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13) - 이강재 원장(시흥희망의료생협 희망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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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13) - 이강재 원장(시흥희망의료생협 희망한의원)
  • 승인 2012.03.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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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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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으로 깨끗한 몸 만들어야”

‘건강과 나눔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시흥희망의료생협 희망한의원을 찾아간 때는 점심시간 무렵이다.
의료생협에 대해 생소한 사람들이 많고, 최근 영리형 의료생협의 난립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곳은 의료생협의 본래 취지를 잘 살려 운영되는 16곳 중의 1곳으로 2011년 3월 경기도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이곳에 체질에 따른 식이요법을 오랫동안 실천하고 있는 한의사가 있어 만나보았다.

8체질의학은 식이영양법 중시

「知體質而知天命」이라 쓰인 액자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강재 원장.

이강재(49) 원장의 의학적 기반은 8체질의학이다. 1997년부터 8체질의학을 공부한 이 원장이 8체질론에 따른 식이영양법을 전적으로 실천해온 지는 12년째다.

8체질론에 따르면 사람의 체질은 태어날 때부터 고정된 여덟 가지의 장부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어떤 체질인 사람이 간(肝)과 신(腎)을 약하게 타고 났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간과 신을 이롭게 하는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8체질의학의 기본이자 질병예방의 첩경이라고 본다. 기본을 바로 잡지 않으면 쉽게 병이 생기고 여타의 치료법도 효율성이 떨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8체질 중 목음체질(Cholecystonia)이라고 한다. 목음체질은 담(膽)과 소장(小腸)이 세고, 대장(大腸)과 방광(膀胱)이 약한 체질로서, 특히 대장이 약한 것이 이 체질의 주된 병근(病根)이라고 한다. 그래서 늘 대장이 탈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살아야 하는데, 여름에도 배를 노출하지 않고 배를 따뜻하게 꼭 덮고 자는 것은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되어있단다.

목음체질에게 고기는 이롭고 해산물은 해롭단다. 또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찬 음식을 비롯해 빙과류, 술, 모든 조개류, 메밀, 고등어, 오징어, 배추, 사과, 초콜릿 등이 해로운 음식이다. 반면, 이로운 음식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쌀, 대두콩, 밀가루, 수수, 두부, 장어, 모든 뿌리채소류, 커피, 호박, 미꾸라지, 우유, 도라지, 연근, 밤, 수박, 율무, 버섯류, 마늘, 설탕, 배, 메론 등이 있다.

내 체질에 맞는 음식섭취로 깨끗한 몸 만들어야

그에게 8체질에 따른 식이요법을 실천하면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았다.
“체질식을 오래하면 몸이 깨끗해지고 민감해져요. 마치 더러운 유리창을 깨끗이 닦고 나면 밖의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듯이 내 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은 반응으로, 내 몸에 나쁜 음식을 먹으면 나쁜 반응으로 분명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그는 며칠 전 갈치 한 토막을 먹었다가 코에 뾰루지가 생기고야 말았다. 해산물이 목음체질에게 맞지 않다는 걸 그의 몸이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원장은 아침에는 빵과 우유만 먹는데, 군 제대 후부터 이렇게 먹기 시작한 것이 20년이 넘었단다.

“체질론을 공부하기 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단지 빵이 좋아서 그렇게 먹었는데, 체질론을 공부하고 보니 그게 저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밀가루와 유제품은 저의 약한 폐(肺)와 대장을 보강해주는 좋은 음식입니다.”

그가 빵을 좋아하게 된 것은 어릴 때부터 간식으로 늘 빵을 만들어주셨던 어머니 덕분이다. 그의 어머니는 찌고, 굽고, 튀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빵을 만들어주셨단다.

이 원장은 “재료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빵맛은 늘 훌륭했던 기억이 난다”며, “어머니는 빵을 만드는 특별한 재능이 있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목양체질은 반드시 고기 섭취해야

그동안 ‘한의사의 밥상’에 소개된 한의사들이 채식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 해왔다면, 이 원장은 채식에 대해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아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고기를 꼭 먹어야 하는 체질도 있습니다. 8체질 중에서는 목양체질인데, 이 체질의 사람들은 본태성 고혈압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오히려 혈관이 약해져서 중풍이 올 수 있다”며, “8체질의학에서만 주장하는 특이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권도원의 8체질론」에 따른 식이영양법(regimen)에 쇠고기는 폐(肺)를 보강하고 돼지고기는 신(腎)을 돕습니다. 고등어는 간(肝)을 이롭게 하고, 굴은 신장(腎臟)으로 갑니다. 상추는 간(肝)을 보하고, 무는 폐(肺)를 돕습니다. 보리는 위열(胃熱)을 식히고 메밀은 대장(大腸)의 힘을 억제합니다. 육류와 해산물, 곡류와 채소 등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다 해서 다 같은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쓰임이 각각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의사들이 체질을 분류하고 그에 따라 진료한다고 말하면서 음식지도는 대충대충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고 그럴듯하게 전제하고 약을 체질별로 철저하게 구분해서 쓰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환자를 향한 음식지도에서는 딴청을 부립니다. 사실 침을 놓고 한약을 처방하여 먹이는 일, 또는 운동을 권고하는 것보다 환자의 식단에 개입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의사 스스로 철저히 실천하여 자신의 몸으로 겪어보지 않았다면 환자를 향한 애초의 다짐과 계획이 흐지부지 된다”고 지적했다.

체질학교 통해 조합원 먹거리 지도
그는 일반 개원도 했고 봉직의로 근무했던 적도 있지만, 예방의학에 집중하고 싶어 의료생협을 선택했다.
“8체질의학은 특히 식이영양법을 중시하기 때문에 예방의학적 요소가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이 ‘가족주치의’ 개념을 강조하는 의료생협의 이상과 어울리고 쉽게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이 주인이고 모든 활동의 주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건강프로그램을 통해서 조합원들과 만나고 건강과 식이에 대한 소통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는 “환자들을 볼 때 8체질론에 따라 진료하지만, 환자들의 섭생법에 개입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라며, “한의사로서 제가 경험했던 제 몸의 변화를 예로 들면서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흥희망의료생협 내에 체질학교를 상설해 매주 1회 4주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체질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을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체질학교를 수강한 조합원만 벌써 8기생에 접어들었다. 수강생들도 능동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다보니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라는 이 원장도 강의 때만큼은 말도 많아지고 재미가 있단다.

끝으로 그는 좋은 섭생법에 대해 단순 명쾌하게 “자기 체질에 해로운 것은 안 먹고, 좋은 걸 먹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의 밥상’을 취재하면서 열정적인 한의사들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강재 원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한의사 스스로 당사자가 되어 실천하고, 그 실천을 토대로 환자들의 건강권을 보다 폭넓게 고민하는 모습에서 한의학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시흥 = 김은경 기자

■ 이강재 원장의 점심밥상 엿보기

메뉴.  흑미약콩밥, 사골국, 무생채,  호박고지들깨볶음,  무나물

Tip.   목음체질에 유익한 음식 
쇠고기, 돼지고기, 쌀, 대두콩, 밀가루, 수수, 모든 뿌리채소류, 커피, 우유, 율무, 마늘, 호박, 버섯류, 설탕, 민물장어, 미꾸라지, 배, 메론


시흥희망의료생협에서는 희망한의원을 개원하면서 직원식당을 만들어 식재료를 직접 준비하고 조리해서 먹고 있다. 이강재 원장은 점심식단 중 자신의 체질에 맞는 음식만을 골라먹으면서 체질식이를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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