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한의학 이론의 왜곡된 해석, 실체 없는 전통민중의술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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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한의학 이론의 왜곡된 해석, 실체 없는 전통민중의술 탄생
  • 승인 2012.07.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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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전호에 이어)

(10) 영혼치료와 벽사법
앞서 살펴본 (6)기로서 병을 고치기와 (7)도로서 병을 고치기에 이어 이번에는 ‘영혼치료와 벽사법’이 등장합니다. <(8),(9) 생략> 이쯤 되면 제가 검토하고 있는 이 문건의 제목이 ‘입법정책방안’ 인지 ‘한국의 불가사의, 초능력’ 인지 아리송할 지경입니다. 먼저 영혼치료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한으로 인하여 산 자에게 생긴 병은 그 한을 풀어서 영혼으로 하여금 저 세상으로 가도록 해주기 전에는 절대 어떤 다른 방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이치를 제대로 안다면, 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어 우리의 심신수련문화를 복원하여 도인들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할 뿐더러, 수준 높고 심성이 바른 영매들을 제대로 길러 내어 천박한 영매들에게 생기는 부작용을 없애도록 교육제도와 이론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혼의 한으로 인해 산자에게 생기는 병은 영매를 통하지 않고서는 절대 어떤 다른 방법으로도 치료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즉, 전통대체의학을 입법하는데 있어, 영혼치료를 하기 위해 수준 높고 심성이 바른 영매들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게 교육제도와 이론을 정비하자는 주장입니다. 벽사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더욱 가관입니다.

“氣의학인 한의학에서는 발병의 원인을 삿된 기운(邪氣)으로 본다. (중략) 귀신 또는 삿된 기운으로부터 내 몸을 지키는 방법이 벽사법이다. 귀신과 邪氣를 합쳐서 病魔라 하자. 벽사법은 우선 병마를 쫓아내어 그 침입을 저지한다. 장승, 금줄, 부적, 주문 등이 그러한 목적으로 사용된 대표적인 것들이다. 주술적인 힘을 갖춘 약이나 음식을 써서 내 몸을 강화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음식으로는 붉은 팥, 팥죽, 삼씨, 수탉, 웅황, 솔잎 등이 사용되었다. 약으로는 호두살귀원, 신명산, 신명단 등이 그러한 神藥류이다.”

전통민중의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벽사법을 설명하는 데에도 한의학의 이론을 가져와 마치 벽사법이 한의학적 이론이라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의학의 영역에 교묘히 발을 걸치고자 하는 말도 안 되는 글 때문에, 한의학이 미신이나 불가사의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한의학이 氣의학이라는 말 자체는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발병의 원인을 삿된 기운(邪氣)으로 보고 있지 않습니다. 한의학에서 病因은 내인/외인/불내외인으로 나뉘며, 귀신이라든가 삿된 기운 때문에 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또, 호두살귀원, 신명산, 신명단 등을 神藥이라고 하고 있는데, 이 약들은 조선시대 중종 때 간행된 「簡易酸瘟方」이라는 책에 수록된 처방입니다. 이 책은 당시 평안도에 瘟疫이 유행하여 이를 다스리기 위해 관련 처방을 가려내어 만든 것입니다. 殺鬼라든가 神明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귀신을 쫓거나 하는 약은 아니라 유행성 역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책에는 지금도 다용되고 있는 ‘소합향원’ ‘향소산’ 등의 처방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영혼치료와 벽사법에서 주장하는 바는 영매를 통해 영혼을 치료하고, 벽사법으로 병마를 쫓아내고 주술적인 힘을 가진 약이나 음식으로 내 몸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영혼이나 영매, 벽사 등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인정하는 것을 떠나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여 교육하고 정책적으로 의료에 이용하자는 주장. 이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법률용어로 ‘미신범’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현실성의 한계를 벗어난 비현실적인 대상에 대해 범죄를 시도하거나 비현실적인 수단으로 범행을 한다는 점에서 형법적 행위반가치(行爲反價値)가 없는 행위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살해하기 위한 의도로 부적을 사용하거나 인형, 고양이를 사용한 주술을 이용한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 한때 유행이었던, ‘사르코지 대통령 주술인형’을 구매하여 못을 박았다고 해서 사르코지 대통령 살인미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의료행위라는 영역에서도 저러한 주장은 결코 받아들여 질 수 없습니다. 의료행위는 ‘환자’와 ‘질병’이라는 분명한 실체를 대상으로 합니다. 또, 현대의학과 현대한의학에서도 심리치료 및 정신치료영역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목표와 과정은 개인의 심리, 정신 상태에 중점을 둔 것으로 ‘영혼치료나 벽사법’의 불가사의한 비현실적인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기도나 굿을 통해 병이 치유되기를 바라거나 소망하는 행위는 개인적인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는 판단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영혼치료나 벽사법’은 결코 의료행위가 될 수 없습니다.

성강욱
민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바로보기나(http://www.kmwik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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