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4) - 3.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②
상태바
특집-「Nature」誌에 소개된 아시아 전통의학(4) - 3.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②
  • 승인 2012.03.15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창업

김창업

mjmedi@http://


약리학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한의학 고유의 원리도 재조명

<글 싣는 순서>
1. NATURE OUTLOOK - TRADITIONAL ASIAN MEDICINE(아시아 전통의학)
2. TCM - Made in China(전통중의학)
3. Where West meets East(서양과 동양이 만나는 곳)
4. All systems go(시스템 과학과 한의학)
5. That healthy gut feeling(장내 미생물과 한의학)
6. Modernization-One step at a time(현대화 - 한 번에 한 걸음씩)
7. Protecting China's national treasure(중국의 국보 보호)
8. Modern TCM - Enter the clinic(현대 전통중의학-진료실에 들어 가 보다)
9. Will the sun set on Kampo?(일본 전통한방의료는 저물 것인가?)
10. Herbal dangers(한약의 위험성)
11. Herbal medicine rule book(藥典)
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임상연구의 장애물)
13. Endangered and in demand(멸종위기와 수요)

THE LONG WAY AHEAD(앞으로 가야 할 여정)
지난 200년간 현대의학은 감염질환과 급성질환의 예방과 치료, 진통 부문에서 괄목한 만한 업적을 이뤄냈다. 반면 만성, 퇴행성 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대해선 진척이 더디다. 당뇨병(diabetes), 알츠하이머 질환(Alzheimer’s disease)과 같이 현재 서양에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 지출을 만들고 있는 질환들이 바로 이런 질환들이다. 아무런 감염원이 없고 면역계나 다른 생물학적 기능들의 불균형(imbalance)에 의해 초래되는 이런 질환들의 치료에 있어 서양의학이 TCM의 지혜를 배움으로써 보다 개선될 수 있을까?

현대의학의 만성병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화학약품의 장기복용이 이루어지며, 이런 약들은 장기적인 독성(long-term toxicity)을 일으키거나 내성(resistance)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흔한 예 중의 하나가 만성협심증의 치료를 위해 아이소소르비드 질산염(isosorbide dinitrate)을 복용하는 것이다.

Jia는 단삼제제(danshen dripping pill)가 장기적으로 더 나은 치료효과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여러 요소들이 시너지효과를 내는 혼합물이기 때문에 전체 약물의 효과는 온전히 유지하면서도 개개 성분차원에서는 낮은 농도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중의학 연구는 TCM의 처방에서 단일 활성물질을 분리하는 것에 집중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환원적인 연구는 항말라리아 약물인 알테미시닌(aretemisinin)과 백혈병 치료제 비소(arsenic trioxide)의 성공을 제외하면 매우 제한적이다.

한편 과거의 TCM 처방 자체에 기반 한 약물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승인된 전례는 아직 없다. 가장 근접한 예가 성기와 항문의 사마귀 치료에 사용되는 크림 시네카테킨(sinecatechin)(녹차 추출 혼합물)이다.

시네카테킨은 2006년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으며, 이는 활성물질이나 기전이 불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임상결과만으로 승인된, 최초이자 유일한 식물성(botanical) 약물이다(‘Herbal medicine rule book’ 참조). 그러나 단삼제제(danshen dripping pill)가 현재 성공적으로 미국에서 임상2상 시험을 마쳤으며, TCM 처방으로부터 만들어진 최초의 식물성 약물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제약 규제들은 서양의 약물 연구개발 방식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TCM 약물을 평가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요.” Tasly group의 부사장 Henry Sun이 말한다. Sun은 과학이 지나치게 단일 기전(single mechanism)을 표적으로 하는 단일 물질(single agent)의 연구에 치우쳐있다고 말한다(‘12. The clinical trial barriers’ 참조).
 
TOP DOWN OR BOTTOM UP?(하향식? 혹은 상향식?)
유전체학(genomics), 대사체학(metabolomics)과 같이 인간의 유전자, 대사물을 통째로 측정해내고 이런 다양한 정보들을 하나의 완전한 그림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오믹스(omics)기술의 발달은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견지에서 의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TCM 연구자들에게 시스템 생물학은 훌륭한 과학적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Leiden University의 시스템 생물학자 Jan van der Greef는 “시스템 생물학은 현대의학과 TCM을 연결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이론이자 분석도구”라고 말한다.

시스템 생물학의 발전 덕분에 두 의학체계의 간격은 좁아지기 시작했다. 한 예로, 최신의학기술은 보이차와 같은 재료의 경구복용에 의해 나타나는 다양한 반응을 동시에 확인(phenotyping)할 수 있게 해준다. Jia가 이끄는 연구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보이차 분자들의 흡수와 장내 세균대사 결과, 그리고 소변에서 나타난 대사반응 프로파일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질환들을 TCM의 증(證)과 관련되는 아형(subtype)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의사들로 하여금 개개 환자에 대한 맞춤 치료를 할 수 있게 하고 약물요법에 대한 개인별 반응의 차이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Jia가 말한다.

