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늑대소년
상태바
영화읽기 - 늑대소년
  • 승인 2012.11.08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사랑’을 만나다

감독 : 조성희
출연 : 송중기, 박보영, 장영남, 김향기

최근 흥행에 성공한 한국영화들을 살펴보면 대개 30대 후반~40대 배우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꽃미남 아이돌 스타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연륜에 의한 연기의 내공이 떨어져 관객들의 감정을 사로잡아야만 하는 영화의 특성상 아무리 인기가 높은 아이돌 스타라고 해도 선뜻 캐스팅 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뿌리 깊은 나무’에서 젊은 세종의 역할로 짧게 등장했지만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였던 송중기는 최근 눈에 뜨이게 성장하고 있는 젊은 남자 배우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늑대소년’이라는 작품을 통해 꽃미남 스타로는 하기 꺼려했음직한 특수분장을 한 채 늑대인간으로 출연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요양 차 가족들과 한적한 마을로 이사 간 소녀(박보영)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의문의 늑대소년(송중기)을 발견한다. 야생의 눈빛으로 사람 같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소년에게 왠지 마음이 쓰이는 소녀는 먹을 것을 보고 기다리는 법, 옷 입는 법, 글을 읽고 쓰는 법 등 소년에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들을 하나씩 가르쳐준다. 그러던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 소년은 숨겨져 있던 위험한 본성을 드러내고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감독이 연출하고 송중기, 박보영이라는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늑대소년’은 솔직히 얘기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역부족인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주로 소녀의 집과 주변에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진행되면서 공간과 등장인물의 제한으로 인해 화려한 CG와 스케일이 큰 장면들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나 잔잔한 멜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남성 관객들에게는 매우 심심한 영화로 보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개봉 후 영화에 대한 반응은 제임스본드 탄생 5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007 스카이폴’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11월 비수기의 극장가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동화책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늑대인간을 소재로 아예 동화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자 전반적으로 뽀샤시한 화면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끌고 있으며, 그 안에서 소녀와 늑대소년의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감정이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입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남성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감정선을 잘 잡으며 마침내 나이 불문하고 모든 여성 관객들을 눈물바다로 빠뜨려 버리는 연출력은 대단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늑대처럼 먹이 앞에서 참을 수 없는 식욕을 보이는 모습과 대사라고는 거의 ‘그르렁’ 소리 밖에 없는 송중기의 연기와 박보영의 당찬 연기가 잘 조화 되면서 영화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거기에 어떻게 보면 축 처질 수 있는 멜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영화를 매사에 긍정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쾌한 웃음을 전달하는 장영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더해지면서 ‘늑대소년’은 많은 연령대를 커버하며 웃음과 눈물을 전해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 부분 송중기의 대사 한마디에 관객들이 술렁이는 잘 보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극장에서 꼭 직접 체험하길 바란다. 초겨울로 다가가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가슴 한 구석에 아련함을 남기게 해주는 영화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