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한의학 치료를 말하다(2)
상태바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한의학 치료를 말하다(2)
  • 승인 2012.12.06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준태

제준태

yueing@naver.com


(전호에 이어)

여러분이 곧 한의학입니다

한의사 한 명 한 명이 하는 모든 생각과 치료. 그것이 곧 민족 전통의 의학을 계승한 현대한의학입니다. 비록 한국의 의료가 이분화 돼 있지만 환자를 볼 때 환자상태를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를 취합하고 통합하여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단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제도적인 구분이 있을 뿐, 생각에 구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의 능력을 제한할 수록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버립니다. ‘한의학적 사고’ ‘한의학적 치료’라는 말의 힘에 갇혀서 더 넓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시지 않길 바랍니다.

한의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상진료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목표는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찾아내고, 현재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임상에서 궁극적인 목표란 모호한 개념이며, 목표가 모호하면 그 달성 방법 또한 모호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달성 가능한 치료 목표’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의 소실, 운동기능의 회복, 관절가동범위 향상 같은 형태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여기에 더불어 목표를 보다 구체화 시킬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의 70%까지 소실, 3주 이내 운동기능의 Gr. III까지의 회복, 관절가동범위의 60% 유지 같은 형태로 측정 가능하고 수치화가 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보다 치료 목표가 뚜렷해집니다. 목표가 명확해지면 치료 방법도 구체화되고 환자에게 하는 설명 역시 구체적으로 변합니다.

1차적인 치료목표를 달성한다고 해서 치료가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궁극적인 목표인 ‘사람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상에서 1차적인 치료목표는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로 무리 없이 설정하시고, 그 다음 단계의 치료, 그 다음 단계의 치료를 차례대로 설정하고 수행하시면 됩니다. 수행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한의사이며, 한의학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침을 사용하고 어떻게 약을 사용하는지 혹은 뜸을 떠야 할 지 부항을 시행해야 할 지 혹은 다른 치료방법을 사용해야 할 지 충분히 학습했습니다.

만약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치료목표를 설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실 이미 경험해 본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침을 어떻게 놓아야 할 지, 한약을 어떻게 처방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바로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온갖 것들이 다 들어간 괴상한 처방을 내린다거나, 치료를 하고는 있는데 환자가 호소하는 주소증은 그대로인데 소화도 좋아지고 수면도 좋아지고 다 좋아지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도에서 현재 위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혹은 목표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온 산을 뒤지고 온 강을 건너서야 간신히 목표에 도달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확하게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고 정밀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가장 올바른 길을 따라 도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임상 진료에 있어 가장 훌륭한 방법이 됩니다.

때로는 이 방법에 매우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혼란은 찾아옵니다. 분명히 상태를 파악하고 치료목표도 잘 설정하고 치료방법도 안정적으로 구사하는데 궁극적인 목표를 모르기 때문에 주소증만 고치다가 실수를 하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가장 흔한 예는 통증을 줄여주기 위해 한약을 사용할 때 미처 환자의 소화상태를 잘 확인하지 않아 소화기에 트러블을 일으키는 경우 같은 것들입니다.

경험이 많이 쌓이게 되면 다음번부터는 동일한 실수를 조금씩 피해갈 수 있는 요령이 생기지만, 한 가지 방법에 익숙해질수록 취약해지는 부분들이 생길 가능성도 같이 커져갑니다. 끊임없이 그 오류를 보정해 나가면서 발전되어 가고 숙련되어 가는 것이 임상의입니다.

사실 제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들일 것입니다. 단지 환자를 마주했을 때 그 순간 당황해서 잠깐 기억이 잘 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되짚어 보면 분명히 환자에게 무엇을 확인해야 하고 어떤 것을 놓쳐서는 안되며, 어떤 것을 시행해야 할지를 하나씩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잘 기억이 안 나는 부분은 교과서를 찾아보면 나옵니다. 어떻게 치료하는지는 사실 수도 없이 배우고 시험으로 확인해왔던 것들입니다. 단지 치료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에 대해선 경험이 적다 보니 요령이 부족하고 그래서 자신감을 조금 잃게 된 것 뿐입니다.

여러 분들은 한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습니다
달성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시고 치료하면 달성이 되는지 안 되었는지를 분명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구체적인 목표는 동시에 한의사가 자신감을 가지고 치료를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목표달성에 필요한 구체적인 시간적인 요소까지 고려하실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이 누적된 임상의가 되시면 왜 이 환자는 내 예상과 다른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됩니다. 목표한 시간 이상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진단이 틀렸을까? 상태 파악을 좀 더 섬세하게 하지 못한 것일까? 환자의 생활습관이나 다른 부분에 있어 내가 고려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등을 고려하면서 경험이 자신의 경험을 보다 강화시킬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 보다 목표 달성이 오래 걸린다면, 진단을 점검하고 더 위험한 질병의 가능성과 쉽게 보기 어려운 질환의 가능성을 고려하세요. 목표가 무리하게 설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목표로 한 시간이 지나치게 짧거나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는 아닌지를 고려해 보세요. 방법을 떠올리며 적절한 치료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환자의 자기관리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환자와 충분히 상의해 보세요.

다시 말하지만 여러분은 한의사입니다. 한의학의 전문가입니다. 여러분이 하는 치료가 바로 한의학적 치료이며,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입니다.<끝>

※이 글은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의사의 적법한 의료행위로, 한의학 및 과학, 사회적 통념 등에 위배되지 않는 것들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무면허 의료인으로부터 사사 받은 내용이거나 근거 없는 방법, 용납되기 어려운 기괴한 방법과 비윤리적 행위까지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준태 / 한방내과 전문의, 소현자의 한의학 날개달기
http://www.kmwiki.net/xe/3800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