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도 한의사 진단이 꼭 필요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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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방의 감초’도 한의사 진단이 꼭 필요한 까닭
  • 승인 2013.03.2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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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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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승 원
육군 한의군의관
한방내과 전문의

많은 분들이 막연히 “한약은 그냥 안전한 약이지~” “한약은 음식하고 다를 게 없어”라며 안전하게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형적인 구조의 한약 유통 과정이 얽혀있어, 마트에만 가도 식품용 약재를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인터넷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은 어디에 좋다더라~”라는 말이 여기 저기 퍼지고, 주변 마트에만 가도 한약재를 너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보니, 어디에 뭔가가 좋다고 나오면, 한의사 진단 없이도 마구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약의 ‘약’이 바로 ‘藥’인지라, 한약 각각에는 개개의 금기증과 복용 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에이 뭐 그리 큰 문제 있겠어~”라고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감초를 잘못된 방식으로 복용했을 시 발생했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감초 처방시 왜 한의사에게 처방받아야만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초는 대다수의 한방처방에 포함이 된다.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어 아주 친숙한 약재이다.

감초에 대한 일화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옛날 한 의원이 치료를 잘 하기로 소문이 나서 환자들은 밀려왔지만 왕진이 잦아 환자가 기다리기 일쑤로 제때 치료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의원의 부인이 기다리는 환자들을 걱정하며 부엌에 들어가 우연히 땔감으로 쓰려던 풀더미를 발견하고 맛을 보니 달았다. 부인은 모든 풀이 약으로 쓰이니 이 풀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병이 나았다. 나중에 의원이 그들의 증상을 확인해 보니 각각 다른 증상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고 그 후로 이 풀을 써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한다. 또한 모든 약을 약효를 조화시켜주어 나라의 원로, 임금의 스승이라는 뜻으로 국로(國老)라 부르기도 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조화시켜서 약효가 잘 나타나게 하며 장부의 한열과 사기를 다스리고 모든 혈맥의 소통을 잘 시키며 근육과 뼈를 튼튼히 한다. 약리작용은 해독작용, 간염, 두드러기, 피부염, 습진 등에 효과가 있다. 진해·거담, 근육이완, 이뇨작용, 항염작용이 있으며 소화성궤양을 억제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이 내용들을 접한 일반인들은 모두 감초야말로 진정한 “국로(國老)”라고 오해할 것이다. 감초의 긍정적인 효과 (positive effect)에 대해서만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동전에는 양면이 있고, 모든 현상에 상반되는 면이 있듯, 감초는 사실 매우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약재이다.

“감초는 모든 약의 독성을 조화시켜서 …… 뼈를 튼튼히 한다.”

바로 이 구절이 제대로 된 함정이다. 모든 약의 독성을 조화시킨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감초는 감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독성은 제거하지 못한다.

감초가 포함되어 있는 제제약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이 표기되어 있다.
“글리시리진산으로서 1일 최대량 40mg 이상을 함유하는 제제는 장기 연용할 경우 저칼륨혈증, 혈압상승, 나트륨체액의 저류, 부종, 체중증가 등 가성알도스테론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 사용할 것.”

바로 이 글리시리진산이 원흉이다. 이 물질을 과다 복용하게 되면, 저칼륨혈증, 혈압상승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 기전은 글리시리진산의 mineralcoricoid hor mone효과이다. Glycyrrhetinic acid는 글리시리진산의 활성화 형태로 deoxy coricosterone과 구조가 유사하다. 따라서 신장에 작용하여 mineralcorticoid hormone효과를 내고, aldosterone 활성을 증가시켜 가성 알도스테론증이 발생하며, 그 결과가 저칼륨혈증과 혈압상승 등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케이스가 실제로 존재하느냐고? 물론이다. 국내외 감초의 글리시리진산으로 인한 부작용 보고는 많지만, 국내의 현실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학술지에 보고된 케이스들을 통해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겠다. 유념해서 봐야 할 것은 하루 사용된 감초의 양과 감초를 어떻게 복용하였는지이다.

증례 1) 내원 4~5개월 전부터 목에 이물감이 느껴져 개인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인후염이라 듣고 약물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주위사람들의 권유로 감초를 복용하기 시작하였는데 매일 규칙적으로 감초 50g과 도라지 35g을 섞어 2시간 정도 달인 후 마셨고, 약 4개월간 지속적으로 복용했다. 환자는 내원 4일 전부터 양팔과 다리의 근육이 뭉치는 듯하더니 내원 2일 전부터 사지 힘이 빠지기 시작해, 당일에는 사지가 마비되는 듯하여 내원하여 검사 시행한 결과 저칼륨혈증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9일간의 입원치료 후 퇴원하였다.
(감초로 유발된 저칼륨혈증. 2001년 대한신장학회지 : 제20권 제6호. 조숙경 외)

증례 2) 내원 당일까지 약 4개월간 1일 감초가 150g 들어있는 보양식품에 감초 150g을 추가하여 총 200회 복용했다. 내원 당시 하지 무력증과 3일전부터 시작된 호흡곤란을 보였고, 혈압은 210/110mmHg, 맥박 88회/분, 호흡수 28회. 검사 결과 저칼륨혈증을 보였고, 신장조직검사에서 세뇨관 위축 및 사이질에 림프구 침윤이 관찰되었다. 26일간 입원치료 후 퇴원하였다.
(감초로 유발된 저칼륨혈증 1예. 2008년 대한신장학회 : 춘계학술대회 초록집. 왕준광 외)

증례 3) 내원 약 1개월 전부터 경동시장에서 좌측 슬부 통증 및 부종에 대하여 민간요법으로 하루 감초 약 60~100g을 달여 복용했다. 내원 당일 양하지소력을 주소로 내원했다. 혈뇨 및 저칼륨혈증을 보였고, 감초 중단 후 환자의 근력은 서서히 호전되어 8일 입원치료 후 퇴원했다.
(자가 처방 감초 다량 복용 후 발생한 저칼륨성 하지마비 1례. 2011년 대한한의학회지 : 제30권 제5호. 권승원 외)

다들 하나같이 ‘민간요법’으로 감초를 복용했다. 게다가 단순히 한의사 진료 없이 복용하다보니 진료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에 비해 많은 용량을 복용했다. 한의원에서 감초를 사용할 경우, 대부분 1첩당 2~12g을 사용하는데, 1일 2첩을 3회로 나누어 복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일 복용량은 4~24g이 된다. 결국 위 증례들에서는 일상 진료에서 사용되는 양을 훨씬 뛰어넘은 양을 복용했던 것이다. 덧붙여 증례 3은 좀 다르지만, 이상 반응에 대한 체크 없이 증례 1, 2는 4~5개월간 연달아 복용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저칼륨혈증 발생, 사지근무력증 발생, 신부전 발생이다. 다행히 증례의 환자분들 모두 병원에서 치료 받은 후, 회복이 됐다. 하지만, 저분들처럼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면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는 상태까지 이르게 된다.

“에이 내 주변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 복용 관련 사고는 개개별 특이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 케이스가 나 자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꼭 명심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굳이 진료를 통해 한약을 처방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제도가 잘못되어 식자재용 한약으로 마트에서도 한약재를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다는 점은 추후 국가에서 개선해 가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감초 외 한약은 모두 안전하다는 인식이 아니라, 한의사를 통해 처방받은 한약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국내에 정착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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