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독성학Ⅰ」 출간한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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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독성학Ⅰ」 출간한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
  • 승인 2012.04.0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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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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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독성 제대로 알아야 안전한 치료효과 낸다”

“한약 독성 제대로 알아야 안전한 치료효과 낸다”

세계적으로 약물의 안전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한약독성학Ⅰ」이 출판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상지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선동 교수와 대구가톨릭대 박영철 독성학박사가 공저자다. 두 공저자는 질병의 원인과 독성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한의학과 독성학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저를 하는 동안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한약독성학은 두 학문의 접목을 통해 한약의 독성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방법과 과학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이선동 교수를 만나 책을 저술하게 된 배경과 이 책에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는지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이 책을 출판하게 동기는?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한약독성학분야를 연구했고, 그에 공헌하고 싶었다. 한국 한의계, 특히 한의사들에게 한약독성학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연구해오던 것들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측면도 있다.

 한약독성학이 갖는 중요성은?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논문으로 드물게 발표되었지만,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한 것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한약독성학 분야를 개척하고, 객관적 접근을 했으며, 학문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중요성이다.
‘독성’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데, 치료와 독성은 양면이다. 치료를 좀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독성학적 지식이 필요한데, 우리는 계속 ‘치료’만 강조해 왔고, 한약은 독성이 없다고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다. 하지만 한약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고, 특히 민간요법이 문제가 되니 이제는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의사들이 이 책으로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독성학적 지식을 알면 좀 더 객관적이고 근거 있게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 문제가 있으면 있는 만큼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또 독성학 전문가인 박영철 교수와 서로 상보적인 관계로 공동연구를 했다는 것도 의미가 깊다. 한국 한의계의 문제가 학문이 고립적이라는 것인데, 의학이라는 것은 혼자 할 수 없는 것이다.

독성학이란 무엇이고, 한약의 안전성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
독성학이란 화학물질이 생물체 내에서 독성 또는 유해성을 유발하는 기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또한 생물체에서 얻은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정보를 사람에게 응용하여 위해성을 평가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예방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도 오늘날 독성학의 중요한 분야이다.

독성학은 최종적으로는 치료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학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약물의 활용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동안 한의계에서는 독성에 대해 부정적이고 감춰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이는 독성학적 지식이 없는 데서 오는 떳떳하지 못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 있다. 그래서 올바른 것은 양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는 모든 물질에 독이 있는데,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그게 독이 되기도 하고 치료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독성을 일으키는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독성을 일으키거나 약효를 일으키는 것은 같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투여하는 양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독과 약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책에는 어떤 내용들을 담았나?
가장 중요한 것이 독성이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기전과 대사과정(약리작용) 등을 다뤘다. 대사과정 중에 독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약을 먹으면 간에서만 대사된다고 알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의 작용이 매우 크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똑같은 약을 먹어도 장내 미생물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성분 자체가 다르게 바뀌는데 그런 내용들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한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11개 한약재의 약리작용과 독성을 제시했다.

비전문가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한약 신뢰 저하

최근 소비자들과 한국 의료계의 한약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은 안전의식이 무척 증가한데 반해, 한의계는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한약 독성과 관련된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질병의 만성화로 인해 약의 장기간 사용문제로 소비자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 또 건강기능식품이 활성화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용했던 한약처방보다는 피부미용과 성장과 관련된 시장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처방들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등장했다.

양방에서도 계속 한의계를 공격하고 있고, 결국은 우리 스스로 대처하지 않은 이런 것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한약불신이 극도로 커져버린 상황이다.

소비자가 한약을 외면하는 것은 한약에 대한 불신과 불안에 있다. 결국, 많은 부분이 한의계가 객관적인 근거나 연구를 제시하면서 직접적으로 설득해나가야 하는데 자꾸 외면하고 피해만 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한의계의 현실은 어떤가?
「신농본초경」과 「본초강목」에도 이미 독성이 있다고 되어 있고, 이런 고전들을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해야 하는데, 소극적으로 대처하거나 묻어두고 온 게 사실이다. 때문에 한의사 스스로도 안전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한약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민간사용을 통해서 부작용이 더 드러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시작이 우리 스스로가 한의약의 의약품의 품격이나 한의사의 한약의 독성학적 전문성, 안전성 문제를 소홀히 하면서 여기까지 와버렸다고 본다. 한약취급의 전문가로서 한의사가 지위를 갖고 있었을 텐데, 우리 스스로 깬 것이다.

양약이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양약을 먹는다. 의사들은 부작용에 대한 근거를 다 제시하고 연구 자료에 근거해서 그것을 감수한다.

그리고 그것을 예측하게 해서 소비자들은 불안하지만 양약에 대한 신뢰성을 갖고 있다. 치료하다가 문제가 있으면 의사와 상담하게 된다. 이는 결국 신뢰의 문제다. 의료는 항상 리스크가 따라오는 것인데, 우리는 스스로 이 리스크를 없애버린 것이다. 리스크에 비해서 혜택이 더 큰 게 치료다. 한약이 항상 리스크가 있지만, 환자들에게 주는 혜택은 더 크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해가면서 환자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가야 한다. 한의계가 한약의 독성문제를 대처해가는 방법 중의 하나다.

한약 독성의 특성은 무엇인가?
양약은 독성만 있지만, 한약은 천연물로서 오염, 위생, 독성 등 세 가지 특성이 있다.
오염은 중금속, 농약 오염 등으로 발생하고, 위생은 곰팡이, 병원 미생물로 인해 발생한다. 오염과 위생부분은 한약재의 질을 높이는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독성은 한약 자체 성분에 대한 문제다. 최근 강남구한의사회에서 ‘한약은 안전하다’고 했는데, 오염과 위생부분에서 안전하다는 것이지 독성과는 상관이 없다.
안전하다는 말에 왜곡된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용어를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

한의계는 한약의 안전성과 관련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한의사들이 진정한 한약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특히 한약독성학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한의약시장이 제고되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이것은 시대적 요구이고, 소비자들의 요구다. 그래서 주요독성학적 용어부터 알고 공부를 해야 한다.

결국 한약의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은 한의사들이 한약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말이다. 그동안은 침이나 치료기술 쪽으로 관심이 있었지, 기초나 독성분야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개인의 경험 등의 주관적 사실수준에서 학문적 근거에 의한 객관적 사실수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1권에는 인삼, 홍삼 문제가 빠져 있는데, 곧 출간될 2권에는 인삼, 홍삼, 처방, 복합물 등에 대해 다뤘다. 이들을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방 대책도 포함되어 있다. 3권에서는 임상에서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한의사에게 물어오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식으로 해볼 생각이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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