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의학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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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한의학적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 승인 2012.10.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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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hoon615@hanmail.net


2011년 4월 28일 목요일 4교시, 한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교실에서는 정한솔 교수님의 병리학 강의가 있었다.
수업 시작과 동시에 정한솔 교수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시험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요. 한의학적으로 면역과민반응과 자가면역질환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
“왜 자꾸 과민반응이 일어나고…, 왜 이상한 항체들이 만들어져서 우리 몸을 막 파괴시키고…, 왜 이런 반응들이 일어나는 걸까요?”
한 학생이 대답한다.
“마음을 못 다스려서….”
“아…. 마음을 못 다스려서? 너무 과학적이지 못한 대답이다.(웃음)”
모두 함께 웃는다.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신다.
“좋아요. 쉬운 이야기로 우리 몸이 虛해서 그래요.”

몸이 허해서 면역질환이 생긴다는 것이 마음을 못 다스려서 면역질환이 생긴다는 것보다 좀 더 과학적인 대답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모두들 교수님 이야기를 좀 더 경청해서 듣기 시작한다.
“몸이 허하면 모든 면역기전에 교란이 일어난다고 하죠. 면역은 제대로 일어날 때 제대로 일어나고 사라져줘야 해요. 교란이 일어난다고 함은 이런 면역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죠. 그런데 노인이 되고 몸이 허해지면, 자기 몸한테는 면역이 일어나고, 외부에 항원이 들어오면 멍청하게 면역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게 다 한의학적으로 몸이 기허, 음허…, 몸이 虛해서 생긴다는 거죠. 여기서 補해 주잖아요. 그러면 몸은 좋아지는 걸 느끼죠.”

교수님께서 이어 설명한다.
“그런데 과학적으로 하나씩 환원주의적으로 해석하면 면역학이 끝도 없게 되는 것이죠. 사실, 면역질환이라는 것이 한 인자가 문제가 있어서 생기기보다는 시스템적으로 전체에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한 인자를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의학처럼 전체를 보해주고 치료해주면 나아요. 여기에 실용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죠.
인터페론 감마(T림프구 증강을 도모하는 면역증강제) 몇 백만 원 주고 치료한다? 그것보다는 녹용과 같은 보양약 등의 한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체질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완전히 고칠 수 있을까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치료방법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몇 몇이 긍정 및 공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껏 했던 이야기들은 시험에 안 나와요. 그럼, 진도 나갈게요. ITP라는 것이 있어요. 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이에요. Idiopathic,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죠. 양방에는 이런 게 많아요.”

ITP는 원인 없이 자가항체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피부에 쉽게 멍이 들고 출혈이 생기며, 혈소판이 심하게 감소하여 일어나는 질환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는 비장적출술과 같은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기도 하다.
교수님께서 이런 저런 ITP에 대한 설명을 하시고는 ITP 관련된 실제 에피소드를 들려주신다.

“로컬 한의원에 있는 친구 한 명이, ‘ITP 환자가 양방에 있는 큰 병원에서 혈소판을 수혈 받아야 한다는데 그게 뭐냐’며 묻기에, ‘혈소판이 부족해서 출혈이 일어나는 건데, 왜 그런지 원인은 아직 잘모르고, 한방적으로는 네 마음대로 치료해봐라’ 했더니, ‘출혈? 출혈이면 脾統血 아냐? 脾를 補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되겠네’ 하며 치료했더니 증상이 가라앉고 멀쩡히 살아가요…. 우리의 치료방법은 조절이잖아요? 부족하면 더해주고, 많으면 빼주고 하는 것이 조절이잖아요. 瘀血이 있으면 빼주고, 痰이 있으면 빼주고… 그런 거잖아요. 어혈도 담도 허해서 생겨나는 일이 많이 있죠? 그런 방향으로 치료했을 때 좋아지면 그게 치료가 아니겠냐는 거죠.”

우리가 이렇게 어렵게 수많은 질병을 배우고, 질병명을 암기하고 병리기전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모두 바로 이런 치료를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할 일은 바로 이거에요. 임상시험센터가 빨리 갖추어져서 몇 명 치료했더니, 몇 명이 낫더라… 이렇게 과학적으로 통계적으로 증거를 보여주는 일인 거죠. 내 친구가 한의원에서 치료했더니 좋아졌다 하는 것은 안 통하죠. 하지만 실제로 한의학적인 치료로 낫고, 한의학적 치료방법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죠. 보여줘야 해요.”

우리의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교수님께서 더 해 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었지만, 교수님께서는 뒤에 진도만 나가셨다. 그리고 우리는 이틀 후 ‘인체반응’과 ‘질병의 원리’라는 과목의 두 번째 시험을 치렀다.

 

 

조 영 훈

꿈꾸는 마법사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http://blog.naver.com/pnukme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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