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쇄국정책인가 개화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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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쇄국정책인가 개화정책인가
  • 승인 2013.04.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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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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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의사

최근 41대 대한한의사협회회장은 취임식에서 언론에서 보도된 천연물신약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하여 천연물신약의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으며 해당 의약품을 즉각 회수·폐기하고 전문의약품에서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년 천연물신약 논란을 보면서 구한말의 혼란기가 떠올랐는데 이번 집행부의 천연물신약 발암물질 문제제기를 보면서 대원군의 쇄국정책과 척화비가 떠오른 것은 필자뿐일까?

쇄국정책(鎖國政策)은 외국의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책으로, 정치·외교·통상에서는 이윤의 확보나 자기 방위 및 국제적 고립 상태의 유지가 불가피할 때 외국인의 입국이나 무역을 통제하는 정책을 일컫는다.(위키백과)

조선 왕조는 명청의 교체기에 청을 인정하지 않다가 병자호란을 겪었으며 삼전도의 굴욕과 함께 항복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조선말기까지 쇄국정책을 유지하였으며 대원군은 1864년 집정 후 왕권확립을 위해 국정 전반에 걸쳐 개혁을 단행하였으나, 외교 면에서는 여전히 청을 제외하고는 척양(斥洋)·척왜(斥倭)강경책을 주장하였다. 이후 서구열강의 문호 개방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척화비(斥和碑)를 전국에 세워 쇄국정책을 더욱 강화하였다. 이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제국주의 열강으로부터의 국권수호와 함께 문호개방의 필요성이 공존하였으나 시대의 흐름을 외면하고 문을 걸어 잠그고 고립을 자초함으로 인해 외세에 의해 타의로 문호 개방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일 것이다.

반대로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는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유신이 있었다. 료마는 하급무사였으나 쇄국과 개화의 갈림길에서 과감한 결단으로 동맹을 맺고 역사를 개척한 인물이다. 가치평가는 잠시 차치하고 료마 이후 일본은 서구열강을 따라잡기 위해 개혁을 모색하고 근대화와 제국주의 육성, 부국강병에 노력하여 단시간 내에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료마를 1866년의 에도막부 타도와 메이지유신에 영향을 주어 오늘의 일본을 있게 한 인물로 생각하여 존경하고 사랑하며 많은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다.

대원군의 척화비의 내용은 “서양 오랑캐가 침입하는데 싸우지 않으면 화해를 하는 것이니, 화해를 주장하면 나라를 파는 것이 된다. 우리의 만대자손에게 경고하노라”라는 것이다.
잠시 시대의 흐름을 보자. 한국한의학은 현대한의학으로서 근거중심의학을 받아들이고 임상근거창출과 융합의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천연물신약은 임상시험을 거쳐 의약품의 조건인 안전성, 유효성 정보를 갖추고 GMP시설에서 품질관리를 거쳐 생산되는 현대화된 한약으로 미래 한약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천연물신약에서 미량의 발암물질이 나왔다고 폐기와 전문의약품 허가취소를 논한다는 것은 대원군이 쇄국강경책을 쓰는 것과 같다.
한의사협회는 천연물신약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 “천연물신약은 발암물질이 있는 가짜양약이니 이를 사용하면 국민건강에 해를 끼치게 된다. 전국의 한의사들은 절대 쓰지 말라고 경고하노라”라는 척화비를 건립하고 한의사들이 이윤확보와 자기방위를 위해 전통적인 탕약만 쓰도록 문을 걸어 잠그고자 하는 것인가?

‘한의학, 서양의학을 만나다’를 쓴 구결성은 “금원사대가로부터 청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의학자들은 한 순간도 스스로의 한계를 만들어 자신만의 ‘특징’에 안주하여 스스로 진화 및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중서의학을 불문하고 그 진화 및 개선이라는 데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임상에서 실제적인 난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모호하지 않아야 하며, 다른 하나는 현대과학과 소통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는 지금 전통의학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과학과 소통하며 임상에서 한의약의 효과를 입증하고 현대한의학으로 발전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 한의약의 주인역할을 해야 할 한의사협회가 천연물신약을 낯선 것, 삿된 것으로 보고 척화사상을 펴 스스로를 고립시킬 이유가 없다. 쇄국을 주장하는 것은 자신감이 없는 것이다. 외세와 부딪쳤을 때 과연 이기고 발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딛고 한의약을 발전시켜온 한의사들은 충분히 그만한 능력이 있다. 이미 현대한의약은 여러 곳에서 그 씨앗이 싹터 자라고 있다. 쇄국정책이 발전을 가로막고 외세에 의한 강제개방으로 끝맺은 역사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한의사협회가 쇄국정책이 아니라 탕제에 익숙한 한의사들에게 의약품의 개념과 여러 다양한 제형들과 효능입증자료들을 알려주는 등 우리가 주체가 되어 우리 것으로 포용하여 현대한의약으로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개화사상을 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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