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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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화차」
  • 승인 2012.07.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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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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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나이, 가족...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다

감독 : 변영주
출연 :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영화를 만들 때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즉 ‘리얼리티’가 있어야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보다는 현실성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쓰면서 영화 속 이야기는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라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 세상의 뉴스는 그 어떤 뛰어난 작가라도 상상할 수 없는 실제 사건들을 연이어 전달하고 있다. 그로 인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점 더 영화와 현실을 분간할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예 중에 하나가 바로 올 3월에 개봉하여 이슈가 되었던 ‘화차’이다. 물론 영화도 24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성적도 좋았지만 이 영화가 더 주목을 받았던 것은 실제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이 자신이 아닌 남의 신분증으로 ‘거짓말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이다.

결혼 한 달 전, 부모님 댁에 인사하러 내려가던 중 문호(이선균)와 선영(김민희)은 휴게소에 들른다. 하지만 커피를 사러 갔다 온 문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문이 열린 채 공회전 중인 차 뿐이었고, 있어야 할 선영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문호는 그녀를 찾기 위해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 형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조사를 하면 할수록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난다. 그리고 종근은 실종 당일, 은행잔고를 모두 인출하고 살던 집의 지문까지 지워버린 선영의 범상치 않은 행적에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직감한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모인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화차’는 단순히 남의 신분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호기심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는 아니다.
극중 강선영이 차경선이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왜 그녀가 다른 사람의 삶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씁쓸한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특히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불법 사금융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 번쯤 봐야 될 영화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가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에게 어떠한 피해가 가게 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화차’와 같은 일들은 벌여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잃고, 타인의 삶을 선택하면서 행복해지기를 원했던 여주인공 역을 무난히 소화한 김민희의 연기변신이 눈에 띄는 영화 ‘화차’는 양파 껍질 까듯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밝혀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덤덤하지만 관객들이 충분히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으로 연출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그리고 향후에는 이러한 일들이 더 이상 뉴스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진정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영화 같은’ 이야기로 남겨지기를 기원해 본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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