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성공적인 한의약 연구개발 위해 법적 근거의 뒷받침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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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성공적인 한의약 연구개발 위해 법적 근거의 뒷받침 시급
  • 승인 2011.12.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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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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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본부 침구경락연구그룹 연구원, 공보의)

한의약 분야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R&D)사업은 한약분쟁 이후 1994년 한의학연구소(현 한국한의학연구원)가 개소되면서 시작되었으며, 보건복지부와 교육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사업은 최근 들어 지식경제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으로 투자가 확대되었다.

정부의 관심부족과 한의계의 이해부족

그러나 2009년 한의약 분야 연구개발사업 예산은 약 477억원 정도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정부 연구개발사업 예산 12조 4천 145억원 대비 0.4%에 불과한 수치이다.

이 또한 세계 전통의학 및 보완대체의학 시장규모의 성장으로 정부도 전통의약 육성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하면서 2005년 이후 증가한 결과이다.

이렇게 열악한 정부지원하에 한방의료기기 연구개발이 이루어져왔으며, 한의원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료기기시장은 2008년 약 249억원으로 국내 의료기기시장의 약 0.69%에 불과하고, 이 또한 저주파자극기와 침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한방의료기기분야 연구개발을 통하여 한방의료기기의 시장 확대와 다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때마침 지난 2일 한의학미래포럼에서 ‘한방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한 한의약분야 국가 R&D 사업의 이해’를 주제로 토론회(후원 민족의학신문사)를 개최하였다. 비약물요법 임상연구를 진행 중인 터라 정부의 의료기기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정책방향을 이해하고 한방의료기기에 적용 가능한 정보, 나노, 생명공학기술을 알아보고자 토론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처음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 토론회를 통해 정부는 한방의료기기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매우 부족하고, 발전을 위한 적절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여 그간의 연구개발은 산발적이고 한시적인 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한의계도 의료기기 임상연구 및 허가과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연구개발 과정에서 이를 산업화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과학적 증거 뿐 아니라 법적·제도적 뒷받침 필요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설립되고 국가차원의 근거중심의학(EBM) 확립의 필요성이 증가되면서 한의약계에도 근거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거란 과학적인 증거(scientific evidence)를 말하는 것이지만, 지난 11월 27일 개최된 ‘한약제제 표준화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와 12월 2일 개최된 한의학미래포럼 토론회를 통해 한약제제나 한방의료기기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적 증거 뿐 아니라 법적·제도적 근거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약제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의 사용에 있어 한의사의 명확한 업무 범위에 대한 이해와 개정이 필요하다.

한의사의 전유물로 생각되고 있는 한약제제 마저도 약사법 제23조 제6항의 “한의사의 처방에 의해 한약사가 조제한다”는 조항에 의해 한의사가 한약제제에 대한 처방권이 있음을 유권해석을 통해 확인 받고 있을 뿐으로 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에 대한 한의사 처방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에 보면, 2011년 9월 유헬스케어 의료기기 품목이 추가되어 현재 2천 139개가 등록되어 있으나, 이 중 한방의료기기라고 할 수 있는 품목코드는 1% 이하이다.

또한 의료기기법에는 ‘한방의료기기’라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고, 식약청 의료기기정책과에서도 단지 의료기기의 일부로 인식하고 있으며,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 또한 의료용 레이저조사기 등 다른 품목으로 허가 받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상연구 시 법적·제도적 근거 이해 중요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에 있어 법적 근거의 필요성과 더불어 임상연구 시 법적 제도적 근거를 이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2011년 10월 8일 시행된 의료기기법과 2011년 9월 30일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이 그것이다.

의료기기법 개정 이전에는 임상시험실시기관은 지정만 가능하고 취소는 할 수 없었으나, ‘의료기기임상시험실시기관지정에 관한 규정’이 의료기기법 제10조와 제37조로 강화되어 지정 뿐 아니라 취소도 가능하다. 취소 시 기관에서 시행중인 모든 연구가 중단되고 3년간 재신청이 불가능하다.

또한 ‘의료기기임상시험관리기준’이 고시에서 의료기기법 시행규칙으로 반영되어 임상연구 시 이를 위반하면 근거 법령에 따라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이 의료기기 임상연구에 관한 법령이 수행 과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어 이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성공적인 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이해 및 주의사항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진료의 목적으로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 및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추고 의료행위에 대한 사항과 의견을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력, 가족력, 혈액형 등의 의료정보 및 신장, 가슴둘레 등의 신체정보와 흡연, 음주량 등의 습관 및 취미 정보가 개인정보의 범주에 포함되어 향후 진료 이외의 목적으로 이들 정보를 사용할 경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

즉 환자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연구나 홍보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기존의 임상연구에서는 피험자 동의에 대한 인식이 낮았으며, 적절한 동의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에는 임상연구 시 환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는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법으로서 의료부문처럼 특수한 영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아직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개정되지 않아 임상연구 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을 이용하거나 후향적 연구를 할 경우 환자동의 취득 및 합법적으로 연구가 가능한 지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이는 양의학계도 마찬가지이며, 지난 12월 8일 개최된 ‘한국역학회 학술대회’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임상연구 수행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의계에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이렇듯 성공적인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상황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임상연구를 포함한 연구개발이 수행되어야 하며,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이를 신설, 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의약 연구개발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고 좌절하고 불만만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에서는 기업의 속도가 100마일이라면 정부 관료 조직의 속도는 25마일, 법의 속도는 불과 1마일에 불과하다고 비유하며 이러한 속도 차이를 상호 충돌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꼬집고 있듯이 이는 비단 한의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또한 적절한 법적 근거의 뒷받침하에 한의약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이 가능하듯이, 과학적 증거의 뒷받침이 이루어질 때 법과 제도가 힘을 얻을 수 있으므로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방의료기기를 중심으로 한 한의약분야 국가 R&D 사업의 이해’ 토론회와 ‘한약제제 표준화 및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참가하면서 한의계에는 화려하고 과장된 홍보와 연구보다 바닥을 다지는 기초적인 연구와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필요하며, 산발적인 노력이 아닌 협회와 대학 및 연구원이 힘을 합쳐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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