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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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 승인 2012.10.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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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행

이선행

civil011@empas.com


그간 올라온 다른 분들의 칼럼 글들은 많은 생각과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제가 쓰는 글은 성격상 가벼운 수기에 속합니다.
가볍게 읽고 ‘이런 경험을 한 한의사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은 교수님들과 동기들이 지난번에 올린 글을 읽고 잘 읽었다고 연락을 해주셨습니다.
추가로 옛날 한의학 교육의 근간이던 ‘도제식 교육’이라는 점이 병원수련의 장점이라는 의견도 들었습니다.

부원장으로 근무하더라도 자주 모여서 conference나 study를 진행하지 않는 이상 다른 원장이나 부원장의 진료 및 처방 스타일을 공유하기 어려운데, 병원에서는 원내학술회의 및 외래보조 등의 방식으로 교수님들이나 다른 수련의들의 진료 경험이나 처방을 공유하기 쉽다는 점도 병원수련의 장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럼 본론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국가고시가 끝난 다음날 병원 면접 일까지 남은 날짜는 약 10일 정도 되었습니다. 병원에 이미 근무하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로는 면접 책을 사서 나올만한 예상 문제를 꼽아보고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면접 책을 사 놓으면 나중에 병원 나가서라도 취직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사 놓는 것이 좋을 것이란 이야기였습니다. 즉시 경희의료원에 지원한 동기 1명과 같이 집 근처 서점에 가서 한글면접 책 1권, 영어면접 책 1권을 샀습니다.
이전에 나왔던 면접 중에 “FTA가 한의학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영어로 설명하시오”라는 한글로도 대답이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초긴장 상태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면접 당일...
2명씩 한 방에 들어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짝수번호를 배정받아서 나중에 대답하는 것이라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할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기본적인 질문들, 예를 들면 왜 지원했느냐, 마음을 열 만한 친구는 몇 명이나 되는가, 간단한 자기소개 등은 모두 미리 준비했던 질문이라 편하게 대답했습니다. 영어 질문도 쉬운 것을 받았습니다.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이런 것이라 준비한 대로 대답했습니다.

한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
약간 당황했지만, 생각만큼 낯설진 않았습니다. 한글면접 책에서 이색 질문에 있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입사면접에서  “후지산을 도쿄(지명은 기억이...)로 옮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이라는 문제가 나왔다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정해진 것이 없으나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최선의 답변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일단 처음 든 생각은, ‘낯설지 않은 문제다. 면접 책을 사서 본 게 여기서 먹히는구나…’

하지만 답변이 없는 문제라 답을 만드는 것이 난점이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했습니다. ‘논리적이어야 해’ ‘병원에 대한 관심도 같이 표명하는 답변이면 좋겠다’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제가 궁리하여 낸 답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에 부지를 알아보는 비용과 시간을 제외하고 옮기는 비용과 시간만 계산해 보겠습니다. 병원 기공식이 일어난 이후 완공되기까지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이 걸렸습니다. 병원 높이를 1000m 정도(실은 이것보다 더 될 듯합니다만)라 가정해 볼 때, 산을 옮기는 것은 일반건물을 짓는 것과 차이는 있지만 한라산의 높이인 1,950m는 병원의 2배 정도의 높이가 됩니다. 이에 맞추어 보면 시간은 30년 정도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되고, 들어가는 비용은 병원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1000억이었다면 2000억 정도가 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런 내용을 횡설수설하면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위의 답변보다 더 논리적이지 않게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삽으로 퍼서 옮긴다는 답변과 대답을 못한 경우가 떨어진다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 경우에 들지 않아서 합격한 것 같기도 합니다. 나중에 집으로 오면서 추가로 생각한 답변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라산 사진을 찍어서 서울로 전송하면 드는 비용과 시간은 인터넷 연결망 비용과 사진 전송 시간만큼만 필요합니다.”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을 마음에 담고 서울로 오면 됩니다. 이 때 필요한 비용은 서울-제주 왕복 비용과 시간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답변이 있을 수가 있겠지요. 그로부터 얼마 후,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 인턴으로 합격했다는 통보가 날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질문을 모두가 받은 것은 아니더군요. 운이 좋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이 선 행

마스터리의 전공의 생활
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소아과 레지던트
http://blog.naver.com/pnukme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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