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그 많은 치료경험례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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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그 많은 치료경험례는 어디로 갔을까?
  • 승인 2012.06.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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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민

백승민

doctorbaek@gmail.com


서양의학계는 진료에 필요한 근거를 외국, 제약회사, 3차병원에서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여 한의계는 어디서 임상근거를 얻어야 할까요?
최신 의료기술이 주로 고도화된 3차병원으로부터, 혹은 실험실에서 개발된 신약으로부터 유래하는 서양의학과는 달리 한의학은 새로운 의학기술이 로컬에서 개발되고, 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나 정안침 자흉침 등 한의계를 풍미했던 신의료기술들은 대부분 개원가에서 유래했습니다.

실제 진료가 많이 이루어고 있는 현장이 어딘지를 파악해봄으로써 한의계 혁신 원동력이 로컬 의원에서 나오는 이유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08년에 발표된 ‘일반인 대상 한방의료 이용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 2천 명 중 84.6%는 한방치료를 한의원에서 받는다고 나타나 있습니다. 이에 비해 한방병원에서 한방치료를 받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12.0%에 불과합니다.

또한 ‘2007 보건산업백서’를 참고해보면 2006년 요양급여실적 중 한의원 총 진료비는 약 1조 1천억 원, 한방병원의 총 진료비는 850억 원 가량으로, 의원급에서 7조 3천억 원, 병원 및 종합병원에서 6조 3천억 원의 총 진료비 실적이 나오는 양방에 비하여 한의계는 총진료비 중 로컬 의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료가 많이 이루어지는 만큼 치료기술과 그 기술을 이용해 치료한 경험, 로컬에서 관찰된 특이한 환자 예후에 대한 증례보고도 많이 이루어질까요? 2010년 9월 현재 최근 5년간 한의학연구원 전통의학정보포털 OASIS에서 ‘증례’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에 따르면, 한방병원에서 발표된 증례는 5년간 141편인데 반해, 한의원에서 발표된 증례는 15편에 불과합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한의계의 치료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대두되는 새로운 치료기술은 증례보고를 통해 전체 한의사 사회에 공유되고 공론화돼 토론 가능한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루트를 통해 한의사 사회에 파급됨을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근거중심의학(EBM)의 핵심적인 우수성은 EBM 자체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이상적인 방법론이라서가 아니라, EBM이 개인의 관찰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어 다른 의사 또는 과학자와 공유 가능한 프레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EBM이 메커니즘의 문제를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현상 자체에 주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EBM의 세계에서는 기초실험적인 근거보다 실제 사람에 투약한 임상연구결과가 황금률로 인정받습니다. 이렇게 임상연구를 통해 생성된 근거는 연구수행 방법론에 문제가 있지 않다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료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EBM 프레임은 계속적으로 파급력을 더해, 이제는 의사들의 임상적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의료소비자 및 정책입안자에게도 중요하게 이용되는 근거중심보건의료(Evidence-based Healthcare, EBH)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한의사들의 치료경험도 분명 수집되고, 공유되고 있습니다. 한의사 개인적인 차원에서 퇴근 후 시간, 주말을 이용해 학회 또는 강의에 참가하여 환자케이스에 대해 열심히 토론하고 더 좋은 치료를 위해 정진하고 계심을 압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공유되는 환자 치료경험이 과연 다른 한의사그룹에도 통용될 수 있고, 더 나아가는 일반인 및 정책입안자들과도 공유될 수 있는 것일까요?
한의사들의 귀중한 치료증례가 서랍 속에서, 또는 폐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나와 더 큰 프레임 속에서 공유되기 위해서는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요? 앞으로 지면을 통해 찬찬히 모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승민 / 백승민의 케이스스피어
한국한의학연구원 침구경락연구그룹 연구원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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