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출간한 방성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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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 출간한 방성혜 원장
  • 승인 2012.11.0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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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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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외과의사 백광현의 삶에 흠뻑 매료돼 집필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마의’ 백광현(1625~1697)의 활약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현직 한의사가 직접 백광현의 일대기를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고스란히 복원해낸 역사실화소설「조선 최고의 외과의사 백광현뎐」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책을 발간한 방성혜 원장(41·서울 인사랑한의원)은 경희대 한의과대학원에서 의사학을 전공하면서 백광현이라는 인물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그가 단순한 옛 의사가 아니라 당대 사람들이 ‘신의’라고 불렀을 정도로 조선을 대표할 만한 뛰어난 의사였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됐다.

“문집에 전해 내려오는 그의 행적이 다소 특이했어요. 그는 조선 후기에 무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왕실의 호위병이 되었는데, 이후 말을 치료하다가 나중에는 사람을 치료하는 뛰어난 의사가 되었어요. 그에 관한 행적이 담긴 기록을 찾아 읽으면 읽을수록 그가 얼마나 깊고 큰 존재였는지 실감하게 되었어요.”

특히 백광현은 뿌리가 깊고 독성이 강한 악성 종기로 죽어가는 환자들을 살려내 ‘신의’라는 호칭을 얻게 되어, 현종 때는 치종(治腫)교수로 내의원 의관이 되었으며, 현종의 목에 난 큰 종기와 인선왕후의 부스럼 및 염증, 숙종의 목구멍 종기와 배꼽 종기 등을 치료하는 등 ‘한의학의 외과적 시술’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던 인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의 외과적 시술’ 분야 개척
그 앞에서는 노비도 임금도 모두 환자

백광현의 삶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의 사본 한 부가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방 원장은 글자 하나하나 뜯어보며 그의 삶을 뒤쫓았다.
“저자는 미상이지만 「지사공유사 부경험방」을 쓴 선인도 분명 백광현의 충심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으리라 생각하니 저도 그의 행적과 충심을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부터 그의 일대기에 매료되어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방 원장은 특히 백광현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어느 의서에도 전해지지 않고 어느 스승도 가르쳐주지 않은 ‘천(川)자형 절개술’이라는 독특한 절개술을 구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당대는 물론 전대에도 없었던 백광현만의 절개술이었는데, 당시 의료인들이 구사했던 의술보다 훨씬 앞서 갔던 의술이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한의학에 무슨 외과술이 있느냐고 공격하는 의사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 책을 ‘역사실화소설’로 쓴 데에는 의사학을 공부한 방 원장의 노력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구를 배제하고 철저히 역사적 사실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해 백광현이 왕실 인물이나 고위관료 중 누구를 치료했는지, 또 그들이 어떤 병을 앓았는지에 관해서는 「승정원일기」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에 근거해 담아냈다.

또 「임천백씨족보」를 비롯해 조선의 선비들이 남긴「완암집」「희조질사」「국조인물지」「귀록집」「이향견문록」등에서 백광현에 관한 기록을 찾아 그의 숨은 삶의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이어갔다.
그럼에도 방 원장은 “제 부족한 언어로 그의 삶을 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의사로서 환자를 대했던 백광현의 성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말년에 그의 품계가 높이 올라갔을 때에도 노비이건 가난한 자이건 전혀 싫어하는 기색 없이 병자를 보살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를 모셔가려는 가마와 말이 집 앞에 줄을 설지라도 그는 오로지 병의 경중만을 따져 위태로운 환자부터 찾아갔고, 관복차림으로 말을 타고 행차할 때 가난한 거지 아이가 달려와 병을 호소하더라도 반드시 말에서 내려 털끝만큼도 꺼리는 기색 없이 진찰해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가 사망했을 때 그를 애도하기 위한 조문 행렬이 길거리까지 이어졌다고 전해지는데, 뛰어난 의술뿐만 아니라 아픈 사람에 대한 자애로운 마음을 갖추고 있었던 분입니다.”

현직 한의사로서 한번도 써본 적 없는 역사소설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특히 방 원장은 백광현의 심리를 절절하게 묘사하기 위해 역사소설 5권을 몇 번씩 밑줄을 그어가며 탐독하고 소설작법을 익혔다고 한다.
고서에 묻혀 있는 백광현을 현대인들에게 생생히 전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 대한 애정과 열정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한의사로서 직접 환자의 질병을 고쳤을 때의 기쁨과 환자의 병이 재발했을 때의 안타까움, 좌절, 절망 등 임상경험들과 한의학적 치료법을 이 책 한 권에 다 녹여냈던 것 같습니다. 집필할 동안만큼은 21세기를 떠나 17세기의 조선에서 마치 제가 백광현이 된 듯이 살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당초 한 권분량을 예상했던 책은 2권 분량으로 늘어났다.

그가 허준의 뒤를 이을 새로운 한의학 드라마의 주인공감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된 그녀는 ‘백광현의 삶’과 ‘한의학의 외과학’에 관한 두가지 자료를 준비해서 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드라마 ‘이산’과 ‘동이’를 집필한 김이영 작가를 만났다.
그때 김이영 작가는 이미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 등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과 함께 백광현을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방 원장은 기쁜 마음으로 그동안 모아둔 자료를 모두 건넸고, 현재는 드라마 ‘마의’ 제작과정에 한의학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가 또 이런 훌륭한 자료들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한국 한의학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자 늘 애쓰시는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의 여러 교수님들과 드라마 자문에 필요한 자료를 함께 찾아준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의 동학들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방 원장은 “글을 쓰는 동안에는 너무 힘이 들어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 다짐했다”면서도 “백광현에 대한 자료를 열심히 뒤지는 중 한 의녀를 만났는데, 왕실 사람들이 그 의술을 인정했던 그 의녀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방 원장은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마흔에 읽는 동의보감」등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한편, 경희대 대학원 의사학교실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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