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의학 치료를 말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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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의학 치료를 말하다(1)
  • 승인 2012.11.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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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제준태

yueing@naver.com


한의학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올바르게 하기 위한 학문입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한의학적 치료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말입니다. “‘치료’라고 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가 한의학이 될 수도 있다”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부생 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나치게 모든 의학적 지식에 ‘한의학인지’ ‘한의학이 아닌지’를 나누려고 애써왔습니다.

한의학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일제시대에 강제로 밀려난 우리 의학의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고 제도적 정착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의학적’이라는 이론적 해설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의학의 목표가 ‘마음과 몸을 올바르게 하는 것’을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팔꿈치가 아파서 온 환자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봤더니 외측상과염(lateral epicondylitis)이 의심이 되었습니다. 이 환자는 평소 오른팔을 지속적으로 많이 써왔고 통증에 대해 예민한 편입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상당히 많은 수의 한의사들이 제일 먼저 떠올린 생각은 침을 어디에 놓을까? 무슨 한약이 좋을까? 같은 수단일 것입니다. 때로는 체질이 어떻게 되는지 같은 이야기가 먼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 정도나 진단 결과가 충분히 양호하다면 침이나 한약 보다는 그냥 쉬게 해주는 것이 더 좋은 치료법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과 몸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적이다/아니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단,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은 치료수단에 제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할지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많은 수의 한의사들은 개원의든, 봉직의든 임상한의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명 ‘신졸’이라고 부르는 임상경험이 적은 임상의들은 계획의 섬세함에 대해서는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진료에 있어 섬세한 계획을 세우려면 가장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지도입니다. 환자의 현재 위치와 모든 가능성을 망라한 지도가 그려져야 합니다. 그 질환을 많이 본 전문가일수록 지도는 보다 넓고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지게 됩니다.
아직 졸업 후에 충분한 경험이 쌓이지 않은 상태의 임상의들은 많은 질환들에 대해 피상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혹은 어떤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어떤 가능성은 지나치게 낮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환자가 호소한 ‘증상’이라는 제목의 지도를 꺼내서 환자의 현재상태라는 위치를 정확하게 찾은 뒤, ‘치료 목표’라고 하는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계획(Plan)을 세우는 것입니다. 지도 안에는 질병의 이름도 적혀 있어야 하겠지만 가는 방법이나 도로상태, 소요시간까지도 잘 계산되어 적혀 있을수록 더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해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런 지도가 고지도처럼 부정확하다거나 일부 지형이 지나치게 크기가 잘못 그려져 있다거나 하면 치료목표로 가는 길을 예상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입니다.
또 위험할 수 있는 치료, 악화요인에 대한 적절한 회피가 없다면 환자의 불만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한의사입니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상당히 많은 양의 내용을 배웠고, 그 배움에 대한 인증으로 면허를 취득하였습니다. 즉, 한의사는 충분히 지도를 그리고, 지도를 보고, 어떤 길로 가야 할지를 생각할 수 있는 밑바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팔꿈치가 아픈 환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일 먼저 생각해 내는 것이 ‘침을 이렇게 하고, 뜸을 어떻게 하고, 이건 부항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도는 매우 한정적으로 변해 버립니다.
현재 팔꿈치의 상태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 위치가 지정되었다면 어떤 위험성이 존재할 수 있을지를 먼저 떠올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치료하고 어느 정도 치료기간이 필요할지를 예상해야 합니다. 그러면 위험은 줄이고 가능성이 높은 것을 찾아내고 적정한 치료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적절한 판단에는 충분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팔꿈치가 아픈 환자는 수도 없이 많고 그 환자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고 실제 미묘한 상태에 있어서도 모두 다릅니다. 교과서의 예후는 표준적인 통계값을 기준으로 설정된 것입니다. 실제 예후는 다른 모든 것들이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임상경험이 적으면 그만큼 다양한 사례를 접해보지 못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겪어보지 못해 생각의 폭이 좁거나 쉽게 판단의 혼란이 찾아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 경험이 중요한 것입니다.
<계속>

 

제 준 태

한방내과 전문의
소현자의 한의학 날개달기
http://www.kmwiki.net/xe/38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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