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의학의 미래, 신뢰 회복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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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의학의 미래, 신뢰 회복에 달려있다?
  • 승인 2012.05.0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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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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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원광대 한의대 교수)

 

김 재 효
원광대 한의대 교수
최근 전북에 위치한 육군부사관학교에 한방군의관이 배치되면서 한방진료실이 상시 운영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군부대의 한방진료실은 1994년에 처음 개설된 이후 군대 내에서 한의약 진료행위를 위한 한방군의관을 비롯한 많은 의료인의 역할을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선 육군부사관학교에 한방군의관의 배치와 진료실의 운영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1951년에 창설된 육군부사관학교는 육군의 부사관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현재 육군 전체 간부 중 약 56%를 부사관이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한방군의관의 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전북한의사회는 군대 내 군장병의 건강문제에 대하여 한의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군진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가치와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 2년여 간에 걸쳐 총 121명의 한의사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약 2천여 명의 부사관 생도를 진료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육군부사관학교는 한방진료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었고, 한방진료실의 필요성을 느껴 한방군의관을 배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번 한방군의관 배치는 상명하달식 결정이 아닌 스스로의 필요와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근 한의사회에서 ‘신뢰 회복’이란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한의학이 신뢰를 얻고자 하는 대상은 누구일까? 우리 자신, 정부, 아니면 국민인가? 이 모두가 신뢰를 얻어야할 대상이지만, 이 중 한의사회가 국민을 대상으로 신뢰회복을 위해 추진해야 할 사업의 하나는 ‘한방의료봉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또 다른 시각에서 2011년 초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한의원 및 한방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1999년과 2003년, 2006년, 2008년, 2010년에 전체 의료서비스 중에서 ‘1위’ 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한의사회는 국민의 신뢰에 대하여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독자는 다음과 같이 반론할 것이다.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매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요양급여비용 점유율 중 한의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4%에 불과한 실정인 상황에서 나머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뢰회복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젠 또 하나의 신뢰회복의 방법으로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의료서비스가 이원화 되어 있는 나라에서 동일한 질병과 환자에 대한 서로 다른 의료서비스 집단 간의 갈등과 논쟁에 최종 판단을 내리는 정부와 국민에게는 객관화와 표준화는 중요한 단서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필자는 한의학의 과학화 및 표준화가 신뢰회복을 위한 우선순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편 한의사회의 많은 구성원들 스스로는 자신은 환자에게 충분히 인정받고 신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의사회 전체 모습에 보이는 신뢰에 대한 갈증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서구인들에게 이와 똑같은 경우를 대입시켜 생각해 본다면 그들은 너무나 자신감이 넘쳐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말인 것이다. 예전에 해외에서 생활을 적응할 때 누군가가 필자에게 자신감을 얻기 위해 “aggressive하게 행동해라” 라는 말이 떠오른다. 영어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것이겠지만, 실제 의미는 낯선 세상에서 자신의 방어적인 모습을 적극성을 띈 언행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표현이었다.

국가 의료서비스의 4% 점유라는 현실로 인해 한의사는 자신이 이미 거둔 충분한 신뢰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의사의 자신감 회복을 위해 한의사들은 현대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머리에 논어의 한 구절 “從心所欲不踰矩”가 떠오른다. 우리 스스로가 비록 70대로서 삶을 달관한 공자의 모습까지는 아닐지언정, 한의사 스스로 가져야 할 자신감 있는 모습을 갖추면서 이 의미를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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