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의학교육학,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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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의학교육학,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 승인 2012.06.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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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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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효
원광대 한의대 경혈학 교수
대학이 변하고 있다. 과거 상아탑으로 상징되던 학문의 요람, 대학의 현재 모습은 치열한 취업과 생존 경쟁력을 갖춘 인재 양성 또는 사회진출의 교두보로서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대학의 중심에서 학문과 교육의 주체였던 교수의 위상과 역할 역시 변화하고 있다. 예전엔 ‘군사부일체’처럼 절대적인 권위와 함께 학문을 대표하는 존재로서 학생에 대한 일방적 교육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이제 대학사회는 교수에 대한 연구평가뿐만 아니라 학생이 참여하는 교육평가를 도입함으로써 대학의 중요 수요자인 학생에게 필요한, 잘 가르치는 교수를 선호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대학의 궁극적인 경쟁력인 것이다
의학교육도 수요자 입장을 고려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의과대학에서 4+4개념의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의전원의 교육제도에서 불거진 문제점으로 다시 6년제 교육제도로의 환원을 선언하고 있지만, 의학전문대학원 과정을 통해 의학교육의 많은 변화와 혁신이 이뤄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학교육의 목표가 분명하고 뚜렷해진 것이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의학교육은 과정 중심에서 결과 중심으로 이동 중에 있다. 이는 의사에게 가장 주요한 점이 수행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의학교육은 학생이 수행할 수 있는 자질함양을 위한 역량 중심 교육이 강조되며, 학습성과를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의학교육변화의 중심에 ‘학습 성과’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것이다. 1984년 미국에서 제기되었던 지식 위주의 주입식 의학교육의 문제점이 이후 의과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구체적인 학습목표를 성과의 개념으로 제시됨으로써 의학교육과정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이 국내 의학교육에도 도입되면서 PBL(problem based learning)을 포함한 임상실습 및 술기에 중심을 둔 교육과정이 교육전반에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한의학교육도 변화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오늘날 한의학교육의 모습은 20세기 의학교육의 틀을 판박이한 것이다. 기초의학을 포함해 임상의학교육은 과목 중심의 교육과정과 그에 따른 교실형성과 임상진료 분류를 이끌어 냈으며, 그것이 오늘날 한의과대학 및 한방병원의 모습이다. 이 같이 발달한 교육과정과 내용을 재평가해야 만이 21세기 한의학교육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이에 필자는 한의학교육의 百年之大計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 ‘한의학교육학’이 한의과대학에 빨리 등장하고 자리잡기를 희망한다. 최근 전국의 의과대학들은 의학교육학교실을 신설하거나 확대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2012년 서울의대는 의학교육학교실을 신설하면서 “의학교육학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의사양성제도, 학생선발정책, 의과대학 교육과정 개발과 평가, 졸업 후 교육, 평생교육, 교수개발, 대학 및 병원의 조직변화 등 제반 영역을 다루며, 의학교육 발전을 선도할 의학교육학자를 양성하는 것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고려대도 최근 6명의 의학교육학 외래교수를 위촉하였는데, 여기에는 언론, 문화, 법조, 예술분야 등의 전문인을 의학교육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미래 한의학교육의 변화를 언급하면서 의학교육을 비유하는 것이 필자로선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지금 한의학 교육에서 시급한 바는 한의학 지식이 풍부한 의사가 아닌 한의약 의료행위를 수행하면서 그 능력과 자질을 사회와 환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한의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또 21세기 전체에 함께 숨 쉬고 나아갈 한의학교육 혁신의 주체를 양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한의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천연물신약, 의료기기 및 의권 등 여러 문제를 볼 때 ‘한의학교육학’이 한의사들에겐 별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문제에만 몰입한 나머지 미래를 설계할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우리는 또 다른 위험과 혼란에 빠져들지 모른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저자 조지 레이코프의 말을 빌리면, “어떤 프레임에 갇힌 채로는 더 이상 그것에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한의계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풀려다가 그 프레임에 갇혀 버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프레임의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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