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0) - 국제 교육 프로그램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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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세계 속으로(10) - 국제 교육 프로그램 ①
  • 승인 2012.03.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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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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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의학계도 국제 교육 사업에 적극 나서야”

“이제는 한의학계도 국제 교육 사업에 적극 나서야”

들어가며
지난 2012년 2월 4일부터 2월 19일까지 중국 요녕성 심양시에 위치한 요녕중의약대학에서 경희대학교 한의대생 10명의 해외연수교육이 있었다.
필자는 이 중 후반기의 침구학 교육시에 인솔 교수로서 참여하였다. 평소에 한의학 국제교육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최근 수년간 경희대학교 국제한의학교육원의 교학부장으로서도 일하고 있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수 있는 외국의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중국 연수 참관의 소감

요녕중의약대학 전유주 교수(앞줄 가운데에서 좌측)와 연수단 학생들

우선 이번 연수 장소인 요녕중의약대학은 침구요법 중에서 ‘안침요법’이 유명하다. 안침요법은 중국의 명로중의(名老中醫)였던 팽정산(彭靜山) 교수가 고대의 ‘간안찰병(看眼察病)’에 근거하여 20여 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1974년에 발표한 침술요법으로서, 현재는 같은 대학의 제자인 전유주(田維柱) 교수가 국가명로중의로서 교육 및 임상을 하고 있다. (주: 요녕중의약대학 병원의 게시판에는 명의의 등급을 나누어, 국의대사(國醫大師), 국가명로중의(國家名老中醫), 요녕성급명중의(遼寧省級名中醫), 심양시명중의(沈陽市名中醫)로 행정구역 단계별로 구분이 되어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전유주 교수의 진료실에서는 뇌졸중, 안면마비, 안면경련 질환 등 마비 및 안면질환 뿐만 아니라 불면증 등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이 안침을 시술받고 있었다. 전 교수님을 직접 만나기 전에는 많은 유명한 의사들과 같이 다소 권위적이시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우리에게 환자 한분 한분에 대해 질환과 선혈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필자를 포함하여 희망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직접 안침 시술을 해주실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매우 감사하였다. 

안침요법 진료실의 시계가 매우 인상적이다
혈위 자체는 대체로 안륜근 주변의 혈들로서 필자도 안면마비 환자들에게 매일 사용하는 혈자리들이어서 환자들의 침 맞는 느낌을 체험하기 위해 직접 시술을 받아 보았다. 침은 0.30×15mm 정도로 우리의 일반적 침보다는 좀 더 굵고 짧았다. 눈 주변은 근육도 얇고 민감한 부분이어서 침관 없이 피부를 뚫을 때 좀 따갑긴 했지만, 일반 경혈보다 특별히 더 많이 아프지는 않았고, 일부러 유침 중에 눈을 치켜뜨거나 꽉 감는 동기요법을 해보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안침요법은 이론 시간에 배운 바에 의하면 뇌활성화가 다른 침법보다 빠르고, 일종의 분구침법이므로 유침 중에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움직이며 동기(動氣)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중국 중의약대학 국제 교육 학원의 현황

방문 기간 중 요녕중의약대학 국제교육학원 원장 및 유학생 관리과 과장과 면담을 하였다. 두 분 모두 중의대를 졸업한 의학박사이지만, 오로지 국제교류업무에 전념하고 있었다. 현재 중의약대학의 국제 학생 연수를 위한 이 부서의 직원 수는 총 13명이며, 유학생을 위한 독립된 건물과 숙소를 갖추고 있고, 현재까지 5천여 명의 장·단기 연수자가 있다고 했다.

사실 중국의 중의약대학 중 학교의 규모나 유학생 숫자로 볼 때 요녕중의약대학은 아주 큰 규모는 아닌데도, 국내 한의과대학들보다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한 교육시설이나 프로그램은 더 체계화되어 있었다.

중국이 이렇게 외국인 학생 및 연수생의 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의학 세계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이제 중국의 대학들에서 외국인, 특히 한국인 유학생을 제외한다면 학교 경영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비중이 높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아직도 외국인 학생 유치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

교육과 수익을 연계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지원 및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다만, 지원을 먼저하여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발생하는 수익에 맞추어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교육은 당장의 이익보다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하듯이 미래를 위한 준비내지는 투자의 성격이 더 크므로 전자가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회 본 칼럼에서 필자는 국내에서 해외로 진출한 인적 자원은 세계화의 동력이라 했는데, 한편으로는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학자, 유학생, 방문객 등)에게 좋은 인상과 경험을 주는 것 또한 중요한 국제화의 자원이다.

강의 건물, 기숙사 등의 시설을 하드웨어라 하면, 프로그램과 강의의 질, 행정 직원들의 친절 등은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하드웨어의 개선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조금만 더 노력하고 협력하면 비교적 쉽게 개선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외국인에게는 개인이 아닌 한국의 얼굴로 비춰진다는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2003년 2월에 중국 중의연구원(2005년 중의과학원으로 승격) 소속 북경 광안문의원에 1주일간 개인 자격으로 중의학의 임상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 유학와서 광안문 의원 침구과에서 실습을 하고 있는 일본인 연수생을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영어가 서툴러서 결국 일본인과 한국인이 만나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같이 밥 먹으러 다닌 기억이 난다. 그 때 그 친구가 사주었던 샤브샤브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는 음식 자체의 맛뿐만 아니라, 아무런 연고도 없이 며칠 동안 낯선 식당에서 혼자서 거의 끼니를 때우듯이 지내다가 친구가 안내해주며 사준 그 친절과 감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는 2005년 6월 후쿠오카에서 개최된 전일본침구학회에 갔다가 우연히 학회 전시장에서 중국 유학을 홍보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서 서로 매우 반갑게 재회했던 기억이 있다. 늘 얘기하지만, 정말 지구는 좁고 인연은 길다.

학생들의 열정과 진지함, 그리고 미래의 싹
금번에 국비 교육 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수에 참가한 학생들은 예과 2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 다양하게 선발되었다. 학년별 지식수준의 차이가 있었지만, 사전 언어교육 및 전공 예습을 하여 내용을 미리 파악하였고, 현지 중의약 전공 유학생의 통역이 있어서 수업을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으며, 모두가 열심히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연수 후 평가를 통해 소감을 들었을 때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외 연수를 통해 지식뿐만 아니라 국제 교류 및 한의학 국제화라는 개념에 대해 훨씬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의대생들도 입학시에는 여러 가지 원대한 꿈과 희망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현실에 안주하거나 기성세대를 닮아가게 되는데, 아직 사고가 경직되지 않은 시기에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시야를 넓히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한의대 재학생들은 외국어에 능통한 재원들도 많은데, 이러한 특기와 재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평범한 임상의로만 성장한다면, 개인뿐만 아니라 학계로서도 손실이다.

필자도 예과 1학년 때 1주일간의 첫 해외연수가 국제화의 길로 들어선 시작이었음을 생각할 때 이번 참가 학생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하며, 이 작은 인연과 씨앗이 가까운 미래에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이상훈 / 경희대 한의대 침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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