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와 溫疫病(下) -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본초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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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S와 溫疫病(下) -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본초학)
  • 승인 2003.06.1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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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질환 위한 한방치료시스템 도입해야


이와 같이 溫病學은 1천년 동안 임상경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특히 청대에는 전염병학이 많은 발전을 하였고 우리나라에도 이미 중국 의서를 통해서 임상에 많이 이용되었으며 중국의 청대를 전후한 16세기경에 東醫寶鑑 雜病門에 瘟疫에 대한 치료 방법이 체계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특히 임진왜란 후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환경이 열악하여 장티푸스, 독감, 온병 등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였을 때 전문의서와 그 치료법의 내용이 부족할 뿐 아니라 한문으로 되어 있던 것을 한글로 쉽게 번역하여 이를 널리 보급하여 임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溫病에 관한 전문서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世宗때 溫疫이 발생하여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게 되자 벽온방(벽溫方)이란 책을 국역하여 널리 보급하였고 中宗 13년(1513) 4월에 김안국(金安國)에 의하여 언해벽온방(諺解벽瘟方)을 農書, 蠶書와 같이 八道에 인쇄 배포하였다.

中宗 20년(1520)에는 王命에 의해 김순몽(金順蒙) 등 3인이 저술한 간이벽온방(簡易벽溫方)을 저술하여 평안도지방에 치료약과 같이 보냈다.

특히 허준은 함경도지방에 전염병이 많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치료하기 위해 신참벽온방(新纂벽溫方)을 1612년에 간행하여 배포하였고 1653년에는 황해도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이를 퇴치하기 위해 벽역신방(벽疫神方)을 간행하여 보급하였다.

이와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온병 등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문의서의 간행과 임상진료에 힘써 왔던 것이다.

동의보감 중 시행병(時行病)에 나타나는 기후와의 관계를 고찰해보면 봄이 되면 따뜻해야 되는데 오히려 날씨가 차게 나타나거나 여름이 되어 더워야 할 시기에 냉한 기후가 나타난다.

또한 가을이 되어 냉한 기후가 돌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운 기후가 나타나고 겨울에 찬기운이 돌아야하는데 도리어 따뜻한 기후가 나타나게 되면 전염병기운(疫여氣)이 나타나게 된다고 하였다.

이것은 요즘 기상학에서 말하는 온난화현상과 같은 맥락으로서 바이러스나 곰팡이, 세균 등이 기후변화에 의하여 활성화되고 인간의 면역체계가 잘 적응하지 못하여 전염병이 발생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온병의 임상치료에 대한 내용은 처음 초기에는 熱과 解毒을 위주로 하여 신냉(辛冷)한 연교산(連翹散)과 같은 平劑를 쓰고 그 다음에는 辛冷한 상국음(桑菊飮)과 같은 輕劑를 쓰고 그 다음에는 辛冷한 백호탕(白虎湯)과 같은 重劑를 써서 열을 단계적 치료하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溫疫은 폐렴과 관계가 밀접하게 발생하는 병으로 일반적인 온병과는 유형이 다르다.

필자가 아는 30년 이상 임상경험을 가진 한의사들에게 조언을 들어보면 발병 초기에는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에 가(加) 금은화(金銀花), 연교(連翹)를 쓰는 경우와 중기에는 장티푸스에 열과 지절통에 잘 듣는 구미강활탕(九味羌活湯)에 가(加) 상백피(桑白皮), 천패모(川貝母), 길경(桔梗), 차전자(車前子)를 넣어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의사도 있다.

그러나 폐렴이 심하여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중증인 경우 특히 폐에 물이 고였을 때 정력자(정력子)를 이용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약의 복용치료는 열이 있다가 차츰 기침과 호흡곤란 등 폐염초기 단계에서는 약을 쓸 수 있으나 중증에는 치료하기가 어렵다.

하여튼 이번 SARS는 한의학적 溫疫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바이러스 균주가 같은 병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발병과정과 증상으로 보아 거의 유사한 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감기나 독감, 유행성 감기치료는 양방보다 한방치료가 우수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가을 수확기 때마다 농가에 주로 발생하는 들쥐에 있는 한탄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출혈열이란 질환도 연천지역에서는 60년대를 전후하여 농부들이 발생하면 한의원에 찾아와 진료를 받을 때 일반 감기치료와 같은 약을 지어먹고 대개 효과를 보게 되지만 허약체질이나 저항력이 떨어진 환자는 한탄바이러스의 2차 독성에 의한 부작용으로 고열과 신장장애를 일으켜 혈압이 오르고 출혈과 발진이 나타날 때 오령산(五령散)을 가감하여 쓰면 독성이 배설되고 혈압이 낮아진다.

반대로 혈압이 너무 떨어지면서 탈진이 생길 때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가감하여 쓰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와 가볍게 앓을 뿐 아니라 사망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와같이 전염병은 무서운 병이지만 한의학적 전염병에 대한 오랜 역사와 치료경험은 나름대로의 깊은 이론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방계도 독감이나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온역과 같은 여러 가지 전염병 질환에 대하여 치료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정부 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절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싶다.

한의학도 세균학자들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전염병을 제도권 안 특수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것은 감염환자들이 한의학적 유형별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면 온역병도 가볍게 앓고 치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망자를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온역병 치료약 중에 사스코코로나 바이러스(SCV)에 대하여 살균과 발육 억제력을 갖고 숙주세포에 대한 독성이 적은 약물을 연구하여 이들 약재로 한방적인 증상과 원인에 따른 단계별·유형별 치료를 함으로써 새로운 유사전염병에 대처하는 획기적 한방치료 시스템을 개발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당장 SARS 유사환자라도 洋韓方 치료에 정확한 비교, 검증 방법을 시도하여 한방의학의 전염병 치료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기원을 마련하여 국민보건에 이바지하고 또한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새로운 이해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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