하지만 Jia와 연구자들은 시스템 생물학(systems biology)의 기술과 방법론이 아직은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선 질병의 발병과정(pathogenesis)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모델(network model)을 개발해야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이 전환과정에 관계되는 다양한 표적들(multiple sites)에 복합성분의 약물(multi-component agent)이 작용하는 것을 모델링하는 것입니다.”

EAST MEETS WEST(동양과 서양의 만남)
아시아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통합은 수세기 동안 미뤄져 왔다. 몇몇 개념들은 실제적이기보단 신비주의적이었고 물리적인 기반이 없는 채로 객관적인 측정과 관찰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되고 있다. 중국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더욱 두 의학의 통합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TCM의 고유한 특성과 효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해야 합니다.”
Zhimin Wang이 말한다. “TCM과 현대의학을 통합하는 방법엔 수없이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열린 자세가 필요하죠.”

두 시스템이 경쟁하던 시대는 끝날 것이다. “두 시스템은 서로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Boli Zhang이 말한다. “오히려 서로를 더욱더 풍성하게 하겠죠.”

--------------------------------------------------------------------------------

Where West meets East를 읽고 ②


기사의 후반부에선 현재 한의학적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기존 신약개발의 규제에 대한 비판과 시스템 생물학을 이용한 top down 방식의 한의학 연구가 소개되고 있다. 한약의 장점이 여러 약물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시너지 및 조절효과에 있다는 것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활용해오던 한의사들에겐 오래전부터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질병을 단일한 분자기전으로 환원하고, 이 분자기전에 고도로 선택적인(highly selective) 약물을 찾음으로써 마법의 탄환(magic bullet)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20세기 환원주의 과학자들에게, 한약은 불필요한 성분들이 섞여있는 매우 난잡한(dirty) 형태의 미개한 혼합물에 불과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야심차게 진행된 ‘한의학의 과학화’란 이런 난잡한 혼합물 속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새로운 신약개발의 단서를 찾는 것이었다. 알테미시닌(aretemisinin)과 같은 몇몇 성공적인 사례가 있었지만 한의학의 방대한 경험과 지식에 못 미치는 것이었고, 많은 한의학 전공자들은 그것을 그들이 익히고 활용하는 한의학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부터 서양과학자들 스스로가 약물의 작용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고도의 선택성(high selectivity)을 보인 약물보다 여러 표적(multiple target)을 건드리는 난잡한 약물들(dirty drug)이 실제 동물실험, 환자대상의 임상시험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임을 경험했고, 그간 선택적인 작용을 나타낸다고 믿어왔던 약물들이 사실은 다양한 경로를 건드리는 다중표적 약물(multi-target drug)임이 밝혀졌다.

오믹스 기술(omics technology)과 컴퓨터 분석기술의 발전은 네트워크 약리학(network pharmacology)과 같은 새로운 분야를 태동시키고, 약물이 여러 표적(multiple target)에 작용하여 어떻게 네트워크를 바꾸는지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한의학 고유의 원리도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약개발과 관련된 규제들은 아직 20세기의 사고에 묶여 있으며, 한의학의 약물평가에 적합하지 못하다. 그간 한의학 관련 기전규명 및 이를 토대로 한 신약개발 역시 이런 괴리 속에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사체학(metabolomics)과 같은 연구방식은 한약의 전체적인 작용방식(systemic effect)을 최종 결과물에서 확인하는 하향식 접근(top down)을 취한다.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어떤 조직에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세부적인 사항은 알 수 없지만, 최종적으로 혈액 소변 대변에 나타난 대사물의 전반적인 프로파일을 분석, 비교함으로써 단일 수용체(receptor), 특정 신호 경로(signalling pathway)로 환원되지 않는 전체적인 작용방식을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 작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기전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는지 살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향식 접근(top down)이다. 최근 대사체학(metabolomics)을 적용한 한약의 연구가 중국 연구진들에 의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프로파일상 의미 있는 차이를 찾고 연관시키는 수준의 연구가 대부분이지만 기사에서도 언급했듯,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들이 질병상태에 의해 뒤틀린 생물학적 네트워크(disturbed network)에 어떻게 작용함으로써 나온 결과물인지 찾아가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현재로선 대부분의 연구가 세포 내에서의 네트워크(intracellular network) 연구에 집중되어 있으나 세포간, 조직간 네트워크의 연구 역시 가능하며 최종적으로는 신체 전반의 생리학적 네트워크의 변화를 통해 한의학을 이해하고, 재정의 하는 형태로 나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대용량의 데이터를 생산하는 첨단 오믹스 기술(omics technology), 이를 해석하기 위한 복잡한 수리, 통계학적 분석기술이 필수적이다. 중국은 이미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김 창 업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한의사

앞으로 당분간 ‘임상한의사를 위한 연구동향’ 기사를 ‘네이쳐 아시아 전통의학 특집기사’로 대신합니다. 번역본 전문은 한의쉼터 논문자료실에 올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