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러브 픽션
상태바
영화읽기 - 러브 픽션
  • 승인 2012.10.25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쿨하지 못한 남자의 웃기는 연애담

감독 : 전계수
출연 : 하정우, 공효진, 조희봉, 이병준, 지진희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은 관객들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재미있다라는 입소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또는 영화 정보 프로그램이나 예고편 등도 작용을 하게 되는데 때로는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어 ‘예고편이 다였다’라는 씁쓸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그 중 예고편을 중시하는 관객인 필자는 ‘러브 픽션’이라는 영화의 예고편을 버스 등에서 접하고 난 후 그저 그런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 정도로 치부하고 말았다. 그런데 완연한 가을 날씨에 싱글족들을 위한 영화를 선정하다가 다시 만난 ‘러브 픽션’은 예상과 달리 예고편이 다가 아닌 영화였다.

완벽한 여인을 찾아 헤맨 나머지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 보지 못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에게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희진(공효진)이 나타난다. 첫 눈에 그녀의 포로가 되어 버린 주월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희진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그런 주월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에 희진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둘의 연애는 시작되고, 주월은 그녀 덕분에 얻게 된 넘치는 창작열에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괴상한 취미, 남다른 식성, 인정하기 싫은 과거 등 완벽할 거라고만 생각했던 희진의 단점이 하나 둘씩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러브 픽션’은 올해 2월말에 개봉해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비슷한 시기에 주인공인 하정우가 조폭 두목으로 등장하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가 개봉하여 흥행질주를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지만 정반대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하정우의 연기 때문에 두 작품 모두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사실 이 두 작품은 팔색조 같은 하정우의 연기력이 만천하에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러브 픽션’은 흔히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중의 한 작품이지만 이 영화가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머물지 않는 것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는 영화 제목과 소설가라는 주인공의 직업을 십분 활용하여 영화 속 주인공들이 또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 영화 속의 영화 즉 액자 구성으로 극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작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만의 필을 받기 위해 뮤즈가 필요한 상황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는 공효진이 그 뮤즈로 등장하고, 그로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1960년대식 연기 발성으로 표현하는 영화 속 영화이야기와 맛깔스러운 대사들로 보여지면서 이 영화의 색다른 묘미를 주는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독특한 설정을 하려고 했는지 몰라도 전반적인 이야기 진행이 공효진의 겨드랑이 털에 집중되면서 이 영화를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판타지를 일시에 깨뜨리는 여성의 당당하고 리얼한 표현이라고 보느냐, 아니면 신체의 일부분을 희화화 하면서 마치 성적인 농담을 일삼는 매우 가벼운 영화라고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브 픽션’은 출연 배우들의 실제 열애설 루머가 퍼지기도 할 정도로 하정우와 공효진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관객들에게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형 뮤지컬 영화인 ‘삼거리극장’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으로 싱글족뿐만 아니라 연인들 모두 웃음으로 잘 포장된 이 영화를 통해 잠시나마 깊어가는 가을을 사랑으로 만끽하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