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효능보다는 효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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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효능보다는 효과에 대한 연구도 필요한 시점”
  • 승인 2013.04.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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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동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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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연구에서의 비교효과연구 [(Acupuncture Research in the Era of 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 Annals on Internal Medicine 2013, Editorial.]의 의의

오늘자 연구동향팀 기사는 2013년도 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Brinkhaus의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침치료 연구에 관한 기사입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연구 결과가 통계적으로는 유의하나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높지 않다고 서술합니다.

이에 대해 노스캐롤라이나 의대의 박종배 교수님은 Editorial을 통해 침치료가 항히스타민제의 사용을 줄여줬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 것은 임상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이전의 침연구들에서는 샴침과 통계적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 연구는 통계적인 차이가 나타났기 때문에 앞으로는 알레르기 비염에 표준적으로 쓰이는 치료법과 비교하는 비교효과연구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제는 알레르기 비염 뿐만 아니라, 침연구 전반에 있어서 비용효과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CER)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박종배 교수님의 Editorial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참고]를 먼저 읽으시면 이해가 더 편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Editorial 요약]
이 연구에서 침치료군은 약물치료군과 비교하여 1주일간 응급약물 사용점수(RMS)를 1.5점, 샴침군과 비교하여 1.1점을 줄였습니다. RMS 1점은 1주간 cetirizine(지르텍) 10mg 1정을 덜 먹는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Brinkhaus에 의해 진행된 이전의 예비연구들을 기반으로 수행되었습니다. 2004년에 Allergy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A) 변증 진단을 통해 미리 정해진 한약 + 침 치료군과 B) 알레르기 비염에 효과가 없는 한약 + 비경혈점 침 치료군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A군이 B군보다 삶의 질이 더 좋아졌고 치료에 반응한 환자의 수가 더 많았습니다. 2008년도에 Ann Allergy Asthma Immunol에 게재된 다른 연구에서는 5천여명의 환자를 실용적 임상연구를 통해 개별화된 침치료를 시행했는데 일반적인 서양의학적 관리에 부가된 침치료가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삶의 질을 더 호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전의 다른 질환에 대한 대규모 침치료 RCT들에서 침치료는 비치료군에 비해서는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샴침군에 비해서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Brinkhaus의 이번 알레르기 비염에 대한 연구는 비치료군 뿐 아니라 샴침 군과 비교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약물이 효과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플라시보보다 효과적이라고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 표준입니다. 하지만 수술적 치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Vertebral kyphoplasty(척추체 성형술)이나 knee arthroscopy(무릎 관절경)처럼 플라시보 수술과 비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반면, 지난 15년간 침연구 분야에서는 충분한 수의 좋은 디자인의 플라시보 대조군 연구가 시행되어서 특정 질환에서는 메타 분석을 시행할 수 있을 정도까지 도달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만성통증의 침치료에 관한 메타분석(민족의학신문 연구동향팀 876호 12년 11월 1일자 참고)에서는 1만7922명의 환자데이터를 분석하여 두통, 요통, 무릎통증, 어깨통증, 목통증 등의 만성통증에 침치료가 샴침이나 비치료군에 비해 효과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샴침 대조군 연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침치료도 다른 치료법들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플라시보 대조군과의 비교가 아닌 다른 치료법과의 비교를 통해 임상현장에 널리 쓰이게 된 치료법의 예로는 심혈관질환에서 혈관성형술을 기존의 약물치료와 비교했다던가, 불안장애에 인지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비교했던 예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침연구에서도 환자 중심의 평가(patient-centered outcome)와 비교효과연구를 통해 효능(Efficacy)보다는 효과(Effectiveness)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이제는 침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때가 왔습니다.
- 다른 치료법과 직접 비교했을 때 침치료의 효과는 어떠한가?
- 특정 질환,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침치료가 가장 효과적인가?
- 침연구에서는 어떤 지표들이 평가되어야 하는가?
- 환자에게, 보험지불주체에게, 정책 결정자에게 있어 침치료는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환경에서 이뤄지는 침치료가 반영되었기 때문에 침연구가 CER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에 있는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의 침연구는 진짜침과 샴침을 같은 프로토콜로 시행하고 그것을 비교하는데 치중해서, 얼마나 다양한 환자나 임상상황에서 쓸 수 있는 지보다는 실험디자인을 엄격하게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 결과 실제 임상에서의 침의 치료효과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침치료의 실제 임상환경에서의 효과를 확인한 이번 연구를 발판으로 환자나 정책입안자, 보험지불 주체에게 침이 보건의료시스템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 비교효과 연구가 많이 이뤄지기를 기대합니다.

박종배 /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참고] 효능(efficacy), 효과(Effectiveness), 비교효과연구(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CER)
그동안 주로 이뤄져 왔던 한의계의 플라시보 대조군 연구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보다는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들 이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효능은 이상적이고 엄격하게 통제된 설정하에서 특정한 치료를 받았을 때 환자에게 제공하는 이득의 정도를 말합니다. 미리 정해진 경혈/한약 처방을 가지고 비교적 동질적인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소들을 통제하고 엄격한 프로토콜을 준수하면서 연구합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그런 환자들만 오는 것도 아니고 그 치료법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효과를 연구해야 합니다. 효과는 특정한 치료가 일상적 조건에서의 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이득의 정도입니다. 실제 임상환경과 높은 연관성을 지니는데 넓은 범위의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일반적으로 환자에게 실제 시행하는 치료법을 연구합니다. (플라시보 대조군이 있고 없고는 효능/효과 연구를 구분하는 기준은 아니며 Head to Head RCT 개념 등도 있지만, 임상의 입장에서 박종배 교수님의 글을 이해하기 위한 정도로 간략히 설명합니다) 흔

히 임상 한의사들은 ‘임상연구가 말해주는 것이 도대체 뭐냐? 침은 내가 이미 쓰고 있고 이렇게나 효과가 좋은데 그걸 도대체 왜 가짜침이나 대기군이랑 비교하는 것이냐? 내가 궁금한 건 내가 놓는 이 침이 진통제보다 좋은지, 아니면 침이 추나치료보다 좋은지 혹은 사암침법이 아시혈 침법보다 효과가 좋은가? 하는 것이다. 왜 그런 걸 연구 안하고 허구헌 날 가짜침이랑만 비교하고 있냐? 그 연구 결과를 임상에서 실제로 못 쓴다, 그런 연구는 임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행한 연구이다!’라고 불만을 터뜨립니다.

임상 한의사들이 가졌던 불만에 대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비교효과연구(CER)입니다. 비교효과 연구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진단, 예방, 치료,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일상적인 임상 현장에서 행해지는 약물, 의료기기, 검사, 수술, 처치/시술 등을 서로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연구입니다.

때로는 안전성, 경제성 평가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CER을 통해서 환자나 의료진, 정책결정자, 일반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보건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더라도 더 저렴한 치료법을 시장에 공급한다든가, 수술치료법 자체는 비싸지만 장기간에 걸친 효과를 봤을 때 일반적인 약물치료보다 수술이 더 효과가 좋다든가 하는 실제 임상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질문들에 대답을 해주는 것입니다.

2009년 경부터 PUBMED에서 Compa- rative effectiveness research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논문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개념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고 선원을 대상으로 수행했던 그 유명한 린드의 괴혈병 오렌지 실험 때부터 있어왔던 개념이지만 최근 국가적인 정책 결정을 목적으로 이 연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구동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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