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經의 임상응용 (22)- 가릴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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內經의 임상응용 (22)- 가릴 음식
  • 승인 2012.01.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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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국

김태국

yosan11@naver.com


가릴 음식 최소화하기

인류는 뭐든 먹게 되어 있다
「內經」에 “五穀爲養 五果爲助 五畜爲益 五菜爲充”이라 하였다(藏氣法時論). 五穀과 五畜은 주식거리로 넉넉하고, 五果와 五菜는 보조 또는 보충한다는 말이므로, 정말 인류의 먹거리를 한마디로 요약한 표현이다.

‘異法方宜論’에서는 동서남북과 중앙으로 대별하여 지역에 따라 기후와 먹거리가 다른 데 대해 말하고 있다. 지금도 미시시피강 유역 원주민들은 생선이 주식이듯이, 전통적으로 농경지역이 있고 유목생활하는 사람들도 현재 수천만 명이 있다고 한다. 인류는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지만,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이 주식이 되는 셈이다.

지역에 따라 먹거리가 다르다
지역의 특수성은 종교와 문화와 전통과 연결된다. 힌두교와 시크교는 인도에서 농사력과 우유와 땔감(쇠똥)을 제공하는 소(특히 암소)를 신성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으므로 소를 먹지 않도록 했고, 간디도 국민들 생존을 위해 이를 인정했다. 중동의 사막지역에서 유목생활 할 때 돼지는 식량만 축낼 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동물이었다. 그러므로 이슬람교는 돼지를 먹도록 권장할 수 없었고 지금도 먹지 않는다. 라다크는 인도 북부지역이다. 티벳불교를 절대 신봉하는 곳이라 草食을 하지만 워낙 척박하여 한겨울이 되면 식량이 바닥나고 만다. 그러면 인도의 소처럼 평소에 온갖 편익을 주던 야크 중에 늙은 놈을 잡아서 잠시 肉食을 한다.

익숙하지 않으면 탈난다
어린이가 사탕 먹고 토한다면 이해가 가는가? 달랠 때 먼저 주는 게 사탕인데,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 교육학자 이오덕 선생은 경북의 오지 마을 초등 분교에 근무 중에 서울서 교육 관계자분이 내방하여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탕을 나눠줬더니, 난생 처음 먹어보고는 너무 달아서 토하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고 한다. 요즘의 예를 들자면, 피자를 처음 드신 할머니가 치즈냄새에 역시 토하셨다는 일화가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 간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놀라는 것 중에 하나가 그들은 숙취 해소를 위해 맑은 해장국이 아니라 오히려 보기만 해도 니글니글한 기름진(greasy) 음식으로 해장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게 다 不伏水土 아닐까? ‘諸病源候論’에 “四方之氣 溫凉不同 隨方嗜慾 因以成性 若移其舊土 多不習伏 必因飮食 以入腸胃 腸胃不習 疾病必生 故曰 不伏水土也”라 하였다. 물이든 음식이든 기후든 익숙하지 않으면 탈나기 쉽다.

질병과 관계되는 금기식
「內經」에서 가릴 음식을 직접 거론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먼저 ‘熱論’을 보면, “病熱少愈 食肉則復 多食則遺”라 하였다. 임상적으로 매우 눈여겨볼 구절이다. 열병이 좀 낫다 싶다가도 고기를 먹으면 재발하고, 고기가 아니더라도 과식하면 더디 낫는다는 말인데, 고기를 먼저 거론한 것은 소화에 부담이 잘 간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먹거리 가운데 소화를 기준으로 하면 곡류, 생선, 육류의 순서로 영양이 많은 대신 소화는 더디다. 열이 있다는 건 지금 生氣가 邪氣와 싸우는 중이므로 위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인 가운데 감기로 열나면 잘 먹고 기운차려야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은 어떤 열이든 육류를 피하고 식사를 가볍게 하는 게 빨리 낫는 요령일 것이다.

찬 음식, 더운 음식
또 인용하면, “病在脾 禁寒食飽食濕地濡衣 病在腎 禁寒飮食寒衣”라 하였다(素問大要 藏氣法時論). 脾腎이 虛冷해졌을 때 찬 음식을 금한다고 하였다. 生氣는 溫氣이므로 脾胃가 약해지면 활동력이 떨어져 火生土가 안 되어 식는다. 아래는 水의 자리로서 五行 가운데 먼저 식어지는 곳이다.

여기서 찬 음식이란 무엇일까? 첫째는 온도이다. 生冷物이란 말처럼 차가운 상태로 또는 날것으로 먹는 것이다. 위가 튼튼하면 상관없지만 확실히 날것이 익혀먹는 것보다 소화흡수가 덜 된다. 둘째는 성질이다. 本草에서 “苦寒之劑”라 하듯이 五味 가운데 苦味를 가진 식품이 성질이 가장 차다. 그렇지만 쓴 음식은 약간 먹지 즐겨 먹지 않는다. 냉한 음식이라 해서 수박이나 메밀 등을 꼽지만 그래봐야 고미가 없으므로 비슷한 것끼리 비교했을 때 약간 냉하다는 것이지 몸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질이 냉한 건 아니다.

육류
요즘 육류 소비량이 늘면서 이유식에도 쇠고기를 권장하는 미국식 육아법이 소개되어 일부 아동들에서 소화불량을 동반한 아토피가 많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 음식은 소화가 안 되면 독이 되는 것이므로 조심스럽다.

고기는 이전처럼 밥과 함께 반찬으로 먹으면 과식이 되지 않으므로 소화불량이나 비만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위가 약한 사람은 고기를 먹어내지 못한다. 닭과 돼지고기는 기름이 많아서 위에 부담이 되기 쉽다고 이전부터 鷄猪酒麪을 조심해왔다. 그러나 닭도 백숙처럼 푹 익혀서 지방을 제거하면 노약자도 먹을 수 있으며, 위가 괜찮은 사람은 복약 중에 육고기를 금할 이유도 없다.

