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첫 직선제, 드러난 문제점 그대로 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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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첫 직선제, 드러난 문제점 그대로 둘 건가
  • 승인 2013.02.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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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희 기자

홍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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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회장 투표 날짜가 다가오면서 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등록과 동시에 선거운동이 가능했지만 본격적인 유세는 등록 마감이 끝나고부터였다. 등록 전 긴박하게 단일화 움직임이 있었고 지금도 캠프들 간에는 물밑 조정이 한창인 듯하다.

선거를 보면 그 국민-집단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한의협회장 선거는 곧 우리 한의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변 의료 직능단체들, 국민들의 이번 선거에 쏟는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사상 첫 협회장 직선제인 만큼 시행착오가 없을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그리고 아무리 결정 났다 해도 짚고 넘어가야할 사안이 있다. 선거 방식이다. 어려운 논의 과정 끝에 도출됐지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이게 최선이었나. 그리고 앞으로도 최선일 건가. 당장 진행되고 있는 규칙이므로 정해진 틀 안에서 공정하게 하는 게 지금은 최선이다. 그리고 드러난 문제점을 선거 후에 바로 잡고 보완하는 게 그 시점에서 최선일 게다.

직선제를 치르는 ‘우편투표 방식’은 결정된 일이고, 현실적인 최선의 안일 거라면서 왜 또 말을 꺼내나. 이 선거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함이 가장 큰 이유다. 직선제를 왜 택했나. 민의의 전달, 대중과 소통하고자함 아닌가. 회원들 민의의 반영과 다수 회원의 의견이 전달되고자함이 직선제의 의의이기 때문에 혹여 이 취지가 훼손될지 모르는 역작용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앞서 직선제 경험이 있는 의협 등에서 ‘대리투표 사건’ 등 논란이 커지고 시행착오를 보였던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 사건은 당시 검찰 고발로 이어졌고 도덕성 문제로 들끓기도 했다.

당장 우편투표의 문제점 몇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우편투표 시기의 문제다. 2~3월은 근거지의 변동이 가장 많은 때이다. 수련의들이나 전문의들이 병원을 옮기거나 떠나고, 공보의들이 신규로 편입되며, 또한 신입 군의관들이 훈련을 하는 시기이다. 대학 또는 대학원에 근무 또는 연구하는 사람들도 3월 1일을 기점으로 발령이 새로 나기 때문에 근거지가 가장 많이 옮겨지는 때이다. 그렇다면 실제 유효투표권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 중 상당수가 우편물을 제대로 받지 못해 투표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근거지를 옮기는 회원들 중에 아직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한 젊은 한의사들이 많다는 점에서 유불리 논란의 소지가 있다.

둘째, 대리투표의 우려다. 위의 상황처럼 근거지 변동이 있는 경우, 또는 근거지 변동이 없다 하더라도, 원장이 출장 중이라면 직원 또는 동료들에게 대신 기표하여 발송하라고 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높다. 출장 중이거나 근거지 변경이 된 회원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리투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셋째, 비밀투표의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선거의 기본은 비밀투표여야 한다. 주위 사람들의 영향력 없이 스스로 판단하여 찍어야 한다. 하지만 지부나 분회에서 친한 원장들끼리 모여서 같이 밥을 먹으며 기표를 하게 되거나, 또는 연구원, 학교, 병원 등에서 동료들이 모여서 기표하는 경우 선후배들 사이, 특히 조직을 동원할 수 있는 후보 측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이런 걱정의 목소리가 있자 “우편투표를 고수한다면 협회장 선거 시점을 5~6월 정도로 옮기는 게 어떠냐”는 제안도 있고 “대공협도 전자투표 하는데 왜 한의협은 전자투표를 안하는지 모른다”는 젊은 한의사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차기집행부와 선관위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걸 하나씩 고쳐갈 집행부를 뽑는 게 지금의 선거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더욱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선거를 놓고 ‘수준’ 운운한 건 바로 그런 까닭이다.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제도의 문제는 다음 번에 고치면 된다. 위에 언급한 문제는 이번에 일으키지 않도록 하면 된다. 선관위가 눈을 크게 뜨고 봐야할 부분이다. 한의계 100년 미래가 달린 이번 선거다.

홍창희 기자 editor@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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