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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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한의학 2012년의 자화상(6)
  • 승인 2012.09.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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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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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한의대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⑥ - 의사학

과거에 대한 이해와 미래 비전 제공할 수 있어야

<글 싣는 순서>
1. 한의과대학 교과서 사용실태 및 개정현황
2. 한의과대학 연구소 취재기
3.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진료실 대기 풍경
4.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응급실 취재기
5. 한의과대학 부속한방병원 특화진료현황 
 


본지가 전국한의과대학에 원전학 ‘강의계획서(2012학년도 1학기 기준)’ 자료를 요청해서 취합한 8개 대학의 자료를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경희대·대구한의대·상지대·우석대·원광대는 「강좌 중국의학사」를 주교재로 삼고 있으며, ▲대전대는 「한중의학사개설」 ▲동국대는 「중국과학기술사(의학편)」▲세명대 「신편 중국의학사」 등을 각각 교재로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의대 의사학교실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 「강좌중국의학사」, 「신편중국의학사」, 「한중의학사개설」(왼쪽부터)

 

 

 

 

 

 

 

 

 

8개 한의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강좌 중국의학사」는 전국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교수들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참여한 한의학 기초 전공서로, 중국의 의학 기원과 원시의료를 비롯해 △상왕조에서 춘추시대까지의 의학 △진한에서부터 삼국시대까지 의학 △위진남북조시대의 의학 △당과 송대의 의학 △원과 명대의 의학 △청대의 의학 △근대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의 의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6년에 초판 발행 이후 개정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재 교정작업 중으로 증보판이 나올 예정이다.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남일 교수는 “한국한의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통한 세계화 전략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으며, 한국한의학을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의 위치를 명확히 하고 이를 확장해서 세계의학계에서의 위치와 연계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강좌 중국의학사」는 그동안의 중국의학사의 연구성과를 담아내었지만, 국내에서 중국의학사 관련 새로운 연구성과가 부족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좌 중국의학사」가 한의학 역사를 전체적으로 통찰하는 역사관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 A대 한의대의 한 외래교수는 “의사학은 학생들이 한의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간단하게나마 맛볼 수 있고, 또한 그 과정에서 자신의 한의학적 세계관을 세울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의사학은 충분히 중시되어야 한다”며, “다만  전국의사학교실 공저로 되어 있는 교재가 내용이 난삽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학 전공자들이 스스로 의사학을 현대의 임상과 연관성이 없는, 한의대생들이 교양으로 알면 되는 그런 과거의 사실(史實)에 대한 학문 정도로 치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사학에서는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의미를 부여하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사실들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전체적인 사실(史實)들에 대해 일관성을 부여하는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며, “향후 보다 나은 교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재에 연구성과물을 반영하는 문제에 대해서 김남일 교수는 “연구성과물이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요구되지만 새로운 증보판이 나올 때는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 분야에 대한 한의계의 무관심과 연구 인력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되어 연구성과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나, 일선 임상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치료법, 이론들을 교과서에 원활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용진 교수는 “주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한중의학사개설」(2007, 홍원식 외 2명 주민출판사)은 홍원식 교수가 처음 만든 「중국의학사」교재를 이어받은 것으로 중국의 의학사교재를 번역한 부분을 삭제하고 새로운 내용으로 수정했으며, 한국의학사 부분을 추가해 한국에서 의학사 교재의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성과물의 교재 반영부분에 대해서는 “중국의학부분은 대학원 석·박사학위논문의 일부 내용들로 수정·보완하였으며, 한국의학사 부분은 윤창열 교수의 「한중의학각가학설」(2006. 주민출판사)의 내용을 일부 보완하여 완성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또  「신편 중국의학사」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있는 세명대 한의대 안재영 교수는 “중국의학사와 한국의학사에 관한 내용이 쉽게 정리되어 있지만, 현재 의학사 수업이 중국과 한국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교재에는 서양 의학사에 관한 내용이 없어 간략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서양 의학사에 관한 내용이 첨부된다면 학생들이 의학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현재 의학의 흐름은 근거중심의학(EBM)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안전하고 유효하게 진행된 데이터가 있느냐가 근거의 관건”이라며, “「동의수세보원」과 「동의보감」처럼 역사적 근거를 정리하는 작업이 바로 의사학에서 해야 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사학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과 암기가 목적이 아니라, 한의학의 이론이 시대적 지역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발전되어 왔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므로 한의대 학생들에게 과거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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