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Evdence-based Medicine = only way to survi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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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Evdence-based Medicine = only way to survive !!!
  • 승인 2012.09.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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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석

윤유석

spine_doctor@naver.com


대학에 들어온 이후 영어와 멀어진 생활이었습니다. 우습게도 학생시절 방학의 초창기를 93년 한의사와 약사와의 문제로 인해 3년 동안 계절학기를 받아야 해서 배낭여행조차 하지 못해 영어의 필요성을 더 느끼지 못했습니다.
영어라면 대학원 시험정도에서 활용하는 정도이고, 회화는 전혀 사용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회에 가기 전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병원에 수련의로 근무하면서도 수많은 영어논문을 읽어보면서 ‘한의학을 알리려면 영어가 필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시행하지는 못했던 제가 외국의 학회를 가서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니 처음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함께 간 형(재활의학과 의사)이 그나마 영어를 조금해서 다행이었습니다.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인식 전환
‘한방의 과학화’라는 말은 개인적으로 학생시절에 싫어했던 말이었습니다. 과학화라는 이름하에 한의학이 서양의학의 학문 쪽으로 귀속된다는 느낌을 가졌던 시기였습니다. 오히려 과학화보다는 객관화라는 말이 맞다고 느끼는 시기였습니다. 서양과 동양의학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 과학화라는 것조차 어느 하나의 기준에 의해서 보게 되므로 비과학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치료율에 의한 객관화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병원수련을 하면서 이런 생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경락과 장부에 의한 변증도 중요하지만, 근육 인대 신경과 같은 구조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의학을 서양의학의 기준에 맞추어서 과학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척추질환에 쓰이는 약들이 한의학적 패러다임에 의하면 거풍습, 강근골, 보간신이라는 용어를 쓰게 됩니다. 풍과 습을 제거하고,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하며, 간과 신을 보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실험적으로 하게 되면 염증제거, 신경재생, 근육인대강화, 연골보호, 뼈 파괴 억제 등으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현실은 과학적으로 보여주면서 환자들에게 설명해줘야지 기존의 한의학적 용어로는 설명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임상논문은 실험논문에 비해 어렵기도 하면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원도 많이 필요하면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따라서 임상논문은 체계적으로 실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IRB 통과 등의 과정도 힘든 면이 있습니다. 외국저널에 실리는 국내 임상논문이 의학에서 조차 적은 이유가 아마도 이런 연유가 있을 겁니다. 의학은 그래도 외국에서 발표된 자료를 쓸 수 있고, 우리가 해야 하는 임상연구조차도 외국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한국에 있는 한의사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해야 되는 것입니다.

임상연구를 진행하면서 외국의 국제학술대회에 한의학의 임상적 효과를 알리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조건이라서 책임감과 의무감도 동시에 생겼던 것 같습니다. 사람에게는 이런 동기부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는 스스로에게도 많은 용기와 자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2008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27차 미국통증의학회(APS. American pain society)
학회장(좌). 아래 사진은 학회 포스터 발표장. 구두발표는 다른 장소에서 열렸다.

 

 

 

 

 

 

 

 

해외 학회 참석이 가져다주는 것들

긴장 속에서 간 첫 학회가 APS(Ameri-ca Pain Society : 미국통증의학회)였습니다. 통증에 관한 일반적인 것을 다 보는 학회였습니다. 저 자신이 척추나 관절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에서 근무했지만, 전반적인 통증상황을 보기에 좋은 자리였습니다. 암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제 관심은 척추와 관절이었습니다.

2008년 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은 ‘허리디스크 환자에게 한방치료패키지가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가’라는 것을 발표한 내용입니다. 임상은 실험논문에 비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미국에서 한방치료가 허리디스크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표한 것으로 개인적으로 한의학 뿐 아니라 한국의학에도 뿌듯했습니다.

한방치료에 대한 관심이 워낙 광범위해서인지 기대보다는 크지 않았습니다. 이것 또한 한국이라는 좁은 나라에만 한의학이 있어서 그렇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제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였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많은 질문을 받으려면 꼭 영어로 된 논문을 많이 발표해야한다” “한국은 좁다. 세계로 나아가자” 뭐 이런 분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질문을 줄기차게 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외국인들의 질문이 가장 많았던 부분은 추나보다 봉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자기에게 봉침을 국제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하시더군요. 실제 연구도 해보고 싶고 같이 할 생각은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한약에 대해서는 어떤 기전인지에 대한 질문이 많아 좀 더 기전연구를 실험적으로 해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APS엔 2년 동안 한국인은 안 왔다고 한국계 미국인이 말해주셨습니다. 같이 간 양방 의사선생님이 재활의학과이신데, 여기보다는 미국 재활의학회에 많이 가시기 때문에 APS에 오시는 분이 적다고 하셨습니다.
제 자신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 학회 이후 영문 명칭으로 ‘Oriental Medical  Doctor’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동양의학이라 하면 한국에서 한의학을 바라보는 눈빛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동양에 관련되면 무조건 동양의학(중의학)을 이야기하는데, 교육의 수준이 영 아니고 거의 물건을 파는데 관련돼 있거나 치료보조에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 뒤로는 ‘Korean Medical Doctor (KMD)’를 쓰고 있습니다. 실제 韓醫學도 나라한(韓)을 쓰므로 Korean이 맞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모커리한방병원도 영어명을 Neck and Back Korean Medicine Hospital입니다. 부산대학교 한의전문대학원도 Korean Medicine Hospital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하나는 영어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다음에 꼭 학회를 온다” “논문 열심히 써서 발표하자” 이런 결심을 굳혔습니다. “다음에는 척추학회 쪽으로 참석해야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바로 시행에 옮겨 다녀왔습니다.

유럽척추학회(한의학 치료에 대해 구두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의료진 발표는 유일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납니다), 미국재활의학과학회, 유럽재활의학과학회, 국제재활의학과학회, 동양의학회 등을 다녀왔습니다.
이러한 학회 참석이 밑거름이 되어 점점 척추치료에 관한 한방척추치료의 객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은 진료에 바쁘지만 척추치료의 새 장을 열도록 연구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Evdence-based Medicine = only way to survive !!!
이것이 제목 그대로 다시 한 번 생각납니다. 한의학은 근거중심의학이 안되면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 이런 생각…. 꼭 한의학 특히 척추만은 한의학이 세계주류의학이 되어야 한다는 결심….

  

 

윤 유 석
강척 한의사
http://spine_doctor.blog.me/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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