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 이해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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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 이해하기(1)
  • 승인 2012.09.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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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업

김창업

eopchang@snu.ac.kr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이란 이름은 상당히 넓은 분야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짠∼’ 하고 정의하고 만들어낸 분야가 아니고 역사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여기저기 관련 개념들이 추구되어지며 발전되다가 21세기에 인간유전체 서열분석기술과 그 밖의 다양한 오믹스(omics)의 발달,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의 발달 등과 함께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omics’는 우리말로 ‘체학’이라고 번역하며 전체를 나타내는 의미입니다. genomics라고 하면 ‘유전체학’이라고 번역하고 유전자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를 연구하는 것을 말하죠. 단백질체학(prote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 등 다양한 오믹스 분야가 있습니다. 이런 오믹스 분야의 발달은 대용량의 정보를 한꺼번에 얻고 분석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high-throughput techonology)의 발달에 기인합니다.

생물학부터 의학 분야까지, 그리고 유전자부터 개체 수준까지 시스템 생물학이란 이름 아래 다양한 분야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모두 예외 없이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 간의 상호작용(interaction)에 의해 만들어지는 네트워크, 전체의 창발적 속성(emergent property)에 주목한다”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 생물학의 본질입니다.

부분이 모인다고 전체가 되진 않아
타이어와 엔진, 철판이 그저 모여 있어서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으며, 이들이 적절히 연결되어 관계를 맺을 때 비로소 자동차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탄소, 수소, 산소를 모아놓아도 생명체의 기능을 할 수는 없으며, 이들이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야만 그 관계 속에 생명현상이 나타납니다. 부분들이 적절히 연결되어 관계를 맺음으로써 부분 각각에겐 없었던 새로운 속성이 상위차원에서 나타나는 것. 이것을 창발성(emergent property)이라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 이야기
뉴턴 이후의 근대과학의 혁명적 발달과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화려함 앞에 잠시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었습니다. 미시세계로의 분석과 환원, 그 성과가 너무나 화려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부분들을 조합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나무보다 숲을 봐야 한다고, 쪼개서 살펴보아도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들려왔지만 눈부신 환원주의(reductionism)과학의 성과 앞에 이들 전체론(holism)의 외침은 너무나 미약했고 감성적이었습니다. 낭만적이고 이상적인 외침에 비해 그들이 실제로 보여주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보였습니다.

복잡계 과학(complex science)의 발달,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 등, 전체론으로의 회귀가 상당히 무르익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선 90년대 이런 분위기가 성행했고 한의학은 이 조류를 타고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긍정적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복잡계 과학이 의학에 기여할 길은 요원해보였고, 낭만적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은 지나버렸습니다.

여전히 주류의학은 쪼개고 쪼개어 복잡한 질병의 단일 원인을 찾아내려고 했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찾고 있었습니다. 고도로 미시적인 세계의 환원적 메카니즘을 연구해야 잘나가는 첨단의과학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고, 행동실험을 통해 개체의 속성을 이해하려 한다든가, 여러 세포의 신호를 모아서 전체적인 양상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다든가 하는 분야는 마이너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21세기 들어 상황 급변
인간 전체 유전체 암호가 해독되었고, 유전자는 단순히 문자일 뿐, 그 ‘조합’이 생명체를 설명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전자, mRNA, 단백질 등의 생명정보를 한꺼번에 얻어낼 수 있도록 하는, 그래서 이를 통해 전체의 현상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들이 급격하게 발전하였고, 컴퓨터와 인터넷, 대용량 정보처리 기술의 발달이 과거엔 도저히 불가능했던 복잡한 관계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네트워크 과학과 같은 방법론의 발달 역시 복잡계(complex system)를 간단히 파악하는 훌륭한 도구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주류학계에는 환원주의의 사고를 고수하는 흐름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속도는 매우 가파릅니다. 그리고 이 가파른 변화 속에 한의학이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주류학계에 의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입니다. 이 게시판을 통해 소개해드린 네이처(Nature)誌의 기사가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전체론(holism)으로 추가 기울어지고 있지만, 이번의 변화는 과거 낭만적이었던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과는 달라 보입니다. 현재 발달하고 있는 시스템 생물학의 생물학, 의학적 적용과 가능성은 다양한 실제적 성공사례들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발전의 역사가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한의학에의 적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에는 좀 더 자세히 시스템 생물학의 개념과 포괄하고 있는 범위,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창 업
제마나인 한의과학 게시판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http://www.zema9.com/hani_science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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