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 한의사의 부러진 화살, 윤리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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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 한의사의 부러진 화살, 윤리지침
  • 승인 2012.04.05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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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효

김재효

mjmedi@http://


김재효(원광대 한의대 교수)

 

2011년 개봉된 영화 ‘부러진 화살’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눈을 가린 채 한손엔 칼을 다른 한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디케의 여신은 법을 통해 정의를 실천하는 사법기관을 상징하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 역시 재판을 맡은 이가 마음을 비워 사심을 가지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는 점에서 동서양을 막론한고 관통했던 공직자가 가져야 할 윤리적 덕목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사는 윤리적으로 완벽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모 교수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한의계의 중요 이슈를 조사 연구하면서 해결방법을 찾아가던 중 이미 그와 같은 주장을 하였던 학자가 10여 년 전에도 존재했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10여 년이 지난 현재에 다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주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필자는 농담처럼 “교수님도 한 번의 주장으로 그치면 10여 년 지난 뒤 또 다른 연구자가 그 문제를 고민하다가 교수님의 행적을 보고 똑 같은 경험을 하겠지요? 그러니 교수님이 그 이야기를 한두 번에 덮지 마시고 계속 끌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필자도 마찬가지 인 듯하다. 필자는 2009년에 의료윤리 강의를 맡으면서 ‘한의사에게 의료윤리는 어떤 의미인가?’란 주제로 발제를 시작하면서 작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http://www.mjmedi.com /news/articleView.html?idxno=17995). 그와 함께 한의사 윤리지침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그때의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을 느껴왔다.(http://www. mjmedi.com/news/articleView. html?idxno =20523)

그러다 2010년 연말부터 2011년 초 한의협은 의료인인 한의사의 윤리지침을 제정하여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여 의료인이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제안한 ‘한의사윤리장전’ 제정을 추진하다가 대의원총회 직전 멈추고 말았으며, 단지 정관의 ‘윤리위원회 및 동징계처분규칙’을 일부 개정하는 선에서 마무리 해버렸다.

그럼에도 2012년 연초에는 윤리지침에 해당하는 ‘한의사윤리장전’의 제정이 진행될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진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달 개최된 대의원총회에서도 ‘윤리위원회 및 동징계처분규칙 일부규칙개정에 관한 건’이 통과되면서 정작 윤리지침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등장하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의협은 한의사윤리장전과 규칙의 제정에는 느긋한 모습인 반면, 윤리위원회 및 동징계처분 규칙에 대해서는 발 빠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윤리위원회 및 동징계처분규칙 일부규칙개정’은 무엇 때문에 이뤄진 것일까? 크게 3가지 이슈가 있었다. 첫째, 회비 체납자와 보수교육의 연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둘째, 회비 체납자에 대한 징계를 위한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셋째, 2012년 4월 말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 윤리위원회에 대한 중요한 역할 수행을 위한 것이었다.

이럴 때 의료계 전반에 불고 있는 바람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최근 한의학을 포함한 의학교육 전반에 교육평가 인증제도가 법제화 되면서 향후 의학교육에 대한 평가가 본격화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 3번째 주기를 맞이하는 의학교육평가와 의사국시 개선 방향에서 ‘윤리와 직업전문성’을 중요 평가항목으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사실 남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의 방식으로 의료인의 윤리문제를 부각시키고 싶지는 않다.

그렇지만 현재 한의사회가 바라보는 윤리지침의 문제가 자칫 우리는 완벽하기에 윤리지침이 현재 시급한 이슈는 아니라는 단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윤리와 관련한 이슈를 법의 잣대로 생각해 의료법처럼 의료인을 벌주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된다.

이제 국민들은 의료인에게 수준 높은 정의(justice)와 윤리적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부합하는 의료인이 선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사회변화 속에 적응해야 하는 한의사에게 윤리지침이 겉치레와 같은 사랑방 손님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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