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10)-‘한의사의 100일 도시락’ 주창하는 진혜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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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10)-‘한의사의 100일 도시락’ 주창하는 진혜영 원장
  • 승인 2012.02.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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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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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담은 밥상으로 질병의 근원을 뿌리 뽑자"

‘한의사의 100일 도시락’이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혼자 실천하는 한의사가 있다. 수원봄빛한의원을 찾은 때는 점심시간 무렵, 수원봄빛한의원 진혜영(45) 원장은 기자의 도시락까지 미리 준비해왔다.

다이어트는 싱싱하고, 담백한 자연 음식으로
진 원장은 한방다이어트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사 10년차. 2003년도 개원할 당시부터 한국식 전통식이와 일상 속에서의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한방다이어트의 식이요법을 계속 지도해왔다. 그럼에도 모든 비만환자들이 이 방식을 쉽게 실천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작년 12월 초부터 블로그에 ‘한의사의 100일 도시락’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식이요법을 어려워하는 비만환자들을 위해 자신이 직접 도시락을 싸서 함께 실천하며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또 요리가 넘쳐나고 양념 때문에 재료가 묻히는 시대에 우리 전통음식의 의미를 다시금 찾아보고 싶었단다. 블로그에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싸온 도시락과 그날 그날의 짧은 에세이들도 올라와 있다.

진 원장은 다이어트 식단을 짜며 자연음식, 싱싱한 음식, 담백한 음식, 씹는 음식을 원칙으로 삼았다. 이날 도시락메뉴로는 현미보리콩밥과 생잔멸치, 달걀팽이버섯부침, 생돌김, 참기름간장에 무친 말린 취나물, 간장에 무친 표고버섯, 소금간을 한 새송이버섯, 생배추 등이었다.

기자가 먹어본 진 원장의 도시락은 한마디로 정직했다. 양념에 길들여진 입맛이라 간이 싱겁기는 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이 바로 느껴진다는 평을 하니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거예요”라며 맞장구를 쳤다.

자연에서 오는 그 느낌이 밥상에 그대로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섭생법이다. 진 원장은 “밥상 위에 들의 느낌, 바다의 느낌, 산의 느낌이 나야 하는데, 우리가 먹는 밥상에는 공장이 올라와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도시락에는 생야채, 삶은 야채, 말린 나물 등도 골고루 담았는데, 겨울에 말린 나물을 먹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추천했다.

“겨울에는 햇빛이 적으니까 옛날 조상들은 말린 나물에 햇빛을 담아 뒀다가 먹었어요. 말린 나물에는 햇빛에서 얻을 수 있는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들이 수백배나 들어있지요.”

자기 고유의 식이요법을 찾아야
진 원장이 전통식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비실하고 몸에 맞는 음식이 없을 만큼 심하게 고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화흡수력도 떨어져 나쁜 음식이 들어오면 바로 배출하곤 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맛있어서 실컷 먹은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자연 그대로의 것이었단다.

한의사로 진로를 결정하고 음식에 대한 한의학적 원칙을 배우며 차츰 자기에게 맞는 식이를 찾게 되었는데, 밥, 국,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통식이는 그녀에게 심신의 평안을 줬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유의 식이를 찾아야 해요. 한의원에 내원하는 분들 중에 칠순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하신 어르신들을 보면 섭생법을 여쭤보기도 하는데, 어떤 어르신은 보리밥에 된장국을, 또 다른 어르신은 매끼니 새로운 나물을 밥상에 올린다고 하세요. 이렇게 한 평생을 거쳐서 자기 나름대로 말로 할 수 있는 식이요법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 감동을 받고 저 또한 수긍하게 돼요.”

반면 대중매체에서 흔히 다이어트에는 몇 가지 음식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모두 오류라고 지적했다.
“요즘 다이어트하면 떠올리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중 유행하는 상품들 중에 닭가슴살샐러드와 근육량 늘리기를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요. 물론 어떤 사람에게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코 모두에게는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품에 불과합니다. 자기에게 맞지도 않는 방법을 따라하다 보니 다이어트에 대한 실망과 불신만 생기게 되죠. 의료계도 음식을 상품도구로 생각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것도 문제예요.”

음식에 대한 지식은 점점 늘어가는 듯 하지만 쓸만한 지혜는 없다는 것이다.
진 원장은 “특별할 것 없는 제 도시락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자연적인 식이가 올라가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산업의학은 비만을 해결할 수 없다
그녀는 비만환자들을 상담하면서 “비만의 원인이 현대산업사회에 있고 비만의 고통은 개인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 원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반세기전만 해도 농경사회 중심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전통식이로 하루 세 끼니를 제 시간에 먹었지만, 급속한 산업화의 결과로 가공식품, 과식, 야식 등의 돌연변이 식생활이 생겨나면서 비만환자들이 급속히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거대 자본은 음식을 상품화시켜 맛으로 식욕을 자극하고 유해성을 광고로 포장한 뒤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비만이 되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또 이렇게 생겨난 비만환자들은 산업의학을 통해 생산된 의약품의 거대 수요원이 됩니다. 음식으로 비만을 부추기고 약품판매로 이득을 보는 구조죠. 이런 약품으로 파생되는 합병증은 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어요.”

따라서 현대산업사회에 종속된 현대산업의학은 태생적으로 비만을 해결할 이유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진 원장은 양심적이고 통찰력 있는 의료인들의 역할을 희미하게 기대해볼 뿐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먹는 세가지 원칙
그녀는 한의대 시절 교수님이 일러주신 음식에 대한 세가지 원칙 속에 중요한 원리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우선 음식이 사람의 기운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은 사람에 따라서는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하는데, 자신의 기운보다 더 많이 먹으면 영양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노폐물이 될 뿐이라는 것. 

다음으로 부식이 주식의 기운을 넘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간식거리가 풍부한 시대이므로 부식위주로 먹거나 제시간이 아닌 간식 위주로 먹는다면 장부기혈에 혼란이 오고 몸이 쇠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진 원장은 “요즘처럼 고기를 밥처럼 먹는 것은 인류역사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지적한 후, “고기가 밥의 기운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활동량이 많고 육류가 지금보다 깨끗했던 옛날에도 고기는 항상 밥에 부수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 요즘은 고기가 오염된 상태라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은 몸에 독을 생성하는 지름길이다.

한의사로서 환자들을 대할 때마다 항상 음식에 대한 소통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진 원장. 한 숟갈의 음식이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하는 현대 사회에 ‘한의사의 100일 도시락’은 상품화된 음식을 거부하고 우리 음식의 고향을 산과 들, 바다로 되찾아주고 싶은 한 한의사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 진혜영 원장의 점심도시락 엿보기

1. 현미보리콩밥 위에 생 잔멸치를 얹어 입맛을 돋구고 칼슘도 보충한다.
2. 겨울에 먹는 생배추는 아삭하고 단맛이 일품이다.
3. 표고버섯은 간장으로, 새송이버섯은 소금으로 약간씩 간을 한 채 물을 붓고 볶아 낸 것으로 각각의 버섯맛을 느낄 수 있다.
4. 말린 취나물무침은 질긴데 생 돌김에 싸서 먹으면 훨씬 부드럽고 맛이 있다.
5. 팽이버섯에 달걀을 입힌 후 기름을 약간 넣어 부친다.
Tip.  나물은 삶은 나물, 말린 나물, 생나물을  다양하게 먹는 것이 좋다.

 

 수원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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