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3)-김영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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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3)-김영수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박사과정)
  • 승인 2012.07.2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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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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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유전학적 방법 활용, 뇌 연결회로 기능 연구

 

경희대 한의대 졸업 후 2011년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해서 뇌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영수(26) 씨를 대전 카이스트 교정에서 만났다.
본과 2학년 때 알찬 방학을 보낼 요량으로 경희대에서 진행하는 미래한의과학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지금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미래한의과학자 프로그램은 방학기간 동안 연구실 한 곳을 정해서 인턴 연구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그는 연구실에서 임상사례보고들을 뽑아서 분류하는 일을 했다. 연구자의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평소 한의학 분야에서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의 고성규 교수와 경희의료원 침구과 이상훈 교수의 조언도 컸다. 한의계 내부보다 외부에서 폭 넓은 경험을 쌓으라는 것이었다.
“아직 저에게 남아있는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고, 연구를 통해 앞으로 한의학계에 필요한 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는데, 당시 부모님께서도 흔쾌히 지지해주셨습니다.”

새로운 발견 가능성 많은 뇌과학에 흥미느껴
많은 분야 중에서 뇌과학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그는 병원 실습과 봉사활동에서 만난 환자들 대부분이 중풍 후유증을 앓고 있어 자연스레 운동질환과 뇌질환에 관심이 생겨 관련 서적들을 찾아 공부했다. 그에게 뇌과학은 아직까지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분야였는데, 동물들의 행동을 조절하는 기전을 밝힌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뇌과학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은 뇌의 기능들과 그 작동기전을 밝히고, 그와 관련된 질병 및 치료법을 연구하여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 특히 기능적 커넥터믹스(connectomics, 연결체학)에 관심을 두고 있다.
“커넥터믹스는 뇌 속의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특정 연결 회로들의 기능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연구방향에는 많은 한계점들이 있었지만 최근 개발된 광유전학(optogenetics)적 방법들은 뇌과학 연구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는데, 저는 이런 방법을 활용해서 소뇌와 대뇌를 연결하는 회로의 기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가 있는 실험실에서는 주로 신경유전학, 전기생리학,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동물 모델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특정 유전자가 뇌의 국소 부위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를 전기생리학적 관점에서 밝히고, 그러한 신경학적 변화가 어떠한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연구한단다.

연구자는 유연하고 개방적 사고 중요해
“뇌과학은 그 특성상 연구분야가 매우 다양합니다. 세포 수준에서 특정 신경세포들의 전기적 특성을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물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행동학적 의미를 찾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최근 시작된 광유전학적 연구들은 유전자변형 동물 모델을 넘어서 살아있는 동물에서 특정 타입의 신경세포들만을 조절함으로써 이전까지 불가능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학고나 이과대학을 거친 순수 과학인들에 둘러싸여 공부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는 한의대 시절 많은 부분을 자신의 주관적인 이해에 할애했다면, 대학원에서는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하나하나 명확한 근거와 논리를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고 말했다. 또 과학적 연구를 통한 결과들도 명확한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작은 충격이었단다.

한의학적 치료법에 따른 감각 자극 관련 연구하고파
한의학도로서 그가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무엇일까?
“침과 뜸 등의 한의학적 치료법은 많은 경우 감각 자극을 동반하게 됩니다. 물론 침과 뜸에는 다른 기전들도 병존하겠지만, 저는 다양한 종류의 감각 자극들이 신경계를 통해 특정 증상을 조절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밝히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대학원과정을 통해 보다 전문적인 연구역량을 쌓은 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연구 과제입니다.”

대학원에서는 한의학적 지식 자체보다는 해부학적 지식이나 특정 질환들이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다양한 정보들이 모였을 때 그 정보들을 통합해서 이해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한의학 공부가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그는 “한의학이 아직까지 안전성과 유효성의 검증이라는 기초과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기에 그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과거의 의서들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가장 우수한 방법이었다면, 현재에는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논문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방법으로 한의학이 가진 가치를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건강기능식품의 역할처럼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의학적 정보들을 제공하는 것도 한의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의사의 전문 처방이 좋은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회의 변화를 보면 너무나도 많은 한약제제들이 한의사의 손을 거치지 않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전성과 유효성의 검증을 통해 의약품과 식품을 좀 더 명확히 구분해서 기존에는 한약으로 취급되었지만 식품으로 분류되는 약재들에 대해서는 현재의 건강기능식품, 한방차 혹은 일반의약품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한의학적 지식을 가공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한의학이 국민보건 향상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과 뜸 등 외과적 시술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침습적 치료로 위험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넓게 보면 마사지나 안마도 한의학적 치료에 포함됩니다. 저는 신체 말단에서 이루어지는 자극이 다양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기전을 밝힌다면,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법들을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발적인 연구능력 위해 전문성 쌓는 것이 우선
그는 “융합 혹은 통섭이라고도 하는 흐름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통합적인 능력이라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속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적인 연구능력을 쌓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와 관련된 논문을 많이 읽다보니 독서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는 그는 요즘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를 틈틈이 읽고 있단다. 서양의 해부학적 지식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시기의 사건들을 그린 논픽션으로 한의학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그는 진로에 대해 치열하게, 또 충분히 고민의 시간을 보냈기에 현재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임상과 연구는 서로 다른 길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연구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임상으로 연결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연구자들은 한의계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연구에 임하는 것이라면 임상가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의계 밖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무엇인가를 하면 좋은 아이디어들도 생겨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카이스트 교정 안에 대전 최대의 백로 서식지가 있다”며 그곳으로 안내했다. 동산에는 백로들이 나무 위에 하얗게 내려 앉아 있는 모습이 진풍경을 이루었는데, 해마다 그 숫자가 많아지고 있단다. 어쩐지 백로의 모습에서 한의계를 잠시 떠난 연구자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 같았다.

대전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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