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무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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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무서운 이야기」
  • 승인 2012.08.0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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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무더위 날리는 공포영화 종합선물세트

감독 : 정범식, 이대웅, 홍지영, 김곡, 김선
출연 : 김지영, 정은채, 남보라, 김현수
너무 더워서 길을 가다가도 비 좀 내려달라고 하늘을 수없이 쳐다봤던 1994년 여름이 기억난다. 그런데 2012년 여름도 그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작년엔 제발 비 좀 안 오게 해달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연일 더위와 씨름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입가에 웃음을 띤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을 것이다. 그 중 극장 관계자들도 포함 되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복더위에 극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시원한 쉼터의 역할을 하고, 거기다가 관객들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영화까지 상영된다면 뜨거운 여름 날씨에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올 여름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도둑들’ 같은 국내외 블록버스터들 탓에 이렇다 할 공포영화가 눈에 뜨이지 않지만 그 중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유발시키는 ‘무서운 이야기’라는 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묘한 칼질 소리에 서서히 눈을 뜬 여고생(김지원)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그 때 그녀는 자신이 정체불명의 남자(유연석)에게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 그녀는 시간을 벌기 위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기담’의 정범식 감독과 ‘스승의 은혜’의 임대웅 감독, ‘키친’의 홍지영 감독,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의 김곡, 김선 감독들이 힘을 합쳐 만든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는 서로 다른 감독들만의 독특한 연출 세계를 보여주며 관객들에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다.

정범식 감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해와 달’이라는 전래 동화를 오누이 괴담으로 변모시키고 있고, 임대웅 감독은 도망칠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는 3만 피트 상공 비행기 안에 연쇄 살인마와 함께 남겨진 스튜어디스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 비행기’를 연출했다.

또한 홍지영 감독 역시 우리가 알고 있던 ‘콩쥐, 팥쥐’의 이야기를 재해석하여 ‘콩쥐, 팥쥐’를 잔혹동화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좀비 영화인 김곡, 김선 감독의 ‘앰뷸런스’ 등이 이어지면서 공포영화 종합선물세트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여타의 공포영화들이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공포심을 증가시켰다면 ‘무서운 이야기’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집, 직장 등의 공간과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공포감을 끌어내고 있어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흉흉한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극적 긴장감을 더 높이고 있다.

그러나 4편이 연결되어 있는 옴니버스 영화라는 특성으로 인해 영화 감상의 호흡이 빨리 끊어지고, 작품마다의 편차가 있어 소리를 지르고 싶은 관객들의 욕구를 다 채워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서운 이야기’는 2012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으로 폭염 속 공포영화로서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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