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 16- 김재균 (한의사·WHO 서태평양지부 연구 프로젝트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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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 16- 김재균 (한의사·WHO 서태평양지부 연구 프로젝트 참여)
  • 승인 2013.04.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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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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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매력, 국제보건에서 강점이 되도록 하겠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시절부터 한의학이 국제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학교 내에 Global Health Forum를 만들어 스터디도 하고 한국국제보건학생연합회(KOSAG)에 참가, ‘국제보건에서의 한의학 역할’이라는 주제로 KIOM글로벌 원정대도 다녀왔습니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하고 한의학이 가진 신비함과 잠재력에 매력을 느껴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김재균 한의사(30). 그는 앞으로 2년간 WHO서태평양지구에서 진행 중인 HLDI(Health Leadership Development Initiative)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김재균 한의사가 떠나기 전 본지가 그의 포부를 들어봤다. (※김재균 한의사는 7일 WHO서태평양지부가 있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존스 홉킨스대학에서 석사…WHO 서태평양지부서 2년 근무

◇지난 7일 WHO서태평양지부로 출국한 김재균 한의사.
 ▶국제보건에서의 한의학 역할탐색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1기 졸업생인 김재균 한의사. 대학원 졸업 후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에서 연구원으로 5개월간 근무했고, Johns Hopkins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공중보건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대학원 재학시절부터 국제보건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특성화 실습으로 지난 2011년 6월부터 두 달간 WHO서태평양지부의 전통의학부서에 인턴십도 다녀오고 말라위의 HIV/AIDS예방과 모자보건사업에서 연구조교로도 일했다. 그는 한의학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하고 각종 활동도 했으나 한의학이 국제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작년 7월 존스홉킨스로 떠나 주로 보건학의 기본이 되는 생물통계와 역학에 중점을 두면서 개발도상국의 보건 시스템과 보건 정책에 대해 공부했다고 한다. 질적 연구 방법론 수업을 들으며 질적 연구를 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연구조교로 일하기도 했다.
존스홉킨스의 공중보건학 석사과정 프로그램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학생들의 직업과 국적의 다양성이 크다는 것이다. 올해의 통계자료로 보면 본교에서 직접 수업 듣는 학생들과 일부과목을 제외하고 인터넷 강의로 듣는 학생들 합쳐서 40%는 의사들이지만 나머지 60%는 다른 직업을 가진 학생들이고 그들은 99개의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한다. 동료들이 생각하고 있는 한의학에 대해 묻자 “다양성이 크기 때문에 한의학에 대한 생각의 경향성을 일관되게 정의할 수 없지만 대부분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없고 생각을 갖고 있는 몇몇 학생들은 침술의 임상적 효과와 대체보완의학 또는 통합의학의 한 종류, 아시아 전통의학의 한 종류 정도로 알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전통의학이나 동아시아의학을 전공하고 있지 않으면 우리나라 사람을 제외하고 Korean Medicine이라고 특정지어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제 자신을 Korean Medicine Doctor라고 소개했을 때 한명이 Korean Medicine은 Traditonal Chinese Medicine(TCM 중의학)과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본 적은 있지만 그 친구 외에는 Korean Medicine이라는 단어 자체가 매우 생소했을 것이다. 다만 Acupuncture와 대체보완 혹은 통합의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기에 이에 대해 저를 찾아 물어오는 사람은 몇 있었다”고 답했다.

▶비전염성 질병관리, 한의학의 강점 발휘하고 싶어
개발도상국의 비전염성 질병인 심장혈관계질환, 암, 만성 호흡기 질환, 당뇨 등의 관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김재균 한의사. WHO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비전염성 질병은 전 세계에서 죽음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율인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개발도상국은 더구나 전염성 질병과 비전염성 질병의 이중부담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개발도상국의 전통의학을 1차보건의료로 편입시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모델과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또 하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북한의 고려의학이다. 북한이 현재 극심한 재정난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들어가는 고려의학을 1차보건의료에 사용했다는 얘기를 들어 더 연구해보고 싶다고 한다.
김재균 한의사가 WHO 서태평양지부로 떠나는 이유는 보건지도자개발과정인 HLDI(Health Leadership Development Initiative)라는 프로그램 참여 때문이다. 그 프로그램의 프로젝트 인원 모집에 합격해 2년간 근무하러 가는 것이다. 그의 주업무는 비전염성질병 및 건강증진 부서(Noncommunicable Diseases and Health Promotion Unit)에서 중국과 필리핀을 중심으로 ‘Western Area Health Initiative(WAHI)’와 ‘Strengthening subnational capacity in the Philippines for the delivery of universal health care’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는데 이 두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평가, 발전시키는 일이다. 다시 말해 중국과 필리핀에서 비전염성 질병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국제보건에서 현재 한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다. 하지만 비전염성 질병 관리에서 아직 그 방법론은 찾지 못했지만 한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전염성 질병 관리 부분이 국제보건 분야에서 한의학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이 주제와 관련해서 아이디어가 있거나 고민을 하는 분이 있다면 뵙고 대화를 나누고 싶다”라고 희망을 얘기했다.

▶한의학, 근거축적으로 인식 바꿔야
그는 존스홉킨스에서 ‘Past, Present and Future of Korean Medicine’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이 있었다. 강연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이원화 시스템을 이야기 했더니 청중들은 한의사가 MRI, CT 등의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에는 놀라워하지 않고 의사들이 전통의학을 사용하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 돼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고 한다.
“질문의 주어가 한의학이 아닌 한의사였다면 답변이 많이 달라졌을 테지만 한의학인 이상 한의학이 발전하려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집단에서 한의학이 사용되고 노출 되도록 연구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연구를 통한 한의학의 근거축적이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는 김재균 한의사는 반만년 이상 사용된 의학이라 치료효과가 있고 안전하다는 말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한다. Impact factor 높은 저널에 실린 잘 설계된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는 유의성 있는 효과가 나온 한의학 임상실험 하나하나가 우리나라에서 국제사회와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데 가장 큰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한의사들의 모임 ‘QED(Quod Erat Demonstrandum:증명 종료를 의미하는 라틴어 약어)’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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