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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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3)
  • 승인 2012.09.13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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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mechante@hanmail.net


5.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

본 절의 제목인 ‘사람들은 왜 이상한 것을 믿는가(Why people believe weird things)’는 사이비와 컬트에서 이성을 건져내기 위해 노력한 마이클 셔머의 걸작에서 가져온 것을 미리 밝힌다.
가끔 사이비종교에 빠져서 전 재산 다 갖다 바치고, 가정 붕괴되고, 사회적 자살을 이룩한 사람들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아니 어떻게 저런 걸 믿고 하라는 대로 할 수 있지?” 이 절의 내용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위에서 예를 들은, 사이비종교에 빠져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이상한 사람들은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도 나와 함께 놀았던 친구, 이상한 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던 이웃 주민들이 바로 그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사이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부터 그 이유를, ‘솔깃해지는 이유’와 ‘철썩 같이 믿는 이유’ 이렇게 크게 두 가지 단계로 나누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불안’을 잠식하는 솔루션
첫째, 어이없는 주장에 솔깃해지는 이유는 생각 외로 간단하고, 이미 서두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한 바가 있다. 바로 자본주의사회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불안’이다. ‘내가 남들보다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어찌 보면 전투력 향상의 긍정적인 모티브이다. 모티브가 생기면, 그 다음부터는 스스로를 연마하고, 정당한 경쟁판에 뛰어들면 된다.

이런 경쟁의 필드에서는 반칙과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룰이 있고, 그 룰을 지키며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나태하고 한탕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사이비는 바로 이 부분을 파고든다.
사이비 중에서 “우리는 남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그들과 같이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공부하고, 고민하고, 연마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곳이 있는가?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것만 하면 됩니다. 이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건 우리 선생님만 아시는 겁니다. 우리 스승님만 깨달으신 것입니다. 이 처방 이 침술만 사용하면 다 치료하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질병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의원이 환자들로 넘칠 것입니다. 몇 회 강의에 얼마만 내시면 됩니다. 한번 등록하면 회원이 되어 선생님의 제자로 인정이 되니, 그 다음부터는 싸게 할 수 있습니다. 신입회원은 돈이 더 올라갑니다.”

노력하지 않고, 그것만 알면 된다니, 지름길도 이런 지름길이 없다. 공부하기는 싫고, 복잡한 이론들 생각할 지적 능력도 안 되고, 의서는 이미 학부 때부터 다 접었고, 그런데 돈은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는 싶고, 논문이나 교과서 읽기는 싫고, 환자들 앞에서 모른다는 소리는 하기 싫고, 선생님 대접 받고 싶고. 그러니 저런 말에 솔깃해지는 것이다.

게다가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은근히 같은 편으로 공동체 의식을 자극하여 편안하게도 해준다. 이건 지름길이 아니라 반칙이다. 진실이 아니라 거짓말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다. 힘겹게 얻어낸 지적 논리가 아니라 쉽게 상상 가능한 망상으로 이론을 구축한다.

우리는 반칙의 끝은 메달의 박탈이며, 해당분야의 영구제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바닥은 메달이 박탈되기는커녕 무지하고 순진한 학생 제자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공급되고 있고, 사이비 짓 한다고 이미 받은 면허 박탈당할 위험도 없고, 심지어 박탈당할 면허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불안’을 잠식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솔루션이다.

인지부조화의 참담한 결말
둘째, 처음에 그런 식으로 솔깃해져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교조주의처럼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진짜로’ 그것을 믿는다. 그리고 눈을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반증’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현상, 사이비 자기 합리화의 완전체를 설명하는 현상이 바로 그 유명한 ‘인지부조화’ 이론이다.

1950년대 유명한 컬트 종교의 해프닝이 있었다. UFO를 섬기는 종교인데, 정확히 언제 몇 시 몇 분에 세계가 멸망할 것이며, 자신의 종교만이 구원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거기에 말려든 신도들은 자신들의 모든 재산과 몸과 마음을 다 주었다.

199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휴거’ 해프닝도 비슷하다. 그러나 그 종교에서 언급한 날짜에 당연히 세상의 종말은 오지 않았고, 그 신도들은 그렇게 주장한 교주를 때려죽이는 대신, “우리 교주님께서 세상의 종말을 막았다”고 궁극의 합리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교주는 아직도 열심히 비슷한 짓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 후 이 사이비 집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모두 공통으로 진술한 내용은 바로,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너무나도 바보 같은 짓이었는데…”이다.
사건 이후에 심리학자들은 이 말도 안 되는 해프닝을 심리학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하였고, 레온 페스팅거는 그의 유명한 저술 「When prophecy fails(예언이 실패할 때)」에서 이 사건을 인지부조화로 설명한다.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란, 개인의 신념 간에, 또는 신념과 관찰 사실에 불일치나 비일관성이 있을 때, 심리적 긴장(tension)이 발생하고, 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무언가를 변화시켜 부조화를 줄이려는 현상을 말한다.

사이비들은 그들의 신념에 방해가 되는 사실들 - 관찰 결과, 주위의 지적, 교주의 비도덕적 행위, 동료의 몰락, 기존의 과학 - 을 주로 무시(ignorance)라는 방어기제를 통하여 인지부조화를 해결한다.
안 듣고, 안 보는 것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발화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현상만, 자신들에게 유리한 데이터만 받아들이고, 그것을 무한 반복하여 양적으로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치료가 불가능하다. 외부의 정보는 스스로 차단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네가 믿고 있는 게 진실이 아니라고 말하는 수천 수만의 데이터는 무시하고, 교묘히 해석하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일 수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한두 개만 이야기 한다. 과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현 가능성’을 가볍게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이론이 과학이라고 우긴다.

지식인일수록, 사회적 명예를 가진 사람일수록 인지부조화의 결말은 더욱 참담하다. 외부의 시선이 두려워, 자신이 지금까지 행해왔던 것을 거부할 용기가 없다. 자연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경고를 무시하고, 기존 사이비관념을 공고히 하는 쪽으로 인지부조화가 해결된다.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발생하는 정서적 충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과 귀를 모두 닫은 채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며 패악을 부리는 사회의 기생충을 보는 것 같아 어떤 면에서는 측은하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그들은 더 이상 사기꾼이 아니다. 그냥 자기 자신마저 속여 버린, 불쌍한 자기합리화의 완전체이다.

 

 

 

김 현 호
Engineer의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엔지니어, 과학적 회의주의자, 한의사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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