분식의 경우도 일반인은 전혀 개의치 않으나 위가 약한 사람은 분식에 부담을 좀 느낀다고 하니 이것도 위장에 관한 禁忌食이라 하겠다.

소 돼지 염소 닭 등은 서로 얼마나 다를까? 모 대학에서 돼지고기에 기름을 제거하고 쇠고기와 나란히 요리해 놓았더니 피실험자가 구분하지 못하더라는 보고가 있었다. 생선은 水魚族이라 성질이 육류에 비해 냉한 편이며, 육고기는 모두 온혈동물이라 생선보다 성질이 덥다. 그러므로 소 돼지 염소 닭 등을 구분하는 것은 육류끼리의 근소한 차이를 말하는 것이며, 모든 육고기는 생선보다 온하다.

과일과 채소
과일은 80∼90%가 수분이다. 그러므로 차게 먹으면 찬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아이가 밀감 먹고 설사했다면 밀감 때문이 아니라 밀감 온도일 것이다. 그래서 노약자들은 과일은 차갑지 않게, 될 수 있으면 미지근하게 해서 먹는 게 안전할 것이다. 금세 구운 부침개를 잘 드시는 할머니도 식은 부침개는 체한다.

과일 가운데 감, 밤, 대추 이 셋은 보통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위가 약한 사람들이 맛있다고 무심코 먹다가 잘 체하는 식품이다. 은연중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녹즙이 장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반 채소는 맛이 담담해서 나물반찬이나 국거리로 즐겨 먹는다. 그런데 맛이 써서 잘 먹지 않는 채소를 갈아서 녹즙을 해 먹으면 배가 아프거나 대변이 물러지기 쉽다. 그러므로 녹즙을 하더라도 맛이 쓴 채소는 피하는 게 무난할 것이다.

현미와 잡곡
「內經」에 “稻米者는 完”이라 하였다(異法方宜論). 五穀 가운데 으뜸이라는 말이겠다. 곡류를 균형잡힌 영양과 소화흡수율과 맛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면 쌀이 1등, 밀이 근소한 차이로 2등이라는 데에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며 쌀문화권, 밀문화권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나머지는 잡곡이다.

잡곡은 잡초처럼 제 이름이 없어서가 아니라 특별한 장점이 없다고 붙인 이름이다. 영양이나 소화나 맛이나 수확량에 있어서 주식으로 하기 부족하여 잡곡이라 불러왔으며, 지역에 따라 주식을 보조하는 식품이다. 우리 실정으로 본다면 음식이 충분한 상황이므로 개인 기호에 따라 섞어 먹을 수는 있으나 어린이를 포함한 노약자나 위가 약한 경우는 소화가 덜 되므로 권하지 않는다.

현미는 도정이 안 된 누런 쌀이다. 부드럽지 않고 소화도 힘들므로 아주 옛날부터 디딜 방아 등으로 찧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하얗게 만들어 먹었고 10% 가량 나오는 쌀겨(미강)는 동물들 사료로 썼다. 밀도 그렇다. 통밀을 빻은 뒤 체에 쳐서 가루를 받아내고 남는 부스러기는 밀기울이라 하여 역시 사료로 썼다. 밀의 속껍질과 씨눈은 섬유질이 많아 먹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현미를 주식으로 먹는 지역이 없다. 아프리카 오지에 벼가 조금 나오는 지역도 반드시 하얗게 찧어서 먹는다. 마치 밤의 붉은 속껍질을 깎고 먹듯이. 현미나 통밀이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식이섬유 때문에 부드럽지 않고 소화에 부담이 가며 맛도 떨어진다.

쌀과 밀은 주식이며 반드시 부식을 먹으므로, 거기서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 등을 손쉽게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소화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현미나 통밀을 애써 먹을 이유가 없다.

가릴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요즘 생활에 여유가 생기니까 몸에 좋은 것과 해로운 식품에 대해 관심들이 많다. 그러나 먹거리는 그리 까다로운 문제가 아니다. 음식은 부족하지 않으면 그만이며, 병은 대개 七情을 끼고 생겨난다. 각자 식성과 기호도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위장만 받쳐준다면 그리 권할 것도, 가릴 것도 없다. 오히려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서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으로 힘들어하는 걸 감안하면 우리는 정말 복 받은 지역에서 복 받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의학은 세계의학이다
과거에 漢醫學이라 할 때 漢은 銀漢이라 하듯이 은하수, 즉 하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이며 우주를 포함한다. 「內經」에서 말하는 한의학은 세계의학이다. 또 요즘처럼 교류가 많아 이전에 먹지 않던 식품도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므로 너무 세세하게 음식이 맞다, 덜 맞다를 논하는 것은 아무래도 지엽적인 느낌이 없지 않다.

한의원에만 가면 가리는 음식이 많아 한약 먹기가 꺼려진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위에 부담이 안 가는 범위 내에서 맛난 걸 자유롭게 먹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의료인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복용법 예시
필자가 쓰는 복용법 일부를 참고로 소개한다. 가릴 음식 : 약 때문에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오히려 밥 때를 챙기고 과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위장에 부담되는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 현미와 잡곡, 너무 맵고 짠 것, 익숙하지 않은 식품, 찬 우유나 과일, 많이 단 과자, 술과 담배 등은 각자 알아서 주의합니다.

※참고 : 여기 「內經」의 編名은 素問大要를 기준으로 한 것임.

김 태 국 / 부산 요산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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