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17)-베지닥터 하태요(부산 백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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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17)-베지닥터 하태요(부산 백산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5.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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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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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효과 몸소 체험 후 환자치료 접목, 성과도 커

젊은 시절 하태요 원장(53)은 명의가 되는 것은 「동의보감」을 달달 외우고, 한의학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한다. 1989년 무위당 선생 아래서 공부하면서 “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를 개발해야 명의가 될 수 있다”는 말씀에 따라 수행도 하고, 수련법도 실천해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지혜가 열리지 않아 스스로는 만족스럽지가 않았다고 한다. 무위당 선생이 돌아가신 이후 수행에 대해 더 목이 말랐던 하 원장은 수행의 실천 중 하나로 채식을 시작했다. 평소 몸이 약했던 그는 쉽게 우울하고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몸이 늘 피곤했단다. 채식이후, 피로가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그는 아침에는 과일주스를 마시고, 점심에는 한식을 먹으며, 저녁에는 생채소를 먹는다.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 권유

하 원장은 미국 버몬트 숲속에서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자급자족하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던 스코트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책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을 읽고 그들의 식단이 매우 마음에 들어 그대로 따랐다.
니어링 부부는 가능한 조리하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육식을 하지 않았다. 특히 이러한 방식으로 반세기 동안 의사 없이도 건강하게 생활한 그녀의 몸 자체가 건강법의 증거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도 했다.
“니어링 부부는 아침, 저녁으로 밥을 안 먹고, 고기도 안 먹었어요. 한의학적인 원리로 생각해보니까 과일은 당도가 높으니까 아침에 먹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채소는 섬유질이 많으니 하루동안 장내에 쌓여있던 노폐물을 청소하는 효과가 있어 저녁에 날 것으로 먹는 것이 맞았습니다. 평소 제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부분도 많고 식단이 마음에 들어 그들의 식단을 모델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소문의 원리, 채식=난치병 극복에 도움

그는 채식의 여러 장점 중 하나로 난치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난치병 때문에 여러 종류의 양약을 먹고 있는 사람들도 양약을 끊고 치료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하 원장의 어머니(79세)는 관상동맥수술을 2번 하셨는데다 양약 8가지를 복용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병을 해결하지 못했던 하 원장은 채식 이후 어머니에게 현미채식으로 식이요법을 지도하면서부터 복용하시던 양약을 모두 끊게 했다. 하 원장은 소문의 원리와 채식이 잘 결합하면 난치병도 극복이 된다는 것을 어머니의 치료경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의사들이 ‘약식동원’이라는 말은 알고 있지만, 실천은 별로 안 합니다. 그런데 한의사가 채식을 하면 일반인들이 채식하는 것과는 다르게 의료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난치병에 도전할 수 있는 길도 열릴 수 있습니다.”

그는 채식을 하기 전부터 아토피 치료를 주진료과목으로 내세웠지만, 육식과 아토피의 관계에 대해 한의사로서 치료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질병과는 달리 한의사 단독으로 양의사의 도움 없이 진단부터 치료확정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도전했던 것이다.

그가 채식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환자들에게도 채식을 병행시키면서 아토피치료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
“예전에는 아토피 치료는 성공률보다는 실패율이 더 높았고, 일시적으로는 좋아지지만 완치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지금은 아토피를 완치시키는 것이 저에게는 특별한 게 아니라 감기치료 하는 것과 같은 일상이 됐습니다.”
그의 식이지도에 따라 채식을 실천하는 환자들은 계속 내원을 하지만, 채식실천을 어려워하는 환자들은 발길이 끊기는 일도 있단다.

알레르기에 좋은 음식들

한의원에서는 점심시간에 함께 식사를 하는데, 내원환자들을 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처음 채식을 시작하는 환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대화의 장이 되기도 하고, 환자와 의료인 사이에 돈독한 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된다.

이날은 기자가 식사에 초대 받았는데, 환자가 직접 끓여온 채식추어탕을 직접 맛보았다.
요즘 봄바람에 날아오는 꽃가루 때문에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 원장에게 알레르기에 좋은 음식들을 물어보니, “눈, 코, 기관지, 피부의 문제는 속이 편해지면, 특히 비위가 따뜻해지고 간이 튼튼해지면 반 이상은 해결된다”고 봄철 알레르기에 좋은 건강식을 소개했다.
“비위를 따뜻하게 도와주는 먹거리로 현미, 생강, 계심(계피의 코르크층을 제거한 속껍질), 당유자 껍질, 산초, 후추, 겨자 등이 있고, 부드러운 매운맛이 나는 채소에는 겨자잎과 물냉이, 파프리카, 피망, 무 등이 있습니다.”

또 간이 튼튼해지는 먹거리로는 쑥, 냉이, 두릅, 땅두릅을 비롯한 봄철에 나는 모든 나물 등을 추천했다.
눈에 알레르기가 생겼을 경우에는 결명자와 감국이 좋고, 코가 막히거나 가슴이 갑갑한 경우에는 비위를 따뜻하게 하는 먹거리와 함께 박하나 감국이 효능이 있단다. 평소 열이 많고 찬물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은 미나리나 케일을 주재료로 한 샐러드나 녹즙 등 쓴맛이 나는 채소를 섭취할 것을 추천했다.

하 원장은 또 피부가 건조하고 땀이 적은 사람의 경우에는 비위를 따뜻하게 하는 재료 중 말린 생강을 사용하고 들깨로 피부 영양을 공급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나를 먼저 알아야 하는 한의학

그는 “한의학은 자기를 기준으로 해서 지식과 지혜를 넓혀나가는 의학이고, 「황제내경 소문」에는 다른 사람을 알려면 먼저 자기를 알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한의학은 관형찰색을 통해서 생기를 보는 것인데, 채식을 하면서 생기의 모습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암, 고혈압, 심장병, 중풍, 당뇨가 육식과 직접 관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이미 과학적으로 정설화되어 있다”며, “채식을 통해서 그 병치료에 대해서 굉장히 큰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피치료를 넘어 난공불락(難攻不落)이라 여겼던 난치병에도 도전하려는 그는 “한의사들이 암, 고혈압, 당뇨 등 생명을 직접 빼앗아갈 수 있는 질병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해결해낼 수 있는 능력으로 확실히 가지고 온다면 의료인으로서의 자부심도 좀 더 올라가고, 한의학의 위상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태요 원장의 점심 밥상 엿보기

 

메뉴.  현미밥, 채식 추어탕, 숙주나물, 김치볶음, 데친 브로콜리, 구운버섯, 고사리무침.

 
Tip.   하태요 원장의 한의원에서는 주말농장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들이 점심 식단에 자주 오른다.

부산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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