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신고 의무만 있고 도구는 없다
상태바
전염병신고 의무만 있고 도구는 없다
  • 승인 2003.05.23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전염병예방법, 검사수단 없이 처벌만 언급


최근 사스(SARS) 등 신종전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전염병을 근절하기 위한 의료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나 현행법은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고무하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포착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전염병예방법은 한의사에게 전염병 신고의무가 주어졌을 뿐 전염병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주어지지 않아 법조항이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염병예방법은 ‘신고 또는 보고를 게을리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한 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2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법 제56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군, 2군, 3군, 4군 전염병은 물론이고 지정전염병을 확인할 길이 없어 부득이 신고를 게을리 하거나 잘못 신고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현행법대로라면 한의사는 육안이나 육감, 혹은 맥으로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 전염병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법규정과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경기도에 개원한 한의사는 “증상만 보고 콜레라요, 세균성이질이에요, 말라리아요 하고 신고하면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하겠느냐”고 반문한다.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는 한의사는 면허정지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어 신고를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의계 관계자들은 의료법이 명실상부하게 전염병예방법이 되려면 의무에 따르는 검사수단을 한의사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한의사는 “똑같은 의무를 지닌 양의사는 검사수단이 풍부한 반면 한의사는 방법이 전무해 형평에 맞지 않는다”면서 의료기사지휘권을 한의사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의사는 “법을 만들 때 한의사를 신고의무자에 포함시킨 것은 한의사도 전염병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한 것이므로 현실에 맞게 검사수단을 줘야 법 제정 정신에 맞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사스에 이어 새로운 전염병이 예고되고 있는 이때 정부는 방역조직을 확대·개편하기에 앞서 사문화된 한의사의 전염병 신고조항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한의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