠다. 창조적 계승 발전,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인 과거 지식의 수용도 아니고, 지금까지의 성과를 외면하고 완전히 새로운 의학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이 두 가지보다 더욱 어려운 과제가 바로 ‘계승 발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희망도 갖게 된다.

Kmwiki를 통해, 그리고 민족의학신문 지면을 통해 이어갈 졸고를 통해, 한의계, 의료계, 나아가 사회 전반의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한의사들과 한의 연구자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Kmwiki 칼럼에 붙인 한의학 이정표라는 과분하고도 거창한 이름 또한 그런 맥락에서 감히 붙여보았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 이렇게 큰 과업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메일(6inlor@gmail.com) 혹은 kmwiki 리플을 통해 선후배 및 동료 제현과 대화하며 새로운 캔버스에 그릴 그림을 한 조각, 한 조각씩 함께 구상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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