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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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
  • 승인 2012.11.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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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업

김창업

eopchang@snu.ac.kr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이라는 분야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것은 1998~1999년 무렵입니다.
물론 오일러 이후로 수학의 한 분야로서 graph theory가 연구되어 왔고 세기의 수학자 에르되스와 레니가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에 대한 많은 연구성과를 내어놓기도 했지만 이들의 관심사는 복잡한 현실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의 네트워크 사이언스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드들 사이의 연결 유무를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는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는 얼핏 우연과 무질서를 향하는 자연을 닮은 듯 하지만 생명현상이 그러하고 인간사회가 그러하듯 기실 복잡한 무질서 속 자기조직화(self organization)에 의해 묘하게 질서를 이루고 있는 관계망[흔히 복잡계,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이라고 부르는 현상들의 특징입니다]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1998년 응용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와 던컨와츠는 동조현상(synchrony)을 연구하다가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 world network)의 원리를 발견하여 ‘네이처’에 발표합니다. 작은 세상 네트워크란 말 그대로 세상이 좁다는 의미로 우리가 흔히 이런 표현을 쓰게 되는 그 상황을 표현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70억의 인구가 있지만 사실 지구상의 누구라도 단 몇 단계만에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사회가 작은 세상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에 의해 ‘6단계의 분리’로도 잘 알려져 있죠)

현재는 인간사회뿐 아니라 세포내 분자들의 네트워크, 뇌 네트워크, 인터넷 네트워크 등 다양한 현실세계의 네트워크들이 작은 세상의 속성(small worldness)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네트워크인지 그림으로 볼까요? <그림 참조>

가장 왼편에 보이는 네트워크는 정규적 그래프(regular graph)입니다. 노드들은 동일한 갯수의 연결들을 주변의 노드들과 이루고 있죠. 바둑판과 같은 격자구조를 생각하셔도 되겠습니다. 최초 수학적인 그래프 이론에서 연구했던 대상입니다. 이런 네트워크에서 멀리까지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각 노드들은 주변의 노드들과는 클러스터링(clustering)되어 있지만 그 밖의 노드들과는 연결되어있지 않기 때문이죠.

가장 오른편의 네트워크는 무작위 네트워크(random network)입니다. 노드들 간의 연결은 순전히 우연에 의해(주사위를 굴려서) 만들어집니다. 이런 네트워크에서 정보의 전달은 굉장히 빠릅니다. 하지만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라는 현상은 없죠. 바로 에르되스와 레니가 연구했던 그 무작위 네트워크입니다.

인간사회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분명 가족, 직장동료, 이웃 등과 클러스터링을 이루면서도 의외로 나와 오바마가 몇 단계만에 연결되는 좁은 세상이므로 이 두 네트워크는 모두 반쪽 밖에 설명해내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의 네트워크를 봅시다. 정규적 네트워크(regular network)에서 무작위로 몇 개의 연결만 추가한 것입니다.
무작위성(randomness)의 측면에서 볼 때 완전히 규칙적이지도, 완전히 무작위적이지도 않은 중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소수의 무작위 연결의 추가만으로 네트워크는 급격하게 좁아집니다. 모든 노드들 간의 연결단계가 급속하게 줄어든다는 것이죠.

네트워크 안의 어떤 두 노드를 골라도 그들 간에 몇 단계만 거치면 서로를 만날 수가 있는 것입니다(컴퓨터로 계산하면 금방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네트워크 과학은 컴퓨터의 발달 이후에 가능해진 것이구요).
자 그럼 이로써 인간세상 네트워크와 세포내 분자네트워크를 포함한 현실세계의 다양한 네트워크가 보이는 특징들-좁은 세상이면서도 끼리끼리 클러스터링 되는-의 원인이 드러난 것일까요? 바로 저런 네트워크의 모양 때문이었던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진 않습니다.”
분명 지금도 작은 세상 네트워크의 속성(small-worldness)은 네트워크의 거시적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정량적 지표로 사용되고 있지만[주변 노드들과 클러스터링을 이루면서도(regular network의 특성), 네트워크 내 거리는 좁다(random network의 특성)는 특성을 모두 가지는 네트워크-다르게 표현하면 global efficiency와 local efficiency가 모두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상 이런 특성을 갖는 현실세계의 다양한 네트워크들은 위의 그림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물리학자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가 1999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척도 없는 네트워크(scale-free network)’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김 창 업

제마나인 한의과학 게시판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http://www.zema9.com/hani_science


그림-<그림> Watts, D. J. & Strogatz, S. H. Collective dynamics of ‘small-world’ networks. Nature 393, 440-442, doi:10.1038/30918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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