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의계가 주목할 만한 신기술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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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의계가 주목할 만한 신기술 몇 가지
  • 승인 2012.09.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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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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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 왕
부산대 한의전 교수

필자는 전공 관계로 한방의료기기에 관한 이런저런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많다. 이런 회의에서 참석자가 흔히 받는 주문은 한의 공학 영역에서 커다란 미래 가치를 갖는 신기술이 무엇인가를 제시해 달라는 요청이다.

일종의 미래 예측의 성격을 갖는 이런 요청에 전능한 예언자와 같은 답을 제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미래의 일을 어찌 지금 알겠는가? 다만 “미래를 알 수 없다면 만들어 가면 된다”는 말처럼, 이런저런 구상을 하다보면 영향력도 있고 실현 가능성도 있는 기술이 어느 정도 선별되게 마련이고, 이런 기술이 실제 미래의 모습을 말해 주는 예언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딱히 왜 이것이 유망한 신기술인가 답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의 공학 영역의 주목할 만한 기술 몇 가지를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근래 게재된 네이쳐(Nature)지의 아시아전통의학 특집(민족의학신문 2012년 3월 29일자)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장내미생물의 종류와 군집 상황이 한약의 작용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기 시작할 것이며, 이를 탐색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술에 한의계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쩌면 한약의 복용 후의 부작용이나 효과를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개인 맞춤식으로 예측하게 할 기술이 될지 모른다.

둘째, 통신망, 저장장치, 그리고 입력 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소위 빅데이터(big data)가 가지는 여러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데, 한의계에서도 빅데이터가 종래 한의학의 면모를 일신할 주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의학 교과서에는 경험적 지식보다 선험적 지식이 많고 이들을 압축하면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늘 틀에 박힌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그런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방의료 현장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경험들은 결코 그런 원리적 기술로 포괄할 수 없는 무궁무진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수집하고 그로부터 의미 있는 내용을 추출해 내는 기술 역시 한의계가 주목할 만한 한 가지 기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근래에 한방의료기관 내원 환자 가운데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환자의 비율이 상당히 증가하였는데, 근골격계 질환을 진단, 평가할 3차원 체표 스캐닝 기술과 동작 분석 기술이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중요성을 더해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과거 수억 원의 전문 측정 기기가 행하던 일을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키넥트(Kinect)와 같은 염가의 기기로도 할 수 있게 되어 이러한 기술에 대한 접근성도 크게 좋아진 상태다.

넷째, 조금 생소한 것일지 모르겠으나 레이저 프로젝터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래의 프로젝터는 렌즈를 통해 영상을 투영하는 장치였으나 레이저 프로젝터는 레이저빔을 고속으로 주사(走査)함으로써 렌즈 없이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것이 의료영역에서는 종래의 레이저 치료법을 한 단계 끌어올릴 획기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경락과 혈위가 치료의 중요한 요소이고 온열치료의 활용 비중이 높은 한방의료 영역에서 이처럼 자동적 정위(定位)가 가능한 레이저 조사 기술은 다양한 응용 기기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실현 가능성은 다소 낮으나 한의학의 치료기술을 전혀 새로운 곳에 응용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인체의 오수혈을 여러 가지 조합으로 자극했을 때 나타나는 생체 반응을 통해 새로운 질병 진단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참여한 한 연구에서는 보사를 달리한 정혈의 자기자극에서 위치 선택적 혈류 조절 효과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방법은 혈류와 관계된 수많은 질병의 진단에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십여 년 뒤, 이러한 기술이 한의학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일조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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