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공공병원 활성화에 대한 한의사의 역할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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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공공병원 활성화에 대한 한의사의 역할 강화
  • 승인 2012.09.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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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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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효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그동안 우리나라의 의료선진화를 견인한 대형병원의 역할 이면에는 공공의료의 취약이라는 그늘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전체 의료기관 중 약 7.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의료민영화로 대표되는 미국에서 공공병원의 비율이 34%라는 점을 봐도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크게 위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국가차원의 의료보험제도를 구축하고도 양질의 의료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은 늘어나고 보장성 역시 점차 취약해지고 있다. 더욱이 대형병원과 네트워크병원들이 중심이 된 이윤추구는 과잉의료를 초래하고 의료민영화의 분위기를 조장하며, 민간의료보험 확대 등 의료의 상업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동네의원의 몰락과 함께 한국의료의 붕괴가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확보에 관련한 논의가 늘고 있다. 지난달 국회(김미희 의원 주최)에서는 ‘공공병원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특히 공공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주치의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주치의제’를 통해 질병 ‘치료’ 중심에서 ‘관리’ 방향으로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며, 아울러 일차의료영역에서 진료서비스의 효율성과 잘못된 의료정보의 교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의료 증대에 대한 필요성과 대안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한의약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 초보적 수준에서 논의되는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들어 공중보건을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한의사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8월 말에 ‘한의공공의료’의 발전을 논의하는 포럼에서는 그동안 공공의료 현장에서 몸담고 있던 한의사들의 활발한 토론과 정책 제안을 볼 수 있는데, 공공의료영역에서 한의학의 필요성과 실질적 역할을 보여주는 계기인 듯하다.

이와 관련해 올해 중반 서울시는 시립병원 중 하나인 북부병원에 ‘한방과’를 설치 운영하였는데, 이는 한의학의 공공의료에 진출한 시험무대라고 하겠다. 설치 당시 고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각종 성인병과 만성퇴행성질환에 대한 한방진료의 역할이 공공의료 차원에서 확대된 것이란 평가와 함께, 서민층을 위한 양질의 한방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였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지난달 서울시에서 개최된 한방공공의료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그 중간 평가가 드러났다. 북부병원에 한방진료가 시작된 이후 외래환자가 약 30% 증가하고, 환자의 본인부담금 역시 한방진료를 통해 감소하였다는 점이다.
아직은 충분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지만, 이 같은 평가를 통해 서울시는 공공의료에서 한방의료의 역할을 늘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한의계는 본격적으로 공공병원 활성화에 대한 한의사의 역할 강화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

다만 한의사의 역할을 논하기 전에 한의계가 가져야할 책무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많은 공공병원이 만성적자 때문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한방진료에 관심 갖고 운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의계는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관련 제도 정비와 재정 지원을 위한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공병원의 운영과 의료를 주도하는 관련 의사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서울시 북부병원의 경우에서도 병원 내에 한방과를 설치 운영함에서 있어 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공감과 수용이 중요하였다고 한다.
이유는 공공병원에서의 한방진료가 ‘한·양방 협진체계’의 조건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의약 전문 공공병원의 신설도 추진되어야겠지만, 그 전에 공공의료이자 공공재로서의 한의약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럴수록 공공의료 현장에서 한의계는 협진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와 결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공의료가 환자 중심에서 펼쳐져야 하는 점을 한의계가 나서서 강조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수요에 비해 의료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의료인의 권위가 높았다면, 이제 의료는 서비스차원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흘러가고 있다. 한의학이 위와 같이 환자 중심에 더욱 가치를 둘수록 국민은 한의약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서울시 북부병원에서 입원환자의 약 70%가 한방진료를 선호한다는 설문결과가 공공병원에서 한방진료를 수용하는 결정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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