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기획(3)-새로운 방식의 추출에는 새로운 처방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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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기획(3)-새로운 방식의 추출에는 새로운 처방량 필요
  • 승인 2012.02.0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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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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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용량결정 및 동등성 평가 마련되어야”

과거 한의학서적에 있는 약재 추출방법은 소량의 약재를 물에 끓이는 방식이었지만, 제약회사에서 추출하는 방식은 대량의 약재를 한번에 생산하기 때문에 전통적 물 추출 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약회사에서 생산하는 보험약을 비롯해 일반의약품 한약과립제들은 품질 면에서 첩약과 비교해 큰 호평은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험급여 한약제제는 단미엑스산혼합제로 돼 있는데, 이들의 복용량 과다 문제가 지적되어, 부형제 혼입량 뿐 아니라 원생약 처방 과다로 복용량이 많아져 불편을 초래함으로써 제제의 처방량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 한약제제 처방량의 문제점
1988년 책정된 보험약은 단미엑스를 한의사가 직접 가감하여 처방 조제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사용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단미엑스산혼합제가 허가됐고, 이후 1일 복용량이 1일 2첩으로 고안된 완제품이 보험약의 형태로 자리잡음으로써 무조건 1일 복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결과를 낳았다. 즉 단미엑스산혼합제는 1일 2첩으로 제약사에서 미리 다 섞어서 나온 혼합제품이 되었다.

그러나 고서의 처방과 전통적 전탕법에 따라 인체에 적용된 탕액과, 1988년 고시 당시 현대적 제제기술로 개발된 제제는 분명 다르다. 제제가 발달하기 전에는 약탕관에 달여서 복용했는데, 현재 제제화된 것은 생리활성물질 추출효율이 높아 탕액으로 이행되는 양이 더 많으므로 현행 처방량이 제대로 투입되면 약물과잉복용이 우려된다.

더불어 1988년 책정된 보험약의 형태는 고정된 반면 혼합제 허가 후 제약사 부담은 더 커지게 되었고 기업에서 지표성분이 없어 확인 검사가 불가능한 고가 약재를 부형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이로 인해 1회 용량 과다, 과다 부형제 비율, 채산성 문제 등 환자나 한의사 그리고 제약사 모두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기형적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한의사는 “한의사들이 한약제제를 쓰게 된 것이 보험제제부터인데 탕액을 제제화하면서 당시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논의를 거치거나 실제 복용을 해보는 등의 검토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급하게 제도부터 만들어져 시행됐기 때문에, 한의사나 업계 모두 불만임에도 개선이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제형개변 및 처방량 개선 등 당장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꾸준히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발전적 방향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제에 적합한 처방의 충분한 검토 필요
제제가 제약회사에서 만들어질 때, 대부분 제약회사에서는 90년대 이후 환류추출 등 새로운 방식으로 약재를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약재를 개방된 상태에서 물에 끓여 수분이 증발되는 전통 전탕법에 비해 환류추출법은 냉각관을 사용해 증발되는 수분을 냉각시키기 때문에 적은 약재용량으로도 충분한 유효성분을 뽑아낼 수 있다. 이를테면 원 약재 100g을 물에 끓였을 때 추출되는 양이 20g이라면 대량으로 환류추출할 때에는 40g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본다면 유효성분은 두 배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B한의사는 “현재 유통되는 한약제제의 경우 약전에 사용해야 하는 건조엑스량이 정해져 있는데, 대부분 제약회사에서는 환류추출 시 유효성분이 많이 추출된다는 사실을 알고, 초과 제조된 건조엑스를 원생약의 정해진 양만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보면 실제 환자가 먹는 양은 약전에 적힌 것보다 더 적을 수도 있기 때문에 원 약재를 줄여도 복용하는 건조엑스량은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첩약과 제제의 양은 달라야 한다”며, “첩약이 그대로 제제화되는 것이 아니라 제제에 맞춰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 점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첩약과 똑같이 만들고자 했기 때문에 그 결과 보험제제는 제제에 적합하지 않은 처방과 양으로 구성됐다”고 꼬집어 말했다.

그는 “약미가 많은 처방의 경우에는 제제화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첩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첩약 그대로 제제화하면 건조엑스 용량이 지나치게 많아 제제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며, “건조엑스의 양이 많으면 환자들이 편안하게 복용할 수 있는 현대적인 캡슐, 정제 등 다른 제형으로의 변화가 어려우므로 제제에 적합한 처방의 충분한 검토과정이 필요하며, 추출과정의 특징도 고려해 양에 대한 개선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약제제(단미엑스산혼합제)의 처방량 개선안
한약제제의 처방량 개선안에 대해 한풍제약 조형권 이사는 “관념적으로 개발된 1일 2첩의 처방을 1일 1첩으로 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제품의 복용량, 건조엑스복용량, 경제성 검토 등을 생각하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또 “추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율이 달라지므로 원전을 그대로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원전의 처방자가 고안한 것보다 현재 더 많은 걸 먹게 되니까 안전성에 대해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현재의 1일 2첩을 1일 1첩으로 줄이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에도 어느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처방과 비교해 보면, 제품의 복용량이 많은 것은 허가 상 처방량이 많은 것이지 부형제량이 많은 것이 아니다. 현행 우리나라의 보험약은 일본의 보험약보다 허가상으로는 부형제량이 더 적다.

한 예로 갈근탕에 대한 우리나라 보험약과 일본의 보험약을 비교한 것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 원생약량은 188g, 일본의료용은 18g이라 열배 가량 차이가 난다.

조 이사는 “무조건 일본방식이 좋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뭔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최소한 얼마만큼의 양을 먹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알 수 있는 용량결정단계를 도입해서 용량의 표준화를 지정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한의대 한의과대학 김상찬 교수는 “추출방법이나 제형이 변하더라도 약효 동등성은 확보되어야 할 것”이라며 “한약의 동등성 평가를 위해서 다성분 지표성분으로 프로파일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고 제시했다.
김 교수는 “프로파일이 인정되면 약효동등성 뿐 아니라 한약기원이나 한약 감별 등 여러 분야에서도 표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기대효과
그렇다면 한약제제 처방량 개선으로 기대되는 점은 무엇일까?

조형권 이사는 “현행 복용량을 반 정도로 줄일 수 있어, 환자에게는 적정량의 약물을 투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보험약가가 88년에 정해져 20여 년 간 그대로인데, 만약 처방량이 반으로 줄어들면 약가를 덜 올려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가격현실화로 한약재 제조업체의 왜곡된 원가구조를 개선시켜 제품의 품질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한의사는 “물을 많이 넣고 농축시키는 양을 늘릴 수 있도록 추출방법을 개선한다면 꼭 제제뿐 아니라 일반한의원에서 전탕을 할 때에도 약재를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B한의사는 “처방량 개선은 더 좋은 제제를 만들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실제 제약회사에서 정량을 다 넣지 않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하는 방식을 조절해서 현실화한다면 바람직한 제형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현재 한의사들의 의약품에 대한 개념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며 “한의과대학에서 방제학 시간에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만을 가르치는 것 보다는 현대 실정에 맞게 한약이 제제화되는 프로세스 및 검증과정을 이해시켜 줄 수 있어야 하고, 의약품과 한약제제에 대한 개념을 배워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자면 첩약은 첩약답고 제제는 제제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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