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Shoulder Pain 환자의 어깨를 잡으며 눈물났던 이야기
상태바
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Shoulder Pain 환자의 어깨를 잡으며 눈물났던 이야기
  • 승인 2012.12.20 1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종현

오종현

blue3043@hanmail.net


오종현
Peterpan군,하늘을 날다
임상 4년차 개원 한의사
http://blue3043.tistory.com
 
한의사는 환자와 맞대는 일을 한다. 환자의 아픈 몸을 만져서 확인하고, 진단을 위해서 복모혈과 배수혈을 일일이 만져보고, 환자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곳을 만져가면서 치료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사는 환자와 매우 밀접해진다.

어깨가 아프다고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환자들이 있다. 생활습관이라든지 일하는 환경, 예를 들어 컴퓨터, 스마트폰, 잦은 운전 등으로 인해서 통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되었다. 거기에 과잉해서 섭취하는 식습관이나 극심한 피로감도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火熱이 생기기 쉬운 시대이다보니 그 모든 것들이 두통과 어깨 통증 등으로 표현된다고 생각된다. 아마 허준 선생님이 2012년에 한국에 오셨다면 「동의보감」을 대폭 수정하셨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한 경쟁과 극심한 피로는 사람들을 예민하게 만들고, 화열이 치솟아서 머리와 어깨 얼굴 쪽으로 증상을 유발한다.

火熱이 극심한 환자들 중에서 가끔 내 앞에서 우는 일이 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환자들 입장에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한의원 치료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등을 돌아다니면서 MRI CT 등등 모두 촬영하고, 몇 만원씩 하는 PRP 치료니 체외충격파니 물리치료니 다 해봤는데 안 낫고 통증이 계속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소개를 받고 내원했을 때,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죠라고 묻는 순간, 지금까지 치료받았던 이야기를 풀어놓는 순간, 그 서러움과 마음고생이 쏟아져 나오면서 눈물 흘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처음에 그런 상황을 접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그 환자가 왜 그렇게 눈물 흘리는지에 대한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제 임상 년차가 좀 지나면서 그런 상황이 오면 굳이 내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마음 푸시라고, 고생 많이 하셨다고 그렇게 말한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위로하는 말 한 마디에, 설명을 하는 게 아니라 고생 많이 하셨다고, 애쓰셨다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다고 그저 위로한다. 대개 여기까지 오는 환자들이 오는 순서가 비슷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든 육체적이든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위로하게 된다. 그렇게 울고 나면 환자랑 이야기하기가 편해진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치료를 위한 과정으로 돌입하게 된다.

반대로 보자. 그러면 내가 눈물 난 적이 있냐고? 지금 하려는 이야기가 그 이야기다. 언젠가였다. 여성 환자가 어깨가 아프다고 해서 진찰하기 위해서 어깨를 촉진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그 환자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난 밤에 얼마나 아팠을까. 어깨에서부터 머리까지 많이 아팠을텐데. 그 환자가 겪었을 고통이 짐작 되고, 그 아픔이 내게 깊이 다가온다. 환자가 별 말 하지 않았는데, 단지 그 어깨를 잡기만 했는데, 이상하게 그 고통이 깊숙이 느껴진다. 얼마나 아프셨을까요 하면서 말을 꺼내는데 내가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일단은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약한 모습 보이면 내게 치료받으려고 온 환자 역시 나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더 냉정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그 아픔은 내 안에만 간직해 둔 채, 그 환자를 위로하며 치료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서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해주라고 지시한 다음에 비로소 마음을 풀어놓았다. 그 아픔이 울려서, 한동안 멍하니 의자에 앉았었다. 한동안 멍하니,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나로 하여금 눈물 흘리게 만들었던 환자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그날에 있었던 스트레스와 어려움들이 사라진다. 반대로 그런 환자들이 호전 속도가 느리면,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그래도 더 위로하면서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내가 가볍게 느껴질수록, 내 감정변화가 상대방에게 느껴질수록 환자 입장에서는 한의사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 일이 어렵다.

동료들 중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내가 그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환자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그런다. 맞다. 그래서 더욱 냉정해져야 한다. 그 환자의 아픔과 고통이 느껴져서 정말 최선을 다해 치료했는데, 정작 그 환자가 자기 기대감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더 통증을 호소하거나 짜증을 내버리면 치료해주는 입장에서 마음이 더 어려워진다.

냉정한 마음으로, 그렇다고 다그치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질환이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조금만 더 힘내시라고 위로하고 내가 침착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치료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가이드하고, 길을 제시하고, 예후를 제시하는 것. 그게 한의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