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병원수련이라는 길을 통해 임상에 입문하는 한의사도 적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충분한 경험 없이 1차 진료현장에 바로 뛰어들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공중보건의사의 길을 걷는 경우라면, 처음 진료실에서 환자를 대했을 때 그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진료 보조 서적들이 길잡이를 해주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 진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에도 공중보건의사나 인턴을 위한 서적이 여럿 출간된 바 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은 인턴뿐만 아니라, 곧바로 임상 진료 현장에 나설 초보 한의사들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특히 진료현장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사안에 대해서까지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임상의학에서 표준적인 근거가 되는 무작위 대조시험을 통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서술되어 있어, 한의학적 치료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자신 있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실제 사례를 통한 알기 쉬운 설명을 통해서 임상에서뿐만 아니라, 의사로서 해야 할 진료 외 업무들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하고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것 역시 이 책의 좋은 점 중의 하나이다. 특히 권말에는 꼭 필요하지만 막상 찾기는 어려운 임상관련 자료들이 서술되어 있어, 진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이 책 역시도 이전의 한방서적에서 보여지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진단은 진단, 치료는 치료, 한방은 한방, 양방은 양방 식으로 따로따로 기술되어 있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으로 남아있다.
꼭 이 책의 한계가 아니라, 어떻게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치료는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차선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와 같이 전반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능력을 초보 의사가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기에는 아직 한의계의 역량이 모자란 것은 아닐까.
향후 개정판에는 좀 더 많은 한의학 연구를 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한방과 양방, 진단과 치료를 분리해서 다루지 않고, 통합의학이라는 틀 안에서 여러 층위의 지식들이 이질감 없이 하나의 단일한 진료 과정이라는 틀로 서술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의계 차원에서의 근거 마련을 위한 노력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며, 이러한 작업들이 뜻있는 한 두 개인이나 소모임에서만의 움직임으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구가 쓴 「동의보감」의 서문에는 “구태여 옛날 고의서나 근래의 여러 학설을 넓게 참고하지 않아도 병증 분류에 따라 처방을 찾으면 여러 사항을 다 알 수 있다. 그리고 증에 따라 약을 쓰면 꼭 들어맞는다. 진실로 의사들에게는 보배로운 거울이며 백성들을 구원하는 좋은 법으로 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동의보감」이 나온 지도 400년이 되어, 그 내용 중 일부는 쓸모없는 것들이 되어버렸지만, 이 문구만큼은 여전히 의학 서적이 어떻게 쓰여 져야 하는지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다. 본 서적 역시 이러한 미덕을 전부는 아닐지라도 이어받고 있는 책 중의 하나임엔 틀림없을 것이다.<값 4만 5천원>
정창운 / 공중보